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그날의 미화 上

은기에 작성일 19.05.28 20: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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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울리는 알람 소리에 뇌가 깨어난다. 곧 눈이 트이고 어둑한 방 안의 공기를 한 번 느끼고서는 몸을 일으킨다. 


“후우..”

매번 정해진 시각에 일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녘 같은 시간이라면 그게 더 힘들다. 서둘러 근무복으로 갈아 입고서 집을 나선다. 밖에 조용히 주차된 차에 올라타니 차가운 한기가 온 몸을 타고 스며든다. 

부르르. 온 몸이 떨린다. 곧 시동을 틀고 잠시 예열을 해두기로 한다. 

우우웅-

올해 운좋게 환경미화원에 합격한 난 새로운 생활패턴에 적응해야만 했다. 항상 새벽 4시에 일어나 30분까지 지정 작업소로 가서 도구들을 챙긴 뒤 거리의 청소를 함으로서 태양을 바라보는 일. 그게 바로 환경미화원의 일이다. 

적당히 예열이 된 차에서 히터를 틀고 악셀을 밟는다. 새벽이어서 오고가는 사람과 차들이 없다. 이럴 때엔 복잡하지 않아서 참 좋지만.. 

서둘러 작업소에 도착한 난 가볍게 도구들을 챙긴 뒤 배정 받은 장소로 이동했다. 새벽녘의 밤공기가 유난히 차갑다. 폐속을 파고드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공기를 한껏 받아들이며 걸음을 옮기니 잠이 조금씩 깨는 것 같다. 

“음~ 음~ 음.”

도로에 놓여진 쓰레기들을 치우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러지 않고서는 지루한 시간을 이겨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스윽. 슥. 슥.

곧 들려오는 소음에 고개를 돌린다. 항상 같은 시각. 이 주위를 맴도는 나이든 아저씨가 있다. 50대에서 60대로 보일법한 아저씨는 매우 초라한 행색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항상 담배를 입게 물고 있는데 아무렇게나 버리기 일쑤여서 내겐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항상 저렇게 다리를 끌며 이동하는 탓에 이런 새벽녘에는 아저씨의 존재를 멀리서도 느낄 수가 있다. 

“....”

말을 섞진 않았지만 아저씨는 노숙자가 분명해보였다. 항상 같은 차림의 옷과 조금만 다가가도 느껴지는 악취는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줬다. 

투욱. 오늘도 아저씨의 못된 버릇이 나왔다. 담배 꽁초를 아무렇게나 던진 그는 다시 다른 담배를 물더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아무리 내 일이 주변을 미화하는 일이라고는 하나 저렇게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눈으로 보고 있자면 부아가 치밀곤 한다. 

그게 오늘에는 한계에 다다랐다. 난 아저씨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저기요. 선생님.”

내 말에 듣는둥 마는둥 아저씨는 느릿하게 걷고 있다. 무시하려는건가?

“잠시만요.”

다시 한 번 소리를 높여 그에게 다가가니 초점을 잃은 듯한 두 눈이 나를 향해 있다. 눈동자의 반은 완전히 백색으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저씨의 눈은 매우 불편해 보였다. 

“누구야?”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제서야 조금은 이해가 됐다. 그도 처음부터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진 않았으리라. 아마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쓰레기통을 찾아서 버리는게 더 힘들었을 것이리라. 

“자꾸 꽁초 아무데나 버리시면 안됩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 낙엽에 불 붙을수도 있어요.”

그래도 할 말은 해야했다. 정말 운이 좋지 않아 불이라도 나는 날엔..

“이봐 청년.”
“예.”
“남 일은 상관 말고 갈 길이나 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담배 연기를 내뿜는 아저씨. 곧 다른 곳으로 걷기 시작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졌다. 난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실패한 인생을 살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고서 청소를 이어나간다. 

***

새벽 청소가 끝난 뒤 작업소로 돌아오니 먼저 작업을 마친 창수 형님이 나를 반겨줬다. 

“고생했다.”

웃는 얼굴로 믹스 커피를 내미는 형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 커피를 마신다. 식도를 타고 전해지는 따스하고 달달한 맛이 좋다. 

“오늘도 봤어요. 그 아저씨.”
“그래?”

