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을 어떻게 정리하여 전달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도 그럴듯이 내 기억속 사건은 뒤죽박죽인데다 현재 진행형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너그러이 해석해주시리라 믿는다.
때는 군을 전역한지 2개월이 채 안되었을 시기다.
아무런 생각없이 살고있었는데 느닷없이 어머니가 우편물을 건내며 예비군 소집을 내게 알렸다.
원래 예비군을 이렇게 빨리 소집하나 싶어 우편을 뜯어 확인하니 과연 그러했다.
몇날 몇일 술을 진탕마시며 허숭세월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예비군훈련 날짜가 다가왔다.
어머니께 우편물의 행방을 물으니 모르는 일이라 하셨다.
깜빡하셨으리라 싶어 나혼자 한참을 찾다가 될대로 되라 식으로 잠들어버렸다.
이른아침 어머니가 깨우시며 예비군훈련이니 얼른 갔다 오너라 하셨다.
지난밤에는 전혀 모르시더니만 어떻게 시간까지 알고계셨다.
살던곳이 울산이라 근처 예비군 대대로 소집되었겠지 싶었는데 버스는 한참을 달렸다.
도착한곳은 생각보다 경계가 삼엄한곳이었다.
나처럼 전투복에 다림질도 안마른 햇병아리 예비군들이 즐비해 보였다.
다들 연병장에 모여 어리벙벙하게 입소식을 마치고 소장에게 내무실을 부여 받았다.
내가 부여받은 내무실은 이제 갓 병장을 단 분대장 한명과 상병 하나 일병 셋 정도의 작은 내무실이었다.
함께왔던 예비군 아저씨와 이게 무슨 고생이냐며 서로 노가리나 까며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된건진 모르겠지만 훈련은 없었고 근무만 잔뜩 있었다.
불침번은 없었으며 탄약고 근무와 위병소 근무만 잔뜩했는데, 노린건진 몰라도 나와 옆 아저씨의 근무가 현역들보다 훨씬 많이 배치되어있었다.
그로인해 분대장과 소소한 시비도 몇차례 있었으나, 군인들이 늘 그렇듯 곧 풀었다.
그렇게 몇일을 보내고 나니 예비군 훈련이라는게 원래 이런건가 싶었다.
정말 현역때보다 더 안가는 시간을 부여잡고 언제 끝나나 언제 끝나나 연초만 뻑뻑 펴댔던것 같다.
이럴거면 왜 전역을 시켰을까 라는 불만과함께 인내심의 한계가 다다를즈음이었다.
예비군소집의 핑계로 이 대대에 들어온지 6개월차였다. 이게 대체 다 뭐냐 나 학교도 가야하고 바쁜사람이다 라고 반항도 했다. 정말 화가 끝까지 치밀어오른 나는 이게 정당한 예비군 절차냐며 따지기 시작했고 관련 장교들은 골치아픈지 자기들끼리 회의를 했다.
그렇게 훈련이 종료되었다. 다들 지친 기색으로 예비군대대를 빠져나가며 온갖 욕을 퍼부었다.
터덜터덜 걸어나오며 버스정류장에 가니 집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없었다.
어떻게 된 대대인지 이리도 산골짝에 있냐며 불평하며 버스를 타고 집에와 실컷 술을마시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부시시 일어나 어머니께 6개월만에 아들 봤는데 반갑지도 않냐는 투정을 부렸으나 어머니는 나를 보며 마냥 의아해 하셨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또다시 허숭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내 6개월간의 예비군훈련은 내 머릿속에서 까맣게 잊혀져 갔다.
그러다 어느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비군훈련을 6개월이나 하는 세상이 어딨어?
게다가 예비군 소집은 1년뒤에나 하는건데?
그나저나 내가 예비군 훈련을 받은적이 있던가?
분명 받았었는데?
너무나 바보같은 사실은, 내가 예비군훈련을 갔다왔다고 착각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전혀 흐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허상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예비군 생활이 너무나 생생히 기억속에서 떠올랐다.
굵직한 사건들부터 세세한것들까지 모두다..
대체 무슨 일인지 당췌 알수가 없었으나 그마져도 곧 잊혀져갔다.
아마도 도깨비에 씌었거나 헛것을 보았거나 꿈을 꾸었겠지..
너무나 현실같은 꿈을 꿨겠지 하며..
그렇게 현실의 진짜 예비군 훈련도 받고 하며 세월을 보냈다.
취직도 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어느 누구보다 바쁜 20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편이 날아왔다.
예비군훈련 소집이었다.
주소는 3년전 6개월간의 훈련을 받은 그곳이었다.
---------------------------
퇴근시간이 되어서 퇴근합니다. 다음에 2화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