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뇽하세요. 지난 10월에 동료 여직원한테 고백했다 차인놈입니다 ㅎㅎ
그 친구랑은 뭐 껄끄러운거 없이 여전히 농담 따먹기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괜히 말 걸거나 하진 않지만 ㅋ
어쨌거나! 그 친구에게 확실하게 너 같은건 싫다(농담 ㅎ)라는 답을 받은 후,
제가 자주 가는 작은 동네 서점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금요일 저녁에 영화를 틀어줍니다.
영화를 보고 사람들끼리 뒷얘기도 하는 오붓한 공간(프로그램?)인데요.
거기에서 만난 처자하고 연락이 돼서 어찌어찌 연애까지 하게 됐어요.
그날 뒷풀이를 셋(나, 남자1, 그 처자)이 아침 첫차까지 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번호를 땄는데,
번호를 주면서 꼭 연락주세요~하더라고요. 뭐 그렇게 돼서 연락하고 그 후에 이틀에 한번 꼴로 만나고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게 됐죠.
진짜 사람들은 연애를 어떻게 그렇게 잘 하고 다니지?했는데 뭔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거에요.
정말 내가 바라는 자연스럽게 만나고, 서로 뭐라할 것도 없이 연애까지...
이상하게 처음이 순조로워서인지 만나고 나서 얼마 안돼서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ㅎ;
10월 말부터 만나서 약 두달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세번 정도 서로 입장차이를 확인하는 아웅다웅이 있었어요.
첫번째는 만난지 1달?도 안됐을 땐데, 그 아이도 영화를 좋아하고 저도 영화를 좋아해서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죠.
러빙 빈센트라고 유화풍 애니메이션 작품인데, 평일 저녁 8시 멀지 않은 극장에서 만났죠. 먼저 저녁을 먹었구요.
근데 이날 뭔가 엄청 피곤한건 아니었는데, 제가 앞 뒤 10분 정도를 빼고 중간은 그냥 계속 졸거나 그냥 맘을 놔버렸어요.
내가 보자고 했는데...ㅋ 암튼 그렇게 앞뒤만 보고 나오면서 내가 보자고 했는데 되게 민망하다며 말을 했죠.
그리고 담날 또 출근해야하기도 하고 내딴엔 영화보면서 잔게 너무 민망해서 ㅋㅋ 별 말 없이 그냥 집에 가야지하고는
극장을 나와 지하철 역으로 나오는데 얘가 뭔가 되게 표정이 그런거에요.(원래 표정관리가 잘 안됨. 그래서 오히려 좋을 때도 있음)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오빠는 나랑 있으면 피곤한거 같다고.
그리고 오빠 연애에서는 자기가 빠져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솔직히 이때 좀 어안이 벙벙했죠. 그리고 어색하게 헤어지고 집으로 와서 카톡으로 좀 얘기를 했죠.
뭔가 저는 예상도 못한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지하철 역에서 몇분간 서 있으면서 그럼 카페가서 얘기하자니까
자기랑 같이 있는거 싫어하는 사람이랑 뭔 얘기를 하느냐고 등등...
암튼 제가 연애고자이기도 하고 그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할지 모르겠어서. 한참을 그렇게 바라만 보고 서 있다가
그냥 될대로 되라 하고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하고 왔죠.
그리고 카톡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서운했던 걸 몇가지 얘기하더라구요.
그렇게 얘기하고 이래이래서 이랬다 뭐 풀긴했죠.
근데 그 과정에서 제가 좀 솔직하게 얘기한게 있는데.
지금이 연애 초기이긴 한데, 난 좀 늦게 달아오르는 사람이라 뭔가 다른 사람들 초기처럼 엄청 애틋한 감정은 아니다.
설렘도 물론 좋지만 지금 너랑은 편안한 느낌이고 뭐 그렇다. 이런 얘기를 했죠.
아무튼 첫번째는 뭐 엄청 큰것도 아니고 그냥 서로 서운한거 얘기하는 정도라 넘어갔고,
두번째는 나름 중요한 문제였죠.
만난지 한달도 안돼서 잠자리를 가졌어요.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고, 엄청 좋진 않지만 저는 집에 프로젝터가 있어서 분위기 있게 영화를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요리도 해주고 영화도 보자하고는 집으로 초대했죠. 자연스럽게 그날 잠자리까지 했구요.
