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이랑 사귄 이야기 4

NakTA 작성일 14.06.01 0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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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래라고 묻는 말에 낼름 받아먹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하는 일이 있고 스케쥴을 맞춰봐야 하니 그 쉬는 일주일이 언제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만나기 싫으면 관둬라면서도 언제부터 언제 사이에 쉴거라고 하더군요. (그게 연초였습니다.)

근데 주말은 안된답니다.

그래서 제가 평일이든 뭐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데이트 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된다고 했다가 그냥 저

녁 때 만나서 새벽에 들어가는 건 어떠냐고 하네요.

이건 뭐 날 잡아잡수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마음을 숨기고, 근데 그 때 만나서 헤이리를 가게되면 너무 춥지 않겠냐고 물었고 그 말에 고민하는 듯 보이더군요.

그래서 여기서 그냥 질렀습니다. 추우니까 헤이리는 날씨 풀리면 가고 그냥 방 잡고 게임이나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모텔을 염두해두고 한 말인데 얘는 오빠 집으로 오라고? 하고 반문 합니다.

그래서 니가 괜찮으면 우리집으로 오라고 했더니 어디냐고 묻고는 멀어서 싫다고 하더군요. 가까우면 가겠다는 말인거죠.

 

얘네집 근처에 숙박업소를 검색했습니다.

레지던스 호텔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원룸, 오피스텔식 비즈니스 호텔)

그래서 얘한테 이런 곳이 니네집 지척에 있는데 여기서 놀자고 했더니 잠깐 고민하더니 알았다고 피씨는 2대냐고 묻습니다.

레지던스 호텔은 원래 피씨가 없고 무선랜만 있습니다. 저는 일 관련하여 노트북이 여러 대라 2대 들고 가겠다고 하고 만

나서 편하게 게임이나 하자고 했습니다. 편하게를 무척이나 강조했죠.

 

이제 날짜만 남았는데 이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말이 되지 않을 거면 저에게는 오히려 수요일이나 목요일이 나은 상황이라 제가 먼저 던졌습니다.

수요일이나 목요일, 가급적 목요일에 보자고 다른 날은 나도 안된다고 그랬더니 내가 만나준다 그래도 비싸게 구네 하면서

목요일로 최종합의를 봤습니다.

 

그 때부터 일이건 게임이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만나서 덮치겠다 어쩌겠다는 차치하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공유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굉장히 설렜습니다.

제가 얘를 많이 좋아한다고 느꼈습니다.

얘랑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얘를 많이 좋아합니다. 근데 그만큼 미워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첫 만남 날짜가 왔고 7년간 (섹파빼고) 커플이 아니었기 때문에 얘를 기다리는데 교무실에 불려간 학생마냥 엄청나

게 긴장되더군요.

 

제일 걱정은 날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였습니다. 만날 약속을 하고나서 그런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웃긴 건 얘도 같은 걱정을

하더군요. 그래서 전 저도 걱정한다고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오빠는 뭐가 그리 잘났길래 그런 걱정도 안 하냐고

묻더군요. 니가 기대해봐야 마흔살 노총각이라고 그랬더니 그건 그렇다고 내가 미쳤지 이 노땅이 뭐가 좋다고 만나냐고 하

더군요. 그래서 너 나 좋냐고 반문했더니 몰라도 된답니다. 그러면서 너는 나 많이 좋아해야하고 실망도 하면 안된다고 합니

다.

너 사진 도용한 게 아니라면 내가 실망할 일이 없지 않겠냐고 했더니(사실 그 동안 얘 사진 많이 받아서 봤습니다. 이쁘긴 이

쁘더라구요), 너야 당연히 나 보면 좋아할거라고 하면서 사진이랑 비교해서 실망할까봐 걱정이라고 하더군요. 건방진.. 

 

이런 이야기들 하면서 좀 야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과거 여자들 물어보면서 첫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얘가 내가 만약 오빠랑 자면 오빠가 두번째라고 믿지 못

할 말을 하더군요. -지금은 믿습니다. 아니 믿는 게 아니고 확실합니다. 제가 두번째인게..

근데 이미 밝혔듯이 보여주는 모습만 보자는 주의라서 영광이네 그러고 넘어갔습니다.

 

아무튼 얘도 저도 우리가 만나면 그냥은 안 갈거라는 걸 암묵적으로는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차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긴 흑발에 검은색 코트, 검은색 스타킹과 하이힐을 신은 늘씬한 여자가 지나가더군요.

약속 장소를 지나치는데도 그 여자가 얘인줄 한 눈에 알겠더군요.

곧바로 내려서 쫓아갔더니 편의점에 뭘 사러 들어갑니다.

저는 제가 착각했을 수도 있으니 통화를 했습니다. 오호라 전화를 받는 것이 이 여자가 맞군요.

 

아주 솔직한 심정은, 이쁘긴한데 화장이 너무 진해서 술집여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떡칠이라기보다는 어울리게 했는데 묘한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이쁘긴 이쁘더라구요.

(나중에 화장 옅게한 모습을 봤는데 그 후로는 저 만날 때 화장 못 하게 합니다. 진짜 이쁩니다.)

 

통화를 끊고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담배를 고르는 척 계산대에 섰습니다.

얘가 뭘 들고 오는데 커피더군요. 그리고 계산대에 서서 담배를 한 갑 달라고 하네요.

돈 내려고 할 때 제가 불쑥 끼어들어서 이걸로 계산해달라고 했더니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아 뭐야 그러면서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숙이네요. 전 억지로 시선을 맞추며 처음뵙겠습니다. XX씨라고 했죠.

생긴 것과는 다르게, 하지만 익히 알고 있는대로 엄청 쑥스러워합니다. 눈을 피하네요. 귀엽습니다.

 

계산하고 물건 받아가지고 나와서 손잡자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민망해하면서 손 잡는데 찌릿 하더군요, 간만에 여자 손을 잡아서 그런지.

차로 걸어오는 동안 얘는 계속 고객 숙이고 민망한 웃음만 터뜨리고, 저는 계속 눈 맞추려고 하고 그러면서 걸어오는데 긴장

했던 마음이 이제는 뭔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타박을 합니다. 근데 아 왜 놀래키고 그러세요 라고 존대말을 하네요.

제가 적응 안되게 존대말이냐고 평소처럼 하라고 맨날 맞먹지 않느냐고 했더니 또 쑥스러운 웃음을 터뜨리면서 뭐라고 궁시

렁 대는 게 여간 귀여운 게 아닙니다.

 

그러면서 저 담배 좀 필게요 합니다.

담배 피면 긴장 풀리냐면서 차창을 조금 열어주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숙소로 가는 동안 노래 불러달라고 애교스럽게 조릅니다. (이건 처음 만나서 뽀뽀를 할 수 있네 없네 하다가 제가 난 뻔뻔해

서 무반주로 노래도 할 수 있다고 한 게 화근이었네요.)

제 딴에는 시키면 저도 쑥스러워 할 줄 알았나봅니다.

바로 그냥 노래 한 곡 불렀습니다.

제가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렀더니 평소에 듣지 못하던 립서비스를 해주네요, 노래 잘한다고.

근데 웃기긴 웃겼습니다. 처음 만남인데 만나자마자 무반주로 노래를 하는 저나 그걸 듣겠다고 시키는 얘나..

둘 다 킥킥대면서 숙소까지 왔습니다.

 

숙소로 오는 길이 길지는 않았습니다.

근데 그 짧은 순간에 노래 하나로 둘의 분위기가 많이 풀어지고 편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내일 쓸게요. 너무 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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