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악령이 나타날수록 불쾌한 악취가 난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였던 나는 늘상 그랬듯 밤에 혼자 어기적 일어나 터질것 같은 방광을 부여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평소와는 달리 꼭 닫혀있는 화장실의 문 틈으로 미세한 빛이 세어나왔다.
“아부지? 아부지야?”
불러도 아무런 기척이 없는 화장실 문에 다다르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악취가 풍겨왔다.
똥냄새..그것도 지독한 똥냄새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똥냄새 보다는 인간의 살이 썩어나가는 냄새에 가까웠다.
다만 어릴적의 나에게 그런 경험이 있을리 만무하니, 그저 아버지의 심각한 똥냄새라 여길 뿐이었다.
“아부지 나 오줌쌀거 같은데 빨리좀 나와"
화장실 안쪽에선 대답 대신 기괴한 소리가 세어 나왔다.
톱질 소리…마치 둔탁한 무엇인가를 톱으로 빠르게 썰어내는 까가각 거리는 소리가 한밤중의 정적을 깨고 들려왔다.
이쯤되면 화장실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건 아무리 철부지 어린아이라도 깨닫게 된다.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오줌을 지려서였는지 조심히 뒷걸음질 치던 나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렇게 잠시 멈춰선 나와 화장실 사이의 대치 상황에 불현듯 화장실 불이 탁 꺼지며 소름끼칠 정도의 고요가 찾아왔다.
이대로 있으면 큰일 나겠다 싶었던 나는 방으로 뛰쳐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쓴채 밤을 새웠다.
다음날 아침 오줌싸개가 되어버린 나는 어머니에게 혼쭐이 나고 있었고, 아버지는 원인모를 악취가 나는 화장실을 이리저리 살피고 계셨다.
“하수구에서 역한 냄새가 올라오나?”
어젯밤에 비해 많이 옅어진 악취에, 사냥견 처럼 코를 킁킁거리던 아버지는 마침내 냄새의 시발점이 변기수조라는 것을 깨닫고는 천천히 양변기 뚜껑을 열어 제꼈다.
“아니..이런게 왜 여기 들어가있데?"
의아해 하시는 아버지의 손에는 당장에라도 부스러질듯 잔뜩 녹슬어있는 작은 톱이 들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