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에서 만난 그녀(4)

오젠장 작성일 08.11.29 15: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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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어느새 4편이군요....

항상 만나고 일이 생기고 자고 일어나서 그 다음날 쓰니까 기억을 더듬더듬....

 

 

좀 더 서스펜스 있고 재미있게 얘기를 풀어쓰고 싶지만..

워낙 100% 현재진행형 실화다 보니 갈수록 사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좀 너무 "현실성"이 있어 재미가 없어질듯 하네요........

 

 

 

 

 

 

요즘 주중에 대부분의 시간은 그녀와 문자를 하면서 보낸다. 아직은 내가 조금 수줍어서 그런지

전화를 하기엔 용기가 나질 않는다. 또 전화오면 벌벌 떨것이 뻔하니...

 

<점심 시간이네요 ^^ 점심 맛있게 드세요>

 

<이제 곧 퇴근이네요~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등등 사실 별 내용이 없는 말들이지만 그녀는 상냥하게 답장도 잘 보내준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서로 많은 것을 알게 됬다.

 

 

 

그녀는 85년생에 외국과 거래하는 회사를 다니며 운동하고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저녁에 집에 혼자있을때 외로움을 잘타며 일요일 밤에 혼자 드라이브 하는 것이 취미라 한다.

 

매일 7시에 일어나 8시까지 출근을 하며 저녁 9시반에 퇴근해 헬스장에서 11시까지 운동을 하는 것을 보니

내 자신이 참 게으르게 느껴지고 부끄러워진다.....

 

그녀를 보고있으니 왠지 내 자신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되도 않는 음악을 얼마나 언제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나..

언젠가 그녀 앞에서 떳떳하게 설수 있으려면 뭔가 세금을 내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딸칵"

 

3년전에 써둔 이력서를 다시 한번 꺼내 본다.........

 

 

 

 

 

 

이제 한국말로 서로 연락을 하니까 호칭이 참 애매하다. '그쪽' 누구누구'씨' 등 참...

말도 존댓말로 쓰다보니 뭔가 조심스러워 지고 불편해 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뭔가 표현도 다양해지고 애매모호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우리 나라 말이란 참 좋은 언어인 것 같다..이 교묘하게 말에 진심을 섞으며 보내는 문자......

 

 

 

 

 

목요일 저녁에 친구한테 전화가 와 핸드폰을 사러 강남역을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한다.

흔쾌히 승낙을 하고 금요일 오후에 강남역 SHXX 대리점에서 계약을 하고 있는데..

 

<<뚜와우와웅~~따라라라>>

 

발신자 표시. 진.

 

헉!!! 헉!!!!!!!!!!!! 금요일 이 이른 시간에 왠 전화...;;

어떡하지..

어떡하긴 받아야지...

아아 나 한가하게 강남역에 돌아다니는 걸 알면 얼마나 쪽팔릴까....

 

그래도 일단..

 

"네~"

 

이번엔 여보세요 만큼은 피했다..

 

"핼로~ 지금 바뻐요?"

 

"음 뭐 그냥..바쁘진 않고....요.."

 

"오늘 저녁에 뭐해요 ^^?"

 

왠지 눈웃음이 보일것만 같은 그런 목소리..

 

"뭐 특별한거 없어요 ㅎㅎ"

 

"저 오늘 회사 7시쯤에 끝날 것 같은데 얼굴 한번 볼래요?"

 

 

와아...........................만세에..........................ㅠㅠ

난 내가 먼저 약속 팍팍 잡고 멋진 모습좀 보여줄라면 항상 그녀가 선수를 치는 것 같다..

 

 

"네~ 저는 그러면 좋죠~ 어디로 갈까요?"

 

"압구정동 에서 봐요 ^^"

 

"네~"

 

 

 

와..저녁에 약속 생겼다...>_< 라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때르르르르르릉>>

 

뜬금 없는 전화 소리. 모르는 번호.

 

"네 빈씨 되시나요?"

 

"네 전데요."

 

"여기는 XX인데요, 서류전형 합격하셨어요. 면접을 좀 빨리 보려는데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시나요?"

 

 

 

아아...하느님 맙소사.....ㅠㅠ 이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오늘 저녁...어떡하지...? 지금와서 그녀한테 못 나간다고 말은 죽어도 못해....

 

 

"저....죄송한데요 오늘은 좀....."

 

그래..서류전형이야 또 합격할수 있지만 그녀는 다시는 없을거야...

하나를 선택하라면 그녀다..!!

 

"아 그러신가요? 그럼 내일 오전 10시에 괜찮으세요?"

 

 

^-^  급방긋.

 

 

"네! 오전 10시에 뵙겠습니다!!"

 

 

 

 

 

 

저녁 7시 반.. 씨네시티 앞.

여느때와 같이 그녀는 조금 늦는 것 같다. 난 그냥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을 구경하며 기다린다.

 

"많이 기다렸죠~"

 

오늘도 한 20분 늦은 것 같다. 하지만 기다린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20분이다.

 

뒤에서 후광이 비춰지는 듯한 여신 같은 모습에 지루함 추위 모든 것이 쓸려 사라진다..

 

 

 

"아니에요~ 저녁 먹으러 갈래요?"

 

와.. 나도 이제 좀 익숙?해진것 같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여전히 떨리지만

예전 처럼 긴장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왠지 자연스럽게 행동 하는 것이 가능해진듯...

