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선상용 트렁크. 다소 낡았음. 잠긴 상태이며 열쇠 없음. 무료 나눔합니다.”
신문에 실린 광고는 또한 그것이 ‘매우 무겁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와 내 친구가 힘을 합치면 136kg쯤은 들 수 있지만, 그 트렁크를 바닥에서 떼어내는 데만 한 사람을 더 불러야 했다.
우린 트렁크를 판매하는 노부인에게 대체 안에 뭐가 든 거냐고 물었다.
“오십 년 전에 상속받은 거라우, 그 뒤로 매년 열쇠장이를 불러 열어보려 했지요. 그때까지는 쭉 잠겨있었어요. 안에 든 건 금일 수도 있고, 꼬질꼬질한 빨래일 수도 있고―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이제 멕시코로 가서 살 건데 이런 짐짝은 필요 없으니까.”
가구 리포머로서 우린 트렁크에만 관심이 있었고, 오래된 것치곤 꽤 모양새가 괜찮기도 했다. 안에 든 것은 그저 보너스겠거니 싶었다.
그것을 꾸역꾸역 내려 가장 큰 픽업트럭에 싣는 수고 끝에, 자물쇠를 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충분히 얻을 만큼 락픽 유튜브 채널을 정주행했다. 친구는 자물쇠를 몇 시간이고 갉작거렸지만 결코 열리게는 하지 못했다. 나는 안쪽의 잠금 장치를 살짝 움직이는 데까진 성공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내리 낭비한 끝에 나는 도구들을 트렁크 위편에 널브러뜨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리곤 그와 똑같은 두들기는 소리가 트렁크 안쪽에서 새어 나왔다.
나는 트렁크 뚜껑을 세 번 두들겼다. 세 번의 노크가 돌아왔다. 우린 안에 누가 있느냐고 소리쳐 물었다;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반응은 오직 그와 비슷한 노크나 두들기는 소리에만 돌아왔다.
우리는 느슨해진 금속 조각이나 심지어 똑똑한 쥐 따위의 말이 되는 설명을 만들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것들이 우스꽝스럽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자물쇠를 뚫고 도려낼 수 있는 장비를 빌려 돌아왔을 때, 내 열 살 먹은 아들이 작업장에 나와 있었다. 아들은 스크루 드라이버로 건성건성 열쇠 구멍을 건드리고 있었다. 막 도착한 우리가 본 것은 아들이 손에 쥔 드라이버를 한 바퀴 완전히 돌리는 광경이었다. 단단히 닫혀있던 뚜껑이 퍽 소리와 함께 풀렸다. 우리 셋은 못 미더운 눈길로 텅 빈 트렁크를 살폈다. 그것은 이제 너무 가벼워 내 아들도 시원히 들 수 있었다.
아내는 안에 곰팡이 따위가 있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것이 열린 날 밤 아들이 심한 병증에 시달린 까닭이었다. 누구도, 심지어 의사들마저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하지만 내게는 내 나름의 의심이 있다.
나는 품에 안긴 아들을 달래며 그의 등을 살살 두들겨 주었다.
아들의 몸속에서 똑같이 살살 두들기는 기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