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불편한 여자친구

bungle 작성일 12.09.03 18: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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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유 메인에 장애가있는 여자친구와 관련해서 글이하나 올라와있길래 저도 용기내서 적어봅니다

사실 저한테 좀 충격적이고 고민도 많이된터라 여기에 몇번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했는데 여자친구가 혹시 이 글을보고 상처받지 않을까 싶어서 매번 포기하고 안썼는데요, 이번엔 한번다시 써보려구요

혹시나 염려되서 하는말인데 이글을 어디 퍼나르거나 하진 말아주세요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서론은접구요

만난지 4일밖에 안된 갓난커플입니다. 짱공유에 예전에도 연애상담식으로 몇번 글을 썼었는데, 결국 중간에 관계가 흐트러지고 우여곡절끝에 3개월만에 다시만나 보름만에 커플로 골인했습니다.

 

그친구와 3월부터 지금까지 약 6개월 여를 알아왔습니다. 물론 중간에 3개월정도는 서로 연락도안하고 만나지도 않고 지냈었죠.

제가 그친구가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안 것은 고백하던 날이었습니다. 직설적으론 손이 불편한 친구에요. 한쪽손목 아랫부분이 없습니다.

전 그친구를 6개월동안 알아왔지만 그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제가 눈치가없는편이기도 하거니와, 매일 한쪽손에 남방이나 후드티를 걸치고 나오고, 크로스백을 항상메고나왔고, 핸드폰도 늘상 한손으로 만졌고, 껌이나 사탕같은건 항상 저보고 까달라고 그랬고, 항상 그친구가 왼손에 짐이많으니(옷과 가방) 자연스레 오른쪽에 서서 걸었습니다. 영화를봐도 그친구는 항상 제 왼쪽에 앉았고, 카페에서도 역시 항상 제 왼쪽에 앉았습니다.

진짜 눈치못챈게 병신소리 들을정도로 나중에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수많은 독특하고 이상했던 행동들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솔직히 그러면 안되지만.. 그친구도 힘들게 얘기한거겠지만 전 얘기를듣고 상당히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인데 몸이 불편한 사람이었다니.. 그사실을 몰랐던 제가 병신같았습니다.

그날은 그래도 최대한 충격받은 티를 안내고 고백을 했습니다. 내가 이친구의 한쪽손을 사랑한건 아니니까, 한쪽손이 불편하든 멀쩡하든 이친구는 누가뭐래도 이친구고 내가 느꼈던 감정과 이친구에게 느꼈던 사랑의 본질은 티끌하나 변한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웃긴거죠. 손이 있고 없음에 사랑이 있고 없다는건 말이안되잖아요. 손이 있어도 사랑하는사람임에는 변함없고 손이 없어도 사랑하는사람 그대로잖아요. 이런생각을하며 고백을 했습니다.

결국 그친구는 받아줬고 밤에 집에와서 충격을 다스리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몸이 불편한 친구와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사람인지,

지금은 사랑하지만 세월이 흘러서도 그친구를 평범한 여자친구, 평범한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런지,

주변 지인들에게 여자친구 얘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내가 이친구와 사귀면 얻는게 무엇이고 잃는게 무엇인지 등등

정말 엄청나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 다음날, 급작스럽게 여자친구가 선약이 취소되어서 급으로 만나게됐습니다. 근데 전 정말 쓰레기같은게, 예전에는 제가먼저 못만나서 안달나고 짜증내고 그랬을 정도로 그친구 만나는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사실을 알고나서는 나와서 만나자는 얘기에 가슴이 철렁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아 나는 그릇이 이것밖에 안되는새끼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준비하고 나와서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떻게보면 여자친구의 있는 그대로를 만나는 첫날인 셈인거죠. 몸이불편하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으로 만난거니까요.

그런데 신기한게, 횡단보도에서 걸어오는 여자친구를 보는순간 여태 여자친구를두고 머리싸매며 고민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정도로 여자친구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손? 그깟게 뭐 대수야, 내가 한쪽손 해주면 되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날 그렇게 고민하며 만났던 여자친구는 아이러니하게 가장 사랑스러웠고 이쁜 모습을 하고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가끔 여자친구의 불편한 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덜컥 내려앉고 그러긴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일주일도 안된 새내기커플이라 뭐든 이뻐보이고, 뭐든 감수할수 있을것같고, 뭐든 받아들일수 있을것같은 마음상태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여자친구가 불편하단 사실은 내가 그만큼 더 채워줄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거고, 큰 흠을 안고 시작한 커플이니만큼 더 담백하고, 서로를 위하고, 좀더견디는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첫날에는 머리가 엄청 복잡했었는데, 며칠 지나고나니 사랑이 확고하단것을 다시한번 느끼며 생각이 점점 정리가 되는듯 싶습니다.

 

 

내일은 그친구를 만나는 날인데, 저번과 달리 가슴이 설렙니다. 기다려집니다.

우리 이쁜사랑하겠습니다

 

(재미가없어서 퍼가진않겠지만, 혹시라도 퍼가시는분들은 자제좀 해주세요.. 여자친구에 대한 험담은 없지만 상당히 충격먹을거같으니까 짱공유분들과만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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