그 후로 주말에 한주 건너뛰고 세번 연속 울집에서 데이트 했어요. 중간에 감기걸려서 곯곯대던 한번 빼고 요리 해줬고요.
암튼 집에서 데이트하니까 당연히 잠자리도 했죠.
저도 여자랑 많이 자본거 아닌데, 이 아이는 첫경험이라고 하더라구요...(나이 적지 않음)
내가 신기하다고 했엇는데, 이것때문에 나중에 뭐라 그러더라구요.
사실 남자는 나이 많이 먹어도 동정일 가능성이 있잖아요. 업소에 가지 않는 이상. 저도 29살인가? 그때가 첫연애 첫경험;;
근데 여자는 대게 남자들이 많이 들이대서 남자보단 그 부분에선 훨씬 일찍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얘기했죠.
암튼 이게 문제가 아니라! 그 친구가 처음 하고 난 후 많이 아프다고 하더라구요. 속도 울렁거리고 아래도 아프고.
내몸이 아니라서 저는 그냥 딱 할 수 있는 걱정까지만 했었죠. 인터넷에 청겸험 휴유증같은거 찾아보면서
뭐 이런이런 증상이 있는 것 같으니 안심해라 등등 남자랑 여자랑 속궁합이 안맞으면 아플 수도 있는데
나랑 안맞는건가?라고 농담도 던져보고 계속 그러면 같이 산부인과 가자했죠.
근데 그렇게 아프다고 하면서 산부인과 같이 가자고 하니 정작 본인은 갈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 별말을 안하더라구요.
암튼 그러고 나서 얼마 있다 금요일에 다른 곳에서 데이트하는데 오빠는 나랑 주말에 집에서 하는 데이트 말고
나랑 다른거 하고 싶은거 없냐고 묻더라구요.
(그 전에도 다른 날에 한번 나 오빠랑 하고 나면 좋기는 한데 아프다고...)
그러면서 아프다고 하지 말자고 하면 오빠는 자기 안만나줄 것 같다며... 말을 못 꺼내겠다고 하더라고요.
하면 좋은데, 하고 나면 찢어질 듯 아프다. 뭐 그런...
내 몸이 아니고, 집으로 초대하고 자연스럽게 무드가 이어질 때 강하게 거부하거나 진지하게 얘기하지 않았어서
사실 저는 그냥 왜 잠깐 아프고 사라지는 통증정도로만 생각했엇죠...
근데 많이 아팠나봐요.
그리고 그거랑 연결해서 결혼이야기도 나왔었죠. 뭐 결혼을 하자라는건 아니고,
결혼할 생각 있냐고 물어봐서 나는 없다. 뭐 나중에 생각이 바뀔 수는 있는데 기본적으로 비혼주의자이다라고 했더니.
그날 저녁에 집에서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주면서 표정을 보니 또 어둡길래 물어보니까.
그때 얘기하더라구요. 오빠랑 하는거 좋은데 아프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등등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아마 결혼 생각도 없는데 이렇게 남자랑 잠자리를 계속 가져야하는지 모르겠다라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럼 혼전순결이냐라고 물어보니 그건 또 아니라고 하구요.
아무튼 이런 상황이엇습니다... 여친이 아파하는데 제가 좀 무던했던 이유도 있었고요.
이 친구는 지금 집에서 엄청 독립하고 싶어해요. 결혼을 일찍 하고 싶어했답니다. 그런데 나이도 있고...
나랑 만났는데 내가 결혼할 생각도 없다고 하니 아픈거랑 + 결혼생각없는 사람 = 잠자리하는거에 대해 다시 생각
하게 되는 수순으로 발전한 것 같아요.
이게 한 2주 전인가? 있었던 일인데, 저도 솔직하게 얘기했음다...
둔감했던거 미안하긴 한데,
자는거 좋아하는데 너가 싫다고 하면 그래 그럼 하지말자라고 가볍게 넘길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 나의 연애관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죠... 암튼 그렇게 얘기했고 며칠 답이 없길래 그냥 헤어지나보다 했느데
일주일 있다가 연락이 오더라구요...(사실 저는 연락도 없고 해서 헤어지는 주 ㄹ알았죠)
전화로 얘기하면서 나는 내 부족함이나 모자람에 대해 계속 얘기하면서 그걸 물어봤던거 같아요.
