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가 게임 복귀하고 말해주길, 집안에 좀 복잡하고 힘든 일이 생겨서 게임할 상황이 아니었답니다.
솔직히 돌아올 생각도 없었답니다.
얘가 돌아왔을 때는 한 중소기업에 입사해서 일하고 있던 때인데, 어느 정도 자기 어려운 일 정리 되었어도 게임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들었답니다.
중간에 제가 카톡 친삭 했을 때, 그걸 어떻게 알게 돼서 니가 감히? 하는 생각에 화가 났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잠깐이고 자기 주변 일들이 안정된 후에는 가끔 게임 생각나면 아 그런 아저씨가 있었지 하는 정도였답니다.
(얘 기억에는 제가 되게 당당하고 시크한 사람으로 좀 좋게 포장되어 있었답니다.)
얘가 돌아온 계기가 좀 어이가 없습니다.
저한테 접었냐고 쪽지 보낸 날, 제가 꿈에 나왔다네요.
꿈에서 자기한테 제가 되게 잘해주더랍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는데, 다른 여자가 저를 불렀는데 (꿈에서) 얘도 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제가 냅다 다른 여자에게로 가더랍니다. 그래서 되게 기분이 나쁜 채로 잠에서 깼는데 카톡 친삭해서 열받은 일이 겹쳐 생각나서 기분이 더 나빠지더랍니다.
그런데 기분이 나쁜 것과 별도로 제가 너무 보고 싶고(이건 나중에 실제로 만나서 사귄 후에 해준 말입니다) 잘 사는 지 궁금해져서 연락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쪽지 보냈을 때만 해도 딱히 돌아올 생각이 없었는데 제가 너무 퉁명스럽게 안접었다라고 답 쪽지 보낸 것과 오면 잘해준다는 말에 돌아왔답니다. (전자에는 서운하고 후자에는 약간 기대했다더군요)
아무튼 얘가 게임에 돌아오고 나서는 일사천리였습니다.
제가 전과는 다르게 애정 공세(만나자고 꼬시는거 말고.. 잘 대해줬습니다)를 많이 했구요.
게임 플레이보다도 둘이 게임 내 메신져로 몇 시간씩 대화하고 그랬습니다.
얘한테 제 이미지는 싸가지 없고 당당하고 눈치 안 보는 사람, 되려 자기가 눈치 보게 되는 사람으로 되어 있더군요.
자기는 스스로 소심하고 뒤끝도 많다고 했었는데 저에겐 그런 면이 안 보여서 좋게 봤다고 하더라구요.
그게 다 나이 차이가 10살이니 솔직히 좀 대하기 편했던 건 맞습니다만 얘가 저를 너무 잘 봐주더라구요. 좋구로..
암튼 그 전보다 훨씬 많이, 특히 남녀로서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가까워지다 보니까 게임 내에서는 그냥 애인이었습니다.
얘가 돌아와서 반겨주는 사람들도 많았고 아주 친한 지인들이 없던 것도 아닌데, 제가 접속하면 다른 사람이랑 놀고 있다가도 저한테 쪼르르 달려와서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 오늘 뭐할거냐고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랑 재밌게 놀고 있었으면서) 아저씨가 늦게 오니까 심심하지 않았냐고 재밌게 해달라고 투정 부리는 모습들이 이건 뭐 누가 봐도 제 여친이었습니다.
그냥 만나자고 하면 바로 OK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렇게 또 한 두달 랜선연인으로 지냈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게임을 꺼야하면 누워서 카톡하는데 그 카톡도 또 2시간씩 하고 그랬네요.
다음 날 둘 다 출근해야 하는데..
진짜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주야장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야기가 재밌기도 했구요.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고 목소리가 듣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전화번호 달라 그랬는데 뒤로 빼네요.
나중에 통화하자고 자기 목소리에 컴플렉스 있어서 싫다고 하더라구요. (누가 목소리가 초딩 같다고 했다더군요.)
다른 때 같았으면 아 그냥 랜선연애로 끝이구나 했을텐데 그러고 싶지 않더라구요.
시끄럽고 초딩 같은 지 봐줄테니까 전번이나 달라고 했습니다.
말을 꺼냈을 때 받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달라고 하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밀어붙였습니다.
