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온 것 같습니다..

놉은내운명 작성일 11.11.22 01: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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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무리였던 걸까.

 

너무 멀었고, 너무 달랐다.

 

우리 얘기는 영화 같았다고, 그렇게만 생각했지

영화 같아서 현실화가 어렵다고까지는 생각안한 것 같다.

아니, 알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는게 맞는 듯.

 

한 두가지만 달랐으면 좋았을 걸,

이거랑 저거만 괜찮아지면 문제없는 것이었으면 좋았을 걸,

이거만 되면 다 잘될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될 때까지 일어날 자잘한 어긋남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겠지.

 

끼리끼리 논다,

우린 너무 달라,

사랑이 밥먹여주니,

 

그냥 있는 말인 줄,

유행가의 가사인 줄,

영화 속 대사인 줄만 알았던 그 말들이

 

지금 내 상황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다시 깨닫고,

지금까지 내 상황을 너무나도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애매한 이 상황을 차례차례 정리할 능력이 없는,

그녀에게 나를 믿으라고 한 마디조차 자신있게 할 수 없는..

 

가까이 있었다면 달랐을까,

나이가 많았다면 달랐을까,

돈이 더 많았다면 달라질까,

 

그냥 다른 걸까?

무슨 감정을 가질 수 조차 없는 먼 존재로,

궁전 안의 공주님과 시장바닥의 거지와도 같은 거리감에,

 

달콤한 말로 덮을 수 있으리라 자만했었나?

아니면 그냥 회피하려고 했었나?

 

이기적이라면 이기적이지. 

그토록 커다란 장애물을 안고 만나주길 바란 것은 나였으니..

 

우리 사이 커다란 바위를 치워낼 고민은 않고,

저 건너편에서 속삭이듯 꿈만 꾸고 있으니,

눈앞에 바위밖에 안보이는 그녀가

더이상 못버티고 바위를 밀어버려 깔려 죽더라도

굴러오는 바위를 보면서도 슬프지 않은 것은,

애초에 바위 건너편으로 전해지리라 상상조차 못한,

지난 몇개월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기적인 낭만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문득 모니터 구석을 보니,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군요...

그녀와 전화를 하고 나서, 멍해진 머리를 이불에 파묻고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푸념이나 해야겠다고 짱공유에 왔는데, 문득 시간을 보고 '벌써 이렇게 됐나'싶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 것도, 세상에, 추울때였는데, 거의 1년이 다되어 가고 있었네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 때 어찌 그리 용감, 아니 무모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오히려 지금이 슬퍼도 더 슬퍼야 할 상황인데,  처음에 그녀가 안되겠다, 힘들거야라고 거절했을 때, 뭐가 그리 슬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낭만이 현실을 넘을 수 없다는 좌절감에 그리 슬펐떤 걸까요?

고백하고, 거절당하고, 3개월이 지나서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낭만이 현실을 넘었다는 만족감에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가 너무 부족했어요.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러면서도 도저히 당장에는 실현불가능한 것들이 있어서, 어쩔수 없이 가슴에 묻고 불안함을 발밑에 놓고 있자니, 언제나 뒷덜미가 허전한게, 부족한 내 능력으로,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극복할 수 없는 만족감의 부재가 역시 저보다 그녀로 하여금 먼저 지치고, 먼저 내치게 하고 말았군요.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나름 다른 이들을 잘 생각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개뿔이었는것 같아요. 여전히 저밖에 모르는 이기심 쩌는 능력없는 남자인 것 같습니다. 능력이나 좀 쩔어지면 베풀기도 쉬워질 것 같은데 일이 앞뒤가 잘 안맞네요...

 

푸념이 길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좋은 사랑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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