난 이런데 넌 견딜 수 잇느냐?
사실 전 관계에 있어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좀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요. 문제가 뭔지를 찾고 서로 맞춰가려고
노력해야하는데 그냥 문제를 분석하고 파악만 했지. 거기서 끝이거든요.
이건 제 유년의 영향이기도 한데, 우리 부모님이 엄청 사이가 안좋았어요. 문제는 술고래였던 아빠였지만 아무튼
어떤 관계가 있을 때 조금이라도 뭔가 틀어지게되면 그 모습에서 부모님의 그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아 이건 연인이나 친구, 아무튼 지속될 뭔가가 아니야 하고 확 뒤돌아버려요. 이게 무슨 경계성 뭐시기라던가;;
암튼 전 사람 사이에서 어던 사건이 있을 때 딱 그래요. 그래서 그런 얘기하면서 너랑 그런 일 있을 때도
난 아무것도 못했다. 난 그런 사람이다라고 계속 어필했더니 그 친구가 오빠는 안된다는 얘기만 계속 하고 있다고.
그래도 노력해보자라는 말이 듣고 싶었나봐요. 근데 저도 얘기를 하다가 이거 매번 이러면 진짜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이겠다 싶어서 그래 내가 노력해볼게라고 하고는 다시 만나는 걸로 됐어요...
잠자리에 대한 문제는 그냥 쏙 들어가버렸죠. 결과없이 그냥... 뭐 나중에 자연스레 다시 해서 어떻게 할지
하면 되겠다 싶었고, 당분간은 그냥 잠자리 하지 말자.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뭐 이런 생각으로요.
아무튼 매끄럽지는 않지만 그렇게 두번째 문제는 넘어갔고요.
마지막으로 지난주에 있었던 세번째...
이 문제는 단순하게 어느날 있었던 헤프닝은 아니구요. 뭔가 근본적인 문제에요.
이 친구가 지난주에 사무실에서 제습기를 설치했대요.
건물이 오래돼서 결로현상이 생긴다고 온풍기, 서큘레이터가 있는 낡은 사무실 안에 제습기를 틀었는데
건조하고 얼굴이 땡긴다고 월요일부터?금요일까지 계속 얘기하는거에요.
저는 할 수 잇는게 리액션해주는 것 밖에 없었죠. 같이 상사 욕해주고 미스트 뿌려라 등등
근데 이게 대화의 흐름이 80%가 이거니까 뭔가 내가 다 지치더라구요...
지난주 화요일에 그 친구가 예매해서 재즈공연 재밌게 보고 왔고
(사실 그날 저녁 공연 전에 밥 먹었는데 그 때도 계속 그 얘기만 했음...)
주말은 크리스마스니까 만화카페가서 죽치고 있자고 했었죠.
아무튼 가끔 책 얘기, 영화 얘기 빼고 그 얘기만 들으니까 내가 노이로제 걸리는 느낌이에요.
왜 여자들은 그렇게 얘기하면 풀어지는지... 제가 사실 리액션이 좀 많이 부족하고 그래서
사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막 맞장구치면서 풀어주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거나 그러지 못해서
그냥 듣고만 있거든요. 그걸 일주일 내내 하고 있으니까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아까 근본적인 문제라고 했는데,
단순하게 지난주에 그 사무실에서 제습기를 설치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집에서는 구박을 받는다고 해요. 특히 엄마가 많이 뭐라 그러고(어렸으 때는 맞기도 했대요...)
그래서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대요. 벗어나려고...
그리고 2번째 문제로 전화왔을 때도 통화하면서 계속 울더라구요.
울지 말라고. 많이 울었냐고 하니 그렇다고 계속 그러니까 집에서도 뭐라 그래서 창문으로 뛰어내래려고 했다고...
사실 저도 기본적으로 우울한 사람이고, 이 친구를 눈여겨 본 것도 아픔이 있는 아이라서 좋아했어요.
그냥 다른 사람한테도 그런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난지 얼마 안돼서 이런저런 얘기 많이 했어요.