창수 형님은 내 장소를 담당하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옮으로서 다른 곳으로 장소를 배정 받아서 청소를 하곤 있지만 인수인계를 받을 때 그 아저씨와는 되도록 엮이지 말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그게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내 일이 되고 눈앞에 닥치니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여전히 꽁초 버리디?”
“예에. 정말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사지도 멀쩡해 보이던데 일이라도 좀 하지..”
“남 일에 너무 간섭하지마. 너만 피곤해진다.”

그렇게 말하며 연한 웃음을 짓는 창수 형님. 

“참. 형수님은 괜찮아요?”

내 말에 창수 형님은 조금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창수 형님과 형수님은 꽤 늦은 나이에 아이를 얻었다. 그 덕에 난산을 해야 했는데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게 꽤 최근 전의 일이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안 그래도 언제 같이 오래. 밥이라도 먹자고.”
“정말요? 저야 좋죠.”
“응. 연락할게. 그럼 난 눈 좀 붙일게. 이따 보자고.”

창수 형님은 휴게실로 걸어갔다. 미화의 일은 새벽에 시작해서 끝이 나는게 아니다. 하루에 총 3~4번 청소를 해야하는데 그게 시간의 텀을 두고 청소를 한다. 물론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열기 때문에 퇴근도 그만큼 빨리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고역이긴하다. 

남은 시간동안엔 막내들이 해야할 일들이 있다. 작업소에 구비된 도구들을 손보거나 필요한 비품들을 챙기는 일이 그것이다. 다음 막내가 들어오게 된다면 조금은 도와주면서 쉬어야겠다는 작은 다짐을하고서 창고로 발길을 돌린다. 

***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아저씨를 만났다. 대체 저 담배 살돈은 어디에서 나는건지 원.. 아마 이 지역에 버려지는 대다수의 꽁초들은 저 작자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든다. 

“저렇게 사는게 정말 좋은건가..”

그렇게 새벽 바람을 맞으며 미화를 하고 있을 때였다. 

쿠당탕. 바닥을 강하게 내리치는 소음에 화들짝 놀라 서둘러 달려가보니 아저씨가 바닥에 쓰러져 발작하고 있는게 보였다. 

“뭐, 뭐야.”

커억. 컥! 커.. 말을 잇지 못하는 아저씨는 사지를 강하게 떨고 있었다. 곧 입에서 흰색의 거품들을 물기 시작하는 그는 한 눈에 보아도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서둘러 아저씨에게 다가가 안위를 묻고 싶었지만 그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썩은내는 그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시민으로서 도리를 해야 했다.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119에 신고를 하기로 했다. 전화를 받은 구급대원은 환자의 상태를 잘 지켜봐달라는 말과 함께 금방 도착하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저, 아저씨? 아저씨 괜찮아요?”

내 말에도 아저씨의 발작은 쉽게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가 정말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드는 순간. 

“후우...”

무거운 숨을 내쉰 아저씨는 곧 비틀거리기 시작하며 몸을 가누었다. 방금전만해도 심한 발작을 일으켰던 사람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할정도로 멀쩡했다. 

“..어?”

내 말에 아저씨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제만 해도 희석이 가득한 것만 같은 두 눈은 몰라보게 맑아져 있었다. 거기다 특유의 악취 역시 말끔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이건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는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나에 대해 신경쓰지 말고 일이나 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걸어가는 아저씨의 걸음걸이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내 눈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아저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얼른 전화를 들어 119 구조대의 출동을 중지시켜야만 했다. 

***

작업소로 돌아와 창수 형님에게 보았던 것을 설명하니 형님의 표정이 썩 좋진 않았다. 형님은 뭐라도 숨기고 싶은듯 내게 뚜렷한 답을 해주진 않았다. ‘나 쉬러갈게.’ 라고 말하며 자리를 피해버린 형님에게서 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신기하고도 미스테리한 일이다. 반병신 같은 사람이 한 번의 발작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는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다. 아님 내가 뭐라도 홀려 있는건가? 

내일 다시 그 자리에 돌아간다면 아저씨와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아무래도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를 아저씨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휴게실로 들어간 창수 형님 역시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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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작 [녹색도시] 잘 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84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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