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올해 마흔살 노총각입니다. 모쏠은 아니고 7년 전 결혼직전 파토난 이후로 결혼 생각을 아예 접고 살고 있죠.
결혼 직전까지 간 전 여친도 오래 사귄터라 좀 아프긴 했지만, 동거나 다름 없이 지냈고 좋게 헤어진 것도 아니라서 솔직히 해방감이 더 컸습니다.
나이도 많아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귀찮고, 전여친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좋지도 않고 요즘 김치녀니 된장녀니 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여자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진 않습니다.
뭐 사실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게 맞겠군요.
결혼 파토 이후로 섹파 비스무리한 여자는 한 두명 있었는데 딱히 사귀지 말아야지 한 건 아니지만 마음이 가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그 관계를 유지하다 말다 했네요.
술을 전혀 못하는지라 소위 업소 같은 곳은 전혀 가 본 경험이 없습니다.
사회 생활도 꼭 모범생 집합소 같은 곳에서만 해서 그런지 끽해야 고기집, 호프 이런 곳에서만 회식을 해서 업소녀에 대한 환상은 전혀 없고(뭘 알아야 환상이 있죠.) 그냥 텐프로는 연예인 뺨 친다더라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제가 착석 바라 불리는 곳에서 일하는 아가씨를 알게 됩니다.
당연히 바에 간 건 아니고 전 여친과 하던 초딩스런 게임이 있는데 혼자 노는 게 지겨워져서 들어갔던 길드에서 처음 봤습니다.
제가 그 당시 30대 후반이었는데 비슷한 연령대로 구성된 길드를 찾아보다가 들어갔는데 거기서도 나이로 3순위 안에 들게 되더군요, 망할..
이 아가씨는 저보다 10살이 어립니다.
이 길드는 웃긴 게 따로 홈피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강제로 사진 인증을 해야 하더군요.
물론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쫓겨나는 건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이 인증을 했고 이 아가씨의 사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상으로는 이 아래 사진이랑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첨에 게시판의 미리보기에서 얘 사진인 줄 알고 깜짝 놀랬습니다. 클릭해서 보니 좀 다르긴 한데 많이 닮았습니다.
사귀고 나서 해준 여담이지만 지금 다니는 바에서 자기가 에이스고, 오는 손님이나 같이 일하는 애들이 넌 하이쩜오 가도 에이스급라고 한답니다. (뭐 제가 안 가봤으니 판단은 가본 분들이 하시죠.)
저는...그냥 잘생겼다고 하겠습니다. 길드홈피에 인증을 했더니 여회원들 2명이 잘생겼다고 해줬거든요.
그냥 믿을거니까 여러분도 믿으세요.
어쨌든 길드에서 단연 얘는 남자들에게 인기 탑이었습니다.
물론 저를 비롯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솔직히 너무 어리고 이쁘니까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만..
얘는 남자들 뿐만 아니라 여자들과도 굉장히 친하게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해준 말이지만,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너무 질시의 대상이 되었던 지라 여자들한테 되게 털털하고 성격 좋은 듯이 먼저 친한 척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야 덜 피곤하다면서..
이 때는 얘가 바에서 일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 거의 하루 종일 게임을 했고, 저 또한 애인도 없고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래서 퇴근하면 대충 씻고 밥 먹고 거의 게임만 했습니다.
길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지나면 나이 많으면 자연스레 말을 놓는 분위기였는데 저는 그냥 계속 존대 했습니다.
얘를 비롯한 저보다 어린 길원들이 말을 놓으라고 놓으라고 했는데, 알아서 때 되면 놓겠다고 대답하는데 얘가 말하길 말을 놔야 오빠나 저희나 편해지죠 라길래 편하지 말라고 말 안 놓는거라고 했더니 머쓱하게 돌아서더군요.
때 되면 알아서 놓을테니까 더 말하지 말라고 하고 닥치고 사냥이나 하자고 하면서 어린 애들 끌고 같이 재밌게 놀았습니다.
