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 속을 모르겠습니다.

그럴수가야 작성일 15.06.18 02: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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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0대 초반 남자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연애경험 몇 번 있습니다.

단지 여자 마음을 잘 모를 뿐이죠...

 

지난 달 고등학교 때 부터 알고 지낸 친구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만나는 남자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단 더 나가면 안되겠다 싶어 그날은 그냥 헤어졌습니다.

 

그 주에 안부차 먼저 문자 정도 보내주던데 

그건 그 친구 천성이 선해서 그냥 미안해서 그러는 거려니 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진지 5일 정도 됐을 때 새벽에 문자가 왔습니다.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겠냐고 하더군요. 기다릴테니 연락달라고요.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무슨일이 생겼을리 없고

무엇인가 부탁을 하기에는 자기가 거절한 남자한테 할 만큼

개념없는 여자도 아니고

그래서 저 혼자 결론은 확실히 선을 긋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은 만났습니다.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동안 자기에게 고백했던 남자들이 몇명있었답니다.

그때는 자기가 다 연락을 끊었는데 

저는 오랜 친구이고 그래서 차마 그럴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만나서 확실히 하는게 좋을꺼 같아서 만나자고 한거랍니다.

 

제 고백을 듣고 혼란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도 왜 혼란스러운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만나는 사람있는데 오래만났다.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결혼에 대한 확신은 없다.

일을 안 해서 좀 고민이기는 한데 그건 문제가 아니다

이러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했지만 멀쩡히 만나는 사람이 있다하니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저도 답답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그 친구 손을 잡았습니다.

거절하러 나온 사람이니 당연히 뺄 줄 알았는데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친구 뺨도 살짝 쓰다듬었습니다.

그때도 가만히 있더군요.

 

만나는 사람있는 여자한테 이러는거 저도 실수한거 인정합니다.

 

저는 그때 아무 생각도 없고, 머리도 복잡해서 

이런 앞의 정황들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정리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더 이상 제가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강하게 어필하면서 말했던 것도 아닌데

혼란스럽다고 하고 과한 스킨쉽을 했는데 저항하지 않은걸 보면 

마음에 갈등이 있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며칠 후 우연한 자리에서 저도 잘 알고 그 친구를 잘아는 여자 후배를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그 친구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게 잘하는 짓인지 아닌지 고민하다가

그때 있었던 이야기들을 해버렸습니다.

 

후배가 제 얘기를 듣더니 

자기가 아는 이야기랑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저한테 언니가 정말 그렇게 얘기하더냐고 묻더군요.

 

그 남자랑 10년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자가 32살인데 직업이 없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그 남자가 직업이 없어도 상관없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일을 안해서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무슨 말인가 몰랐는데 이 얘기를 들으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군요.

 

두 사람이 평소에 잘지내고 오래만났으니 당연히 결혼을 생각하는 줄 알았고

남자가 아직 자리를 못 잡고 있으니 기다려 주는 거라 생각했는데

남자에게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는 결혼을 늦게할꺼라 말했다는데

저한테 하는 얘기는 자기는 결혼이 늦었다는 뉘앙스를 많이 풍겼습니다.

 

후배도 저랑 같은 생각을 하던데

지금 생각해 보면 거절하러 나온 여자가 자기가 만나고 있는 남자의 단점이 될 만한 이야기나

그 남자에 대한 속마음을 굳이 저한테 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왜 말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저는 취미로 그림도 그리는데 그 친구와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전에 아는 언니가 어떤 분한테 선물하러고 하니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까지 했습니다. 왜 굳이 거절하러 나온 여자가 남자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또 연락하고 만날 수 밖에 없을텐데

이게 던져 준 건지 아니면 생각을 깊게하지 못한건지 아니면 친구사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확인차 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후배와 헤어지고 며칠 후 새벽 1시 50분 쯤 그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제가 졸업한 대학을 갈 일이 있어 들렸다고 하네요. 생각난답니다.

제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공부는 잘 되냐고 묻더군요.

 

여기서 뭐가 생각났다는건지 확실히 밝히진 않지만

저희 둘이 한번 그 학교에 갔던적이 있었던걸 말하는거 아니면 제 얘기가 아닐까 하네요.

 

고민하다가 3시에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또 문자가 왔습니다.

그리고 1시간 넘도록 문자로 대화를 했습니다.

일부로 그냥 가벼운 대화만 했습니다.

 

친한 몇 분이 앞에 정황들과 여자가 먼저 새벽에 문자 보낸걸로 봐서 확인할 필요도 없으니

강하게 나가라고 하는데

 

만나는 사람있다는데 내가 이러면 안될꺼 같기도 하고

그 친구도 갈등이 생겨 부담이지 않을까 하구요...

 

그 친구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르는 상태인가 싶기도 합니다.

괜히 잘 지내는 사람한테 갑자기 끼어들어서 혼란을 준게 아닐까 미안하기도 하구요.

 

10대 시절부터 늘 어른스럽고 신중한 사람이었고,

모두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라

어느 부분에서 의미부여를 해도 될지 말지가 어렵습니다.

대체 무슨 마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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