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 게시판에 제 잘못 때문에 빚어진 여자친구와의 소원해진 관계 때문에 글을 썼던 남자입니다. 12월 초에 여자친구의 생일이 있어서 어떤 이벤트를 해줄까 고민고민해보다가 떠오른 것이, 옛날CF에서 봤던 곰 탈 인형을 썼던 남자가 춤을 추던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당장 인터넷에서 탈인형이라고 검색해보니 여기저기 홈페이지에서 탈인형 대여를 해주더군요 다만 이것만으로는 밋밋해서 조금더 생각해보니 영화 '러브액츄얼리'에서 남자가 종이를 한장씩 넘기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스케치북을 사다가 이것저것 적어놓고, 대여했던 탈인형을 가지고 여자친구네 동네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출발했습니다. (아, 그리고 건대역 근처 보석상점에서 곰돌이모양 팬던트[4만원]를 하나 사뒀습니다)
약속시간인 7시..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변장을 하던 저는 머리부분만 쓰면 되는 상황에 부끄러운 나머지 화장실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_-부들부들 떨면서 나갈까 말까 나갈까 말까 고민 하던 중.. 에라 모르겠다! 하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나가자 마자 뒤에서 풉! 하는 소리들이 들리더군요-_-(나쁜 양반들..ㅜㅜ)
어쨋든 이미 출발은 했겠다. 약속시간은 거의 다되었겠다. 기나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출구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대 이게 왼일-_-그 기다란 에스컬레이터에는 수많은 여인네들이 탑승하고있었지요.
처음엔 부끄러워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와 곰이다!" "와 귀엽다~" 이런 말에 왠지 기분 Up-_- 혼자 좋다고 춤추고 인사하고 난리를 -_-.......
이제 에스컬레이터가 끊겼을 무렵-_- 밖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돌아다닙니다. 간혹 저를 발견한 사람들의 눈총--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계단을 내려가자 앞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친구가 있더군요 ㅡ.ㅡ
저라는 것을 눈치 챘던듯 "이게모야~" 하며 웃음짓더군요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 저와 여자친구를 바라보길래 준비했던 스케치북 넘기기와 곰돌이 팬던트를 선물했습니다.
아.. 정말 -_-가슴 두근두근거리고..;; 숨이 막히겠더군요. 하지만 이 이벤트로 여자친구 화는 다 풀렸고, 관계도 예전처럼 돌아갔습니다.^^
#이벤트 어렵다, 부끄럽다 하시는 분들 막상 할 때는 즐거울 거에요-_-)/ 저처럼 얼굴도 안보인다면 익명성 때문인지 더 재밌고 유쾌하더군요-_-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