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얘기와 애정표현을 원했던 착해빠진 여자와
자기 얘기 하는걸 무엇보다 어려워하는 무뚝뚝하고 등신같은 남자가
10년 넘는 연애를 끝냈습니다.
10년동안 서로 크게 싸워본적도 없고, 너무나 평온하고 잔잔하게 지내왔고, 아웅다웅 귀엽고 소소하게 만나오던 4,000일의 세월이, ‘우리 둘은 너무 잘 맞아’ 라고 절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10년동안이나 기회가 있을때마다, 여자친구가 무뚝뚝한 저를 원망하는 시그널을 많이 보냈지만, 저도 노력한다고 했지만 끝은 여기입니다.
제가 주는 사랑의 방식은 너무나 싱겁고 재미없어서, 여자친구는 그 맛없는 사랑을 10년이나 참고 견뎌가면서 저를 만나줬습니다. 중간에 지쳐 떨어졌을때도 제가 울고불고 사정해서 다시 만났지만, 결국 같은 이유로 끝은 여기입니다.
여자친구가 올해 초에 어플을 통해서 다른 남자를 만났다고 고백했습니다.
제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여리고 착하고 남한테 상처주는 일을 가장 어려워하던 그런 바보같은 사람이, 가장 바람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그런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전혀 믿어지지 않았는데,
전 수긍했습니다.
제 잘못이니까요. 제가 원하는 남자가 되어주지 못했고, 원하는 사랑을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세상에서 제일 바보같이 착한 친구가 오죽하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죄책감이 큽니다.
10년입니다. 전국 방방곡곡 안가본데가 없습니다. 여자친구랑 10년동안 만들어왔던 세상입니다. 여자친구 흔적이 숨도 못쉬게 깔려있는데 잘 이겨낼 자신이 없습니다 사실..
한 한달 전쯤, 전화가 아닌 얼굴을 보면서 여자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전 병1신입니다.
이미 마음이 다 떠서, 언제 헤어지자고 말해야 내가 상처를 덜 받을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던 여자친구한테, 10년만에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한겁니다. 진짜 병1신입니다.
공교롭게도 10년만의 사랑고백을 듣고, 여자친구는 영영 떠나갔습니다.
나이도 40에 가까워지는데 이걸 이겨낼 수 있을까요.
제 청춘과 동일어였던 이 친구를 어떻게 잊고 멀쩡하게 살아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