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그날의 세차장 中

은기에 작성일 19.07.16 22: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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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가 김대리를 위해 카풀을 할 차례가 되었다. 그간 적당히 운전 연습을 해뒀기에 주행에는 딱히 어려운 문제는 없었다. 매일 같은 시각 출근길에 오르지만 오늘은 반대의 입장이다. 묘했다. 이제 내가 김대리의 안전을 책임져야하는구나. 

  

김대리와 내 집은 10분거리다.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을 무심히 흘겨 들으며 카풀장소로 거의 도착하니 김대리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허나 그건 평소에 봤었던 김대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분명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지만 그의 어깨 위에 앉아 웃고 있는 귀신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대로 김대리를 태우기엔 무리다. 아마도 내 차에 있던 귀신이 김대리에게 옮겨간게 아닌가 싶었다. 다시 내 차로 옮겨지지 않으려면 김대리를 지나쳐야하는게 최선일수도 있었다. 

  

“어이. 오대리~”

  

나를 부르는 김대리를 보며 내적 갈등이 생겼다. 그리곤 오른쪽 발에 힘을 주어 악셀을 밟았다. 도저히 나를 보며 웃고 있는 귀신을 태울 자신이 없었다. 

  

***

  

회사에 도착하니 마음이 천근 같았다. 김대리에게서 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지만 받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김대리와 조그만한 연관이라도 생기면 그대로 귀신이 내게로 올 것 같은 더러운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 너 혼자왔어? 김대리는 어쩌고?”

  

사무실에서 초조히 앉아 있자 조금 나중에 출근한 부장이 내게 물었다. 난 적당히 둘러낸 후 회사 정문에서 김대리를 기다리기로 했다.

  

“....”

  

초조했다. 이렇게 사람 하나를 기다리는 일이 오늘처럼 초조했던 적이 있었을까. 10분. 20분정도가 지난 후 김대리의 차가 눈에 보였는데 역시나 선루프 쪽에 예의 귀신이 서있는게 보였다. 거센 바람의 저항을 받지 않는 모양인지 어제의 봤던 끔찍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아아..”

  

사지가 저려왔다. 오금이 후달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대로 서있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있으면 저 귀신이 내게로 곧장 달려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빳빳히 굳어져가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 정문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우우웅- 거센 엔진 소리와 함께 김대리의 차가 내 쪽으로 오는 것은 정말 찰나였다. 

  

“으아악!”

  

시야 가득히 메워지는 김대리의 자동차.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 해도 그걸 온전히 피해낼 재간은 내게 도저히 없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몸을 날려야만 했다. 

  

우웅- 간신히 왼쪽으로 몸을 틀어 몸을 날리는 순간.

  

빠아아앙-

  

거대한 크락션 소리가 달팽이관을 거세게 흔들어댔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니 김대리 차의 앞바퀴가 내 옆구리에 아슬하게 멈춰있는게 보였다. 

  

“야! 너 미쳤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내린 김대리가 소리쳤다. 그러면서 나를 일으켜주는 그의 자상함에 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환상이었나. 모든게 저 귀신이었나. 

  

“김대리님.. 어떡해요. 김대리님.”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것 같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 앉아 김대리의 다리를 붙잡자 김대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나를 부축해줬다.

  

“오사원.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 전에 봤던 귀신이요. 자꾸 저를 따라다녀요. 미치겠어요. 아까도 뭐에 홀렸는지 제 몸이 멋대로..”

  

내 말에 김대리는 딱딱한 표정으로 나를 정문에 세우고서는 차를 몰았다. 곧 빠르게 주차한 김대리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일단 오늘은 들어가. 부장님한텐 내가 말해 놓을게. 가서 쉬고 병원 가봐. 그거 스트레스성일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김대리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였기도 했지만 그의 옆구리에서 인형처럼 붙어 있는 귀신을 보니 어떠한 말도 꺼낼수가 없었다. 

  

대체 저 귀신은 뭘까. 뭐길래 저렇게 껌딱지처럼 김대리 옆에 붙어 있는거지? 

  

“들어가라.”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는 김대리. 그와 동시에 사라진 귀신. 정말 내가 미친건가. 무거운 숨이 절로 내쉬어지는 찰나. 팔쪽에 느껴지는 더럽고 찝찝한 기운이 느껴졌다. 직감적으로 난 그게 귀신이란걸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강하게 팔을 뿌리치는 일이었다. 있는 힘껏 팔을 휘두르며 두려움에 젖은 소리를 지르자 귓가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넌 내가 보이지?]

  

우뚝. 그 소리에 내 몸은 돌처럼 굳어버렸다. 샤삭. 팔을 타고 올라오는 촉감이 느껴졌다. 곧 그 촉감은 어깨를 타고 귀에 뜨거운 바람을 넣었다. 

  

[날 도와줄 때까지 널 평생 괴롭힐거야.]

  

이건 협조가 아니다. 여기서 귀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평생 이렇게 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뭐야.. 용건이 뭐..”

[간단해.]

“말해.”

[저 김대리. 저 새끼를 죽이면 돼.]

  

그렇게 말하며 킬킬대는 귀신. 난 차마 귀신의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그대로 정문에 서서 서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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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작 [녹색도시] 잘 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84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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