물론 저 또한 얘를 향한 관심의 발로였겠지만 이상하게 잘해주고 싶은 게 아니라 막 대하게 되더군요.
귀여운 아기나 동물 괴롭히고 싶은 심리라고나 할까요?
사심은 언강생심 꿈도 안 꾸니까, 얘는 저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데 -얘 또한 사심은 없었겠죠- 솔직히 좋기보다는 굉장히 귀찮았습니다. 얘랑 저랑 레벨 차이가 많이 나서 얘랑 놀면 저는 재미가 없기도 했구요.
이런 저런 이유로 몇 번 같이 사냥 가자는거 진짜 싸가지 없게, 다음에 갑시다도 아니고 싫어요라고 몇 번을 거절한 게 오히려 얘한테 먹힌 듯 싶습니다.
후일담인데, 말도 안 놓고 별로 친하고 싶어하지도 않고 거절은 재깍재깍 하는 게 너무 얄밉더랍니다.
얘가 그 당시에 가장 많이 들이대는 한 살 어린 남자 길원이랑 -실제 사귀는 게 아닌- 길드내 공식 게임 커플이 되었는데 그 후 로는 더더욱 저의 관심 밖이 되더라구요.
얘는 꾸준히 저보고 사냥터 데려가 달라고 그러는데 저는 남친하고나 가라고 뭐 그런 식으로 대했는데, 한 번은 저랑 레벨이 비슷한 여길원이랑 둘이 사냥을 간 일이 있습니다.
얘랑 저랑 그 여길원 셋만 접속한 상황에서 제가 그 여길원한테 사냥이나 가자고 말했고, 얘가 자기도 데려가 달라는 걸 님은 가봐야 도움도 안되고 죽기만 할텐데 나중에 남친 오면 둘이 레벨 맞는 데나 가라고 했더니 말이 없는 겁니다.
기분 상했나 고민하긴 했지만 솔직히 사심이 없는데 뭔 상관인가요.
근데 저도 참 웃긴 놈이죠, 그 전에 얘가 그리 비싸지 않은 아이템 하나가 필요하다고 흘리듯이 말한 게 있었는데 그게 그 때 딱 생각이 나는 겁니다.
마침 저한테 있어서 여길원과 같이 던전 입구에 갔다가 기다리라고 하고 얘한테 주려고 돌아왔습니다.
왜 다시 왔냐고 시비조로 말하는 얘한테 이거 필요하다고 했죠라고 하면서 아이템을 줬습니다.
이게 지 말로는 전환점이었답니다. 병 주고 약 준 꼴이라나요.
처음에는 얄밉기만 했던 게 이 오빠 뭐지? 하게 만들었다나요.
맨날 싸가지 없이 굴다가 지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챙겨주는 게 자기를 헷갈리게 만들었답니다.
역시 후일담인데, 그 때 준 아이템은 오빠가 나 챙겨준 첫번째 아이템이라면서 간직하고 있더라구요.
그 후로도 몇 번 막 대하고 챙겨주고 그랬죠. 저는 사심이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글 쓰는 지금은 솔직히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얘도 후일 말하길, 제가 싸가지와 당당함의 경계를 절묘하게 타더랍니다. 그래서 선수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길드에 당연히 얘를 막 대하는 남자들도 있었습니다. 근데 걔들은 정말 싸가지가 없게 막 대했다고 하더라구요.
말도 너무 막하고 그래서 비호감인데 이상하게 저는 같은 말을 해도 비호감은 아니었다고 신기하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니가 나한테 관심이 있었던 거 아니냐 그랬더니 그랬을지도 모르겠네 관심이 있으니까 뭘 해도 안 미워보였을수도 있겠다고 하면서 오빠는 나한테 관심 있었던 거 아니냐 그러길래 절대 아니라고 했더니 너 잘났다 그러면서 삐진 척 하는 게 참 이뻤습니다.
아오 이게 아닌데 자꾸 이야기가 다른 데로 가네요. 시간은 없고..
내일 쓰죠.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