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loooov 작성일 23.09.13 17: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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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조부모님 댁 뒷산은 우리 조상들이아닌 다른 집 사람들의 조상을 모신 선산이었다.

 

10개 정도의 무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겨울엔 비닐 포대 자루에 앉아서 썰매를 타기에 아주 좋은 곳이어서

 

겨울마다 사촌형제들과 썰매를 타곤 했다.

 

내가 10살정도 되었을 때 였던 것 같다.

 

한창 사촌들과 썰매를 타다가 한 무덤의 봉분을 본 나는 봉분의 한 부분이 흙이 갈라지고 살짝 무너져 내린 부분을 보았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상한 것, 신기한 것을 보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다가 건드리는 것처럼

 

가까이 다가가서

 

갈라진 흙을 발로 더 파보았다.

 

주변에 마침 기다란 대나무 장대를 발견했는데

 

주워서 무덤의 갈라진 부분에 끼우고 마치 삽으로 땅을 파듯이 쑤셔대기 시작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그렇게 쑤시고 파대고 있는데

 

사촌누나가 나를 불렀다.

 

"XX야 너 뭐해? 그러면 안돼!"

 

그제서야 하던 짓을 멈춘 나는  

 

깜짝 놀란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는 누나를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누나의 손짓에 무덤에서 내려온 나는  

 

누나가 시키는 대로  

 

무덤에 대고 죄송하다고 하면서 여러번 고개를 숙였다.

 

 

그 때 나의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다시 본다고 생각하면 무서운 기분이 든다.

 

한창 썰매를 타고 놀다가  

 

갑자기 무덤에 가서 잠시 살펴보더니

 

옆에 대나무 장대를 주워

 

무덤 봉분위에 올라가서 온 힘을 다해서 무덤을 찌르고 쑤시고 있는 아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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