전쟁이 끝난지 몇 해가 지났지만
남자는 여전히 포로로 잡혀있었습니다.
낮이면 사막 한복판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
중노동에 시달렸고 밤이 되면 차가운
감옥에서 바들바들 몸을 떨었습니다.
남자는 고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너무나도 그리웠습니다.
어느 날 남자는 감옥을 지키는 간수에게 말했습니다.
자신이 이곳을 빠져나가게 도와달라고….
가족이 그리워 견딜 수 없다고 말입니다.
남자의 이야기를 들은 간수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늦은 밤 간수는 남자를 감옥에서
몰래 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남자에게 동쪽으로 가다 보면
오아시스가 있는데 그곳의 상인들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남자는 별자리를 따라 곧바로
동쪽으로 향했습니다.
낮이 되자 밤의 차가운 기운은
가시고 사막의 무자비한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살을 지지고 타는듯한 갈증에
모래 속으로 푹푹 빠지는 발은
남자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가 남자는 사막의 아지랑이
속에서 이글거리는 야자수의 형체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메마른 바닥을 메우는 푸른 오아시스도…
남자는 한걸음 한걸음 있는 힘을 다해
오아시스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오아시스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순간 남자는 깨달았습니다.
신기루… 오아시스는 사막이 만들어낸
환영이었습니다.
기력이 다 한 남자는 모래위로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남자에게는 눈부시는 태양을 손으로
가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때 근처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남자는 눈을 떴습니다.
남자를 감옥에서 풀어줬던 간수의
모습이 남자의 시야로 들어왔습니다.
간수는 기다란 칼을 허리춤에서
뽑으며 말했습니다.
‘너희는 내 조국을 침략했다. 내 아내와
자식들은 저기 보이는 오아시스의 환영처럼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끝내 말을 잇지 못한 간수는 남자의 목을 베었습니다.
그리고 남자의 가슴에 커다란 십자가를
박아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자신만의 전쟁을
종식시켰습니다.
출처: 바젤님과 떠나는 무서운 세상 이야기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