 

 

 

 

 

 

오늘 그녀는 유난히 말이 없다. 그냥 밥을 먹다 나랑 눈이 마주치면 생긋 하고 미소를 지을뿐

나도 워낙 말주변이 없는 지라.. 어색한 침묵만이 흐르며 밥을 다 먹었다.

 

"나 오늘 소주 먹고 싶어요"

 

 

@_@ 휘둥그래

 

 

여자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영 모르겠다. 그래서 둘이 얘기 하며

소주를 먹을 수 있도록 사람도 없고 조용한 소주바(?)를 갔다.

 

 

 

 

 

"사실은 오늘 회사에서도 스트레스 받고.. 안좋은 일도 있고 해서 누군가랑 술 먹고 싶었어요.."

 

그 누군가가 나여서 감사합니다. 라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회사 우리부서 실장이....."

 

여기서 부터는 그녀의 회사에 대한 고충이 흘러나왔다.

아아..이렇게 생긴 애들도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이렇게 생긴 애들한테도 막 대하는 사람이 있구나....

 

왠지 그녀의 어깨를 안고 토닥여 주고 싶었지만 우리 사이에는 테이블 만큼의 거리가 유지되어 있었다.

 

 

 

 

 

 

얼마나 마셨을까.. 나도 술이 얼큰하게 오르고 있었고 그녀도 얼굴이 붉은 빛이 돌기 시작했다.

그녀의 볼에...붉은 홍조같은...아아아아......

아아.......

 

아앗!!! 안돼!! 정신 차리자..이성을 잃으면 안돼...

 

"아 나 너무 취했나봐...."

 

이미 말은 까버렸다...저기 나 너보다 3살이나 많아요......

그래도 말 깔만큼 가까워 지니 행복하네요...^^

 

"나 사실은 말야..딸꾹...안 좋은 일이란게..."

 

 

 

 

....

 

듣기 싫은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나를 압구정에서 처음 봤을때 애인하고 헤어진지 얼마 안됬을때라 그런다.

4년이 넘게 사귀면서 애인이 바람을 핀 얘기..

헤어지고 나서 계속 연락이 오고 집으로 찾아올까봐 무섭다는 얘기..

그런 저런 과거 얘기......

 

 

 

왠지 내 과거에 대한 회상이 보인다.

 

"나 전 남자 친구랑 다시 만나..."

 

"미안..나 너한테 못 돌아갈거 같아..나 사실 우리 빠 사장님이랑..."

 

"나 우리 교회 오빠랑..미안해.."

 

 

뭐 양다리는 아니었겠지만 내가 만난 여자들은 다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떠나버렸다....

 

 

 

 

 

....

 

여신의 모습과

나팔을 부는 천사들

하늘에 흩날리는 금가루

뒤에서 무한하게 비춰지는 후광...

 

 

이것들이 조금씩 사라지며..

 

 

내 앞에는 나와 같은 사랑에 상처도 받아보고

힘들어서 누가 나좀 위로해 달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작고 나약하고 감싸주고 싶은 어린 여자 한명이 앉아있었다.

 

 

 

 

테이블에 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

 

 

 

 

 

손을 뻗었다가 잠시 머뭇거린다... 다시 그냥 테이블 밑으로 집어 넣는다.

 

"힘내.."

 

내가 해줄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다....

 

그래..이것이 전부다...

 

 

갑자기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저기 내일 나 회사 동료들하고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올래?" 란다.

 

 

같이 올래..

같이 올래....

같이 올래.....??!!!!

 

 

 

어쩌지 어쩌지...나야 그녀를 또 볼수 있고 더 알게 될수도 있을 거 같아서 좋긴 한데..

회사 동료들이라면....말그대로 날 판단하러 나오는 여자들일거 아냐...

설마 남자들은 아니겠지...;;;??

 

후...............그래도 거절할순 없다.

 

"알았어..^^"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다..

 

 

"히힛.."

 

술에 취해 눈이 반쯤 감긴 그녀가 웃는다...이걸로 됐어....

 

 

 

 

 

 

어느새 시계는 새벽 4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밖에 나가 택시를 잡아줬다.

 

"이제 집에 가야지..택시 타^^"

 

"타기 싫은데.........."

 

도저히 이건 걱정되서 혼자 보낼순 없다. 같이 탔다.

 

"아저씨 XXX 사거리요..."

 

아니나 다를까 타자마자 잠이 드는 그녀....

아..이 세상 모르고 자는 그녀의 옆모습..너무 아름답다....하암...나도 졸리네..

뭔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지....

 

택시에서 내려 길을 건너니 그녀는 술이 조금 깬 모습이다.

 

"오늘 고마워..."

 

"언제든지 ^^"

 

역시 술이 오르니 말이 잘나오네...하하하하..;;

 

그렇게 보내고 집에 가는 택시를 잡고는 갑자기 생각났다.

 

 

 

....

 

 

 

 

면접!!!!!!!!!!!!!!!!!!!!!!!!!!!!!!!!!!

 

 

 

 

 

 

 

 

 

아아 오늘 면접 완전 종쳤어요 ㅠㅠ 눈은 씨뻘겋고 다크써클은 턱까지..

술냄새 풀풀 풍기며..통과하면 연락을 준다 했는데...아무래도 안오겠죠 ㅠㅠ?

 

 

오늘 회사동료들 만나러 가는데..아 옷을 나 정장을 입고 가야하는지...

걱정이네요.... 오늘 갔다와서 내일 또 글 쓸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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