실갱이 끝에 전번 받고 바로 전화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통화하는 날은 지가 정한답니다.) 전번을 얻어냈습니다.
나중에 통화를 하긴 했는데 게임 메신져나 카톡으로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전화로는 자꾸 금방 끊으려고 하더군요.
신경쓰이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긴 했습니다.
우습게도 무슨 근자감인지 저랑 통화하기 싫어서 그렇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뭐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아, 목소리는 좀 초딩 같더라구요. 그렇게 말한니까 삐져서 한동안 틱틱대긴 하더군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크리스마스 지나면 지금 일 그만두고 한달 쉬고 다른 일 할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무신경하게 알았다고 이직 잘하라 그랬는데, 직장 옮기면 지금처럼 밤새도록 게임 못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저에게 바에 가본 적 있냐고 묻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 저는 당연히 없다고 이야기 했고 자기는 바에서 일할거라고 하네요.
그래서 밤에 일하기 때문에 게임 접속할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정식 바텐더가 있는 바를 떠올리고는 니가 칵테일도 만들 줄 알어? 대단하네라고 병X같은 리액션을 했습니다.
얘는 얼버무리면서 아무튼 게임할 시간 없고 잘 못 들어와도 이해해달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제가 뭐라고 이해하고 말고 하겠습니까, 현실이 훨씬 중요한데.
고대로 말하니까 제가 느끼기에는 좀 서운해하는 것 같긴 했습니다.
전 평일 낮에야 잔다고 못하더라도 주말에는 볼 수 있으니까 별 생각이 없었던거죠.
직장 옮기기 전까지 Me친 듯이 게임하자 그러면서 또 열심히 랜선연애를 했습니다.
근데 또 시기가 시기이고 (연말), 제가 완전히 솔로인 상황이 아닌지라(랜선연애) 얘를 만나고 싶더라구요.
이 의견을 내비쳤더니 처음에는 그래 언젠가는 한 번 보자는 영혼없는 대답을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만나서 뭐하냐고 묻네요, 깜찍하게..
그래서 만나서 피씨방 가서 옆에 앉아서 게임하자고 했더니 막 웃습니다.
그렇게 만나면 뭐할지로 또 몇시간 얘기하고 그랬네요.
최종 안은 헤이리 가서 놀다가 옆에 프로방스 가서 밥 먹고 피씨방 가서 게임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이게 저나 얘나 만날 거라는 생각으로 대화한 건 아닙니다. 뭐 저야 약간은 기대했지만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방구석폐인이랍니다. 나가서 돌아다니는거 안 좋아한다네요.
그래서 제가 그럼 우리집에 와서 놀자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게임 시켜준다고 하니까 내가 널 뭘 믿고 니네집을 가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어디서 맞먹냐고 극존칭하라고 구박하니까 됐다면서 헤이리 가서 놀거라고 하더군요.
(헤이리를 안 가봤답니다.)
저는 이게 기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날은 그렇게 넘어가고 다음 날부터 계속 헤이리에 가면 뭐 구경하고 뭐 있고 산책 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세뇌를 시켰습니다. 얘도 맞장구 잘 쳐주더군요.
그래서 은근슬쩍 가고 싶지? 언제 갈래라고 물으면 언젠가는..이라고 맥 빠진 대답을 하더군요.
마음은 비웠지만 세뇌는 계속 했습니다.
은근슬쩍 손잡고 뽀뽀하고 키스하고 뭐 이런 섹드립류도 간간히 섞었습니다. 다른 건 다 안되는데 손은 잡아줘야 된대요.
자기 힐 신으면 부축 해줘야 한답니다. 그래서 부축하는데 뽀뽀는 해야겠다고 했더니 치사하다며 손등에는 허락한다더군요.
뭐 이런 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사실 저도 당장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실제로 올지도 모를 그 언젠가는에 대비해서 미리 선을 그었다고 할까요?
실제로 만나면 이정도 진도는 뺄거다 하는..
그런데 어느 날 얘가 생각보다 빨리 이직하게 됐다면서 한달을 쉬는 게 아니라 일주일 정도만 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때 만날래? 라고 하네요.
여기까지 자르고 이어서 바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