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졌어요...

삐아코 작성일 12.10.05 0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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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의 내 나이에 처음으로 집에 소주를 사가지고 왔어요.

검은봉지에 소주병이 달그락 거리는게 무척 어색하네요. 다른 사람 만나기는 싫고 그렇다고 이대로 내마음 터져버릴꺼 같아

서  이곳에 글을 써봐요.

 

제목 그대로 오늘 헤어졌어요. 장거리연애를 했었거든요...아니다 오늘 그녀로부터 우리의 연애자체도 부정당했구나..

알게된지는 8개월 정도 되고 만나게 된건 한달 조금밖에 안되네요. 제가 집이 대전이고 그녀가 서울이라 기차 아니면 버스

를 타고 그녀집으로 갔죠. 서울로 향하는 길을 항상 즐겁고 돌아오는 길은 우울했는데 오늘은 서울로 향하는 길도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도 너무 힘이드네요.

 

추석이후로 갑자기 그녀의 연락이 뜸해지고 전화를 해도 뚱한 목소리가 예감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공부하느라 많이 힘

들어서 그렇구나 라고 생각도 해보고 내가 뭘 잘못한게 있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 복잡하더라구요. 자취를 해서 아침에 모

닝콜도 자주 해주고 그랬는데, 어제 모닝콜을 해줄까 하는말에 이제는 안해줘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순간 설마? 라는 생

각을 했지만 좋은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오늘 학교 수업 마치고 그래도 한번 얘기라도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갔어요. 저녁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그런대로 예전의 분위기를 찾기위해 노력했지만 절 거리두려는 그녀의 모습을 쉽게 볼수 있더라구요. 손을 잡고 싶었지만

제쪽을 향한 그녀의 왼손은 그녀의 주머니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이 없네요. 애꿎은 제 오른손은 허공을 휘젓다가 어설프

게 그녀의 어깨를 잡아봤어요. 카페에 있다 밖으로 걸으면서 그녀에게 진심을 듣고 싶어서 얘기를 하게 됐어요. 

 

"나에게서 너가 거리를 두려는거 같다. 네가 도통 말을 안하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사실 그말을

듣고 싶어서 서울에 온거다." 라고요. 

 

그러자 그때부터 그녀에 입에서 막힘없이 이야기가 나오네요. 마치 준비했던것처럼.

"오빠랑 나랑은 잘 안맞는거 같다. 오빠가 내게 하는 우스갯소리부터 모든 행동이 내 맘에 들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오빠랑

안맞는게 너무 많았는데 그동안 참는라 힘들었다. 이제 참을수 없는 지경이 와서 이렇게 오빠와 헤어짐을 원한다"

 

대략 이렇게 말한거 같아요. 그동안 우리는 정말 코드도 잘 맞고 이야기도 잘 통하는 그런사이라고 믿고있었는데..그렇게 얘

기를  듣는데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멍했어요. 그녀가 웃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자주 보고 싶어서 했던

우스갯소리가 오히려 독이 되었나 보네요. 참나..아무말도 못했어요. 이미 그녀의 얼굴표정,손짓,목소리는 이미 나에 대한

정리가 끝난 상태고,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어떤 답변이 나올지 예상이 가능했거든요. 그녀는 이미 저에 대한 정리가 끝났어

요.

 

헤어지는 이 상황에 저를 아기 달래듯이 '인생은 뭐 다 이런거야, 니가 이해해'라는 말투로 위로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 내가 그동안 사랑했던 여자가 이 여자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냉정한 표정으로 " 궁금한게 있으면 아무거나 더 물

어보세요!" 라고 저에게 해맑게 질문하는 그녀에게 고개를 휘저으면서 마지막으로 했던말이 " 이제 집으로 들어가" 였던거

같아요. 왠지 그동안 그녀를 사랑했던 내 마음을 모욕하는 느낌이 들어서 였나.. 잘 지내라는 그런 흔한 말조차 하기 힘들었

어요. 그렇게 그녀는 집으로 들어가고 저는 한동안 그녀의 집앞에서 앉아있었네요. 왜이리 서글픈지.

 

그녀는 이별준비를 이미 다 끝내놨어요. 저는 아직 준비가 안되어있는데 말이죠.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서 그동안 있었던 일

들을 곱씹어보고 그리고 그곳에다 다 버리고 오려고 노력했어요. 눈물에 콘택트렌즈는 다 떨어져 나가고. 눈뜬 장님으로 대

전까지 왔네요.

 

이렇게 될줄은 정말 몰랐는데.저는 아직 이별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질 않아요. 근데 뭐 이제 받아들여야죠.

이젠 여자 만나는게 두렵고 싫고 뭐 그렇네요. 내자신이 너무 작아져서 없어져 버릴꺼 같은 기분이네요..

엉망진창인 제글  읽어주신분이 있다면....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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