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급하신 분들을 위한 드래그 : 만나서 했습니다. 만날 때 마다 했습니다. 사귀는데 당연한 거죠 .
근데 안 했어야 합니다. 아니 만나지 말았어야 하네요.
게임에서 있었던 일 일일이 나열하자면 엄청 길어지니까 그냥 축약하면, 말 놓고 친해졌는데 친해지고 나니까 얘랑 노는 게 재밌어서 - 아무래도 사심이 잔뜩 들어갔겠죠- 늦은 새벽까지 같이 놀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둘이 붙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마음이 많이 가더군요. 얘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내에서 아는 사람 중에 서로 제일 친한 사람이라고 했으니까요.
카톡 친추도 했습니다. (이 당시, 카톡으로는 거의 말을 안했습니다. 친추 맺을 당시에 한 인사말고는 게임에서 매일 보니까 카톡으로 이야기 할 필요가 없었거니와 가끔 게임 들옴? 뭐 이런 식으로 보내도 잘 읽지도 않더라구요.)
먼저 번에 썼듯이 길드 내에서 게임 남친이 있다고 했는데, 이 남친이 소심하고 착합니다.
웃긴 게 실제 남친도 아닌데 저랑 둘이 놀다가 겜남친이 들어오면 안 놀았던 척 하고 그러더라구요.
겜남친이 질투를 많이 했답니다. 우습게도 실제 남친도 아닌데 눈치보고 그러는 게 저는 못마땅 하더라구요.
내가 세컨드도 아니고..
친해지면서 사심이 많이 생겼지만 그걸 드러내놓지는 않았는데, 얘가 계속 저랑 몰래 데이트(?)를 하면서 자꾸 겜남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더라구요.
그래서 어차피 실 남친도 아닌데 그만 두면 되지 않냐 그랬더니, 애가 착하고 자기한테 너무 잘해서 안된답니다.
계속 그런 게 반복되다보니 제가 무슨 꼭 남친 있는 여자한테 들이대는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게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았죠.
그 즈음 직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때라 마음이 복잡한 와중에, 게임에서 얘랑 놀다가 또 겜남친 들어오니까 아닌 척 하는 게 갑자니 너무 꼴보기가 싫더라구요.
길드에서 제법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해서 길드에 정도 붙었는데 갑자기 전부 정나미가 뚝 떨어지더군요.
아마 현실의 복잡한 마음과 얘에 대한 서운함이 그런 식으로 발현된 거겠죠.
길탈하고, 길원들 전부 (얘를 포함) 친삭하고 카톡도 삭제했습니다.
얘가 당황하더군요.
자기 땜에 길드 나갔냐고, 그러지 말라고 쪽지가 왔는데, 그걸 보니 솔직히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답하기는 정말 유치하고 그래서 일 핑계를 댔습니다. 그러면서 게임 잘 못할 거라서 나갔다 그랬고 솔직하게 어느 정도는 내가 세컨드 취급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더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대뜸, 오빠 나 좋아하냐고 묻더군요.
이번엔 제가 당황했습니다. 돌아보니 그렇더라구요. 어리지, 얼굴 이쁘지, 대화하다보니 나랑 잘 맞지.
안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머리로는 인정을 안하던 것 뿐이지.
대충, 이쁘긴 한데 너무 어려서 그냥 여동생이나 딸 같아서 정이 많이 갔다는 뭐 말도 안되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차피 나 게임도 잘 못할테고 나중에 너 고수되고 내가 다시 게임 하게 되면 그 때 보자라고 보냈더니, 알았다면서 그건 알겠는데 카톡은 삭제하지말고 다시 친추하라고 하길래 친추는 하겠는데 답 안한다고 뭐라 하지 말라고 좀 비싼 척 했습니다.
그렇게 얘와의 관계는 유지한 채로 저는 게임을 한 달 동안 하지 않고 현실에 몰두 했습니다.
카톡 친추는 돼 있었지만 사실 저는 정신도 없고 인연도 없다 생각해서 말을 걸지는 않았습니다.
얘도 두어번 인사 하더니 제 대답이 시원찮고 대화할 꺼리도 없고 해서 흐지부지 더 이상 카톡 대화도 하지 않게 되었죠.
전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해서 카톡도 친삭을 했습니다.
한 달 후 제 신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궁금하기도 해서 게임하러 들어가서 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얼마 전 게임을 접었다고 하더군요.
뭐 어차피 뭘 시작하던 사이도 아니고 마음에 별 요동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하면 할 수록 미친듯이 얘가 생각나더군요. 대충 써서 그렇지 얘랑 같이 논 시간이 꽤 길거든요.
게임을 하는데 예전 같지가 않은 겁니다. 너무너무 얘랑 같이 놀고 싶어져서 -카톡ID는 간단해서 안 잊어먹고 있었기 때문에 친추를 하고 너 게임 접었다며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좀 복잡한 일이 생겨서 당분간 게임하기 힘들다는 답이 왔습니다만 느껴지는 뉘앙스는 게임을 아예 안 들어올 것 같더군요.
먼저 친삭해놓고 꼬치꼬치 캐 묻는 것도 웃기고, 저 또한 보여주는 만큼만 보자는 주의라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게임 복귀 했는데 너 없으니 너무 심심하다, 나중에 게임 오면 꼭 같이 놀아달라고 보내고 카톡도 더 이상 보내지 않았습니다.
게임도 하긴 하는데 전과 같은 재미는 없어서 하루에 한시간 정도만 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얘에 대한 마음도 없어질 때쯤 쪽지가 한 통 날아옵니다.
'접으셨나'
딱 4글자만 있는 아주 싸가지 없어보이는 쪽지였습니다. 얘한테서 온 거죠.
보아하니 게임에 접속 한 것 같지는 않고 웹페이지로 로긴해서 보낸 것 같더라구요.
갑자기 두근두근 하더군요.
저도 4글자로 화답했습니다.
'안접었다'
몇 시간 동안 안 읽더라구요. 몇 시간 동안 쪽지 수신 확인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간만에 게임에 몇 시간 동안 접속해 있었네요.
앙큼한 게 쪽지 확인을 해 놓고 답을 또 바로 보내지도 않네요? 이것봐라..
다음 날, 그냥 잘 지내시나 궁금해서 보냈다며 저 없다고 울지 말고 잘 놀고 계세요라고 답이 왔습니다.
저는 돌아오기나 하라고 돌아오면 전과는 다르게 잘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답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대할게요, 근데 오빠 나 또 친삭했지?라고 왔습니다.
친추 해놓은지가 반년이라고 쓸데없는 소리말고 오기나 하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약 일주일 후 그녀가 돌아왔습니다.
아오 한 번에 다 못 쓰겠네요.
내일은 꼭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