그만큰 내가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구나. 그리고 저는 제 개인적인 숙제가 있는 사람이라
아파하는 사람 보듬어주고 위로해주고 싶은 사람이어서 뭔가 나한테 맞는 사람을 만났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연애이긴 한데 위에 얘기했다시피 막 설레고 그런것보다는 전 뭔가 이번에 이 아이랑 만나면서 구원을 받고 싶었어요.
세상이 연애가 몇가지 종류인지는 모르겟느데, 사실 제가 하려는건 일반 사람들이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겠죠.
개인적인 숙제를 연애로 포장해 해버리려는게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같이 하는거죠.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는
관계를 해 나가면서 시시각각 바뀌는거겠고, 일단 저는 그런 숙제가 있다는걸 이 아이와의 만남을 통해 계속해서
숙지하고 제 결핍을 채우려고 노력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건데, 이 이야기는 위에 두번째 문제에서 이미 얘기했어요.
아무튼 이 친구는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못참는 성격인거 같더라구요. 아니면 실제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스트레스가 크거나...(그 친구의 상황이 놓이지 않으니...)
집에서도 그렇게 구박을 받고, 사무실에서는 저 문제 포함해서 자기는 그냥 하녀 같다며 존재감 없다는 투로 계속 말하구요.
처음에 얘기를 들었을 땐 보듬어줘야지 했는데, 내가 한계가 있더라구요.
그렇게 힘들어하는 이 친구를 보는 것도 힘들고, 그 친구가 내편인 것 같다는 나한테 말했는데
뭔가 그게 풀어지는게 있으면 듣는 나도 견딜만 할텐데 같은 강도의 문제들이 반복해서 저한테 오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몇몇 여자들한테 상담을 했는데, 한 명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감정쓰레기통이라고.
뭔가 내가 벽인 느낌인거에요. 그렇다고 내가 맞장구를 엄청 잘 치는것도 아니라서 자괴감이 들더라구요.
핑퐁게임처럼 문제들이 내 벽에 튕겨서 다시 오는거에요.
내딴엔 난 아무것도 아닌가? 그렇게 얘기하면 좀 풀어지면 좋을텐데...
그리고 최근엔 회사 그만둘까?라는 말까지 하더라구요. 원래는 그냥 넋두리만 했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금요일날 저도 좀 몾 참겠어서. 또 그 얘기를 하면서 사무실에서 울었다고 하더라구요.
아 근데 저도 참 모지리지, 저는 이번달까지 사무실에서 일해요. 마감도 있고 정리해야할 것도 많아서 금요일도 8시 넘게까지
일하다 집에 갔거든요. 암튼 저도 좀 여유가 없는데, 그렇게 사무실에서 울었다고 하길래 그냥 '그만둬'라고 말했더니
너 힘들어하는거 보는 것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라고 했더니,
갑자기 그럼 그만 헤어지자라고 하는거에요...
원래 여자들은 이렇게 하소연하면 맞장구쳐주길 바라나요? 남자들은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고 하던데...
그전에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 얘기했을떼 슬쩍 그런 얘기는 했거든요. 나 같으면 그만둔다. 근데 너는 네 상황도 있고,
(그 얘기를 하니까 자기는 이직하는거 힘들다고 뭐 그런...)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랬다가 이번에는 나도 뭔가 한계에 다다랐는지 원래 카톡으로 대꾸 안할라고 했는데,
일하다 말고 그 얘기를 했죠...
그렇게 걔가 헤어지자고 한마디 던지고 별 말은 없고...
암튼 저도 구구절절 얘기를 했어요. 내가 힘든건 맞는데 그냥 단순하게 너가 그러는게 싫어서가 아니라
너가 힘들어하는걸 보는게 나도 힘들다. 너 지금 일주일째 이 얘기만 하는데, 그만두자.
나도 이번달가지 일하는데 같이 그만두고 나랑 어디 여행이나 다녀오자.
가서 앞으로 뭐먹고 살지 얘기 많이하자 암튼 이번엔 그냥 회피하기보단
나름의 노력하는 모습까지 어필했는데,
아직 답이 없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흠...
아니 나이가 좀 있긴 한데 연애초기에 알콩달콩하기 바쁘다는데...
연애연애 노래를 부르던 내가 정작 그럴만한 그릇도 못된거 같은 느낌이 커서 상심이 더 큰 것 같네요...ㅜㅜ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서셔 감사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