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고 경계근무를 서는데 23시 쯤 초소 뒷산의 예비군 교육장에서 땅긁는 소리랑 잘라내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라이트로 비춰도 보이는 것도 없고 암구호를 외쳐봐도 대답없이 계속 땅긁고 잘라내는 소리만 들렸다.
5분대기조 출동 요청을 하였다.
뒷산으로 가는 철조망의 잠긴 문을 열어주고 5분대기조는 금방 무전을 보내왔다.
- 할머니가 나물 캐신다고 들어왔답니다.
- 부대 밖으로 모셔드리겠습니다.
봄나물을 캐러 야밤에 호미랑 검은 봉지 들고 부대에 침투한 할머니에 대한 건은 당직 사령이 짬시켜서 대대장까지 보고되는 일은 없었다.
2. 동자귀신
불침번을 서던 A상병은
4내무실에서 꼬마아이가 나와서 의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의무실로 쫓아들어갔다.
의무실 침대 밑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를 본 뒤 A상병은 기절했다.
당직 사관은 이 일을 짬시켰다.
3. 내려오는 이야기
부대가 산을 끼고 있는데 이 산을 끼고서 농사도 짓고 소도 키우는 집들이 있어서 부대인지 외부인지 경계가 애매한 곳이 있었다.
가장 외곽의 진지초소_진지공사 때만 방문하는_에서는 짜장면을 시켜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고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다방 아가씨가 배달와서 티켓도 끊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한번은 주말에 쉬는데 목장에서 소들이 탈출해서 외곽의 진지 초소로 넘어온 일이 있었다.
내무실 선임이 나와 몇명을 데리고 가서 막대기 하나씩 쥐어주고 소를 몰아서 목장까지 데려다 줬다.
소몰은 이야기도 후배들에게 내려가는 이야기가 되었겠지.
이 일도 짬시켜서 부대장에게 보고 되지는 않았다.
4. 죽은 사람1
내가 전입 오기 전에 그리고 부대장도 전입 오기 전에(부대장이 전입오고 6개월 뒤에 내가 온 듯하다.)
옆 중대 아저씨가 부대 내의 나무에 목을 매달았다고 한다.
괴롭힘 당한 건 없었다는데_진실은 모르지만_ 원래 우울증이 있었는지 적응 못하다가 그랬다고 한다.
높은 부대에서도 오고 죽은 사람 부모님도 와서 부대 한번 둘러보고 갔다는데
죽은 사람 어머님이 계속 부대로 전화를 하셔서 왜 우리 아들이 죽었냐고 한다는 이야기를 정신교육 시간에 부대장에게 들었다.
자기는 그 때 없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인데 한달에 한번씩 어머니와 통화를 해야 한다고 힘들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목 매달았다는 나무가 취사장 근처에 있는 나무였는데
밥먹고 나올 때마다 나무가 보여서 그 이야기가 잊혀지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겠지.
5. 죽은 사람2
중사 A는 하사 B를 잘 챙겼다고 한다.
하루는 중사 A가 모는 차를 타고 하사 B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던 중 과속으로 사고가 났다.
하사 B는 즉사하고 차는 바로 폐차시킬 정도로 큰 사고 였는데 중사 A는 놀랍도록 멀쩡했다.
군에서는 단순 사고란게 없는지... 과속이 문제였는지...
중사 A는 군교도소에 간다고 했고 그 전에 영창에 머문다고 했다.
얼마 후에 내가 사고를 쳐서 영창에 갔을 때 중사 A를 잠시 스치듯 만나게 되었다.
영창에 온 병사들과 달리 중사 A는 포승줄로 두팔과 상체까지 묶인 상태였고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나와 눈인사를 했다.
본인은 괜찮다-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켜서 부대원인 너에게도 미안하다- 는 눈빛이었다.
부대 복귀해서 야간 경계근무를 서는데 한동안, 꽤 오랫동안 부대 내의 부사관 숙소 근처에서 고성이 자주 들렸다.
그 때마다 당직 사령들에게 보고 했지만 다들 별 말은 하지 않았다.
모든 간부들이 오랫동안 슬퍼했던 것을 보면 죽은 사람이나 산사람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