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았다

쇼동쇼동 작성일 08.05.21 11: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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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중탐사팀, 한강에서 '58년전 美軍유해 찾기' 착수

"단 1%의 가능성도 쫓는다"… 당산철교부터 수색

최정예 요원에 최첨단 장비… 인류학자도 참여

20일 오전 서울 한강 당산철교 아래. 강물은 평소 때와 다름없이 초속 1m 정도의 속도로 잔잔하게 흘렀다. 며칠 전 내린 비 때문인지 좀 탁해 보였다.

강 한가운데에서 고무보트에 나눠 탄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공기통을 멘 외국인들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이들은 6·25전쟁 때 추락한 미군 전투기와 전사자 유해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합동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 사령부(jpac)' 소속 수중탐사팀이었다.

이 팀은 잠수요원 9명, 폭발물처리담당관과 인류학자, 항공기 전문가, 행정요원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수중 음파탐지기인 '소나(sonar·sound navigation and ranging)'와 금속탐지기, gps(위성항법장치) 장비 등을 동원해 탐사작업을 벌였다. 소나는 물 속에서 음파를 발사한 뒤 돌아오는 것을 분석해 '어떤 물체'가 있는지 찾는 장비로 바다에서 잠수함을 찾아낼 때도 사용된다. gps 장비는 소나와 금속탐지기 등이 물 속에 어떤 물체가 있다고 판단하는 장소를 정확한 좌표로 표시해준다.

jpac 관계자는 "이 장비들은 진흙이나 모래 속 1~2m 정도에 파묻혀 있는 것도 찾아낼 수 있다"며 "팀원들은 어제 소나와 gps 장비 등을 이용해 잠수요원들이 '직접 살펴 봐야 할' 곳을 미리 선정해 놓았다"고 말했다.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함께 공동 작업을 벌이는 jpac 수중탐사팀은 이날 한국군 특전사 수중팀 10여명의 도움을 받아 수심 8m 한강 바닥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미군 전사자 유해 발굴작업은 이미 전쟁 때 시작됐지만 jpac이 한국에서 수중 유해 탐사작업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강에만 네 곳에 전투기 추락

jpac 수중탐사팀이 이날 작업을 벌인 곳은 한강 밤섬과 당산철교 사이 강 바닥이었다. 이들이 찾는 것은 '타이거캣(tigercat)'으로 불렸던 f-7f 전투기. 2차대전 막판에 개발돼 미 해군·해병대 소속으로 한국전에 참가한 함재기다.

전사(戰史)에 따르면 이곳 주변에선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을 전후로 미군 폭격이 많았다. 또 서울 수복 직전인 9월 22일 지금의 한남대교와 행주대교, 당산철교 인근에서 미 7사단과 해병대의 도하(渡河)작전이 있었다고 한다.

윌리 우즈 수중탐사팀장은 "당시 목격자와 전사 등에 따르면 한강 밤섬 근처에 f-7f 전투기 한 대가 떨어졌으며, 그 비행기에는 조종사와 레이더 관제사 등 2명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기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변 1㎞ 지역을 꼼꼼히 찾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은 정확한 탐사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민간인들이 발굴을 하겠다거나 호기심 등으로 달려들어 유해나 유류품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jpac은 이달 말까지 한강대교를 중심으로 하류 쪽 4㎞, 8㎞, 12㎞ 지점과 상류 쪽 10㎞ 지점 등 네 곳에서 탐색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 일대에서 f-7f 전투기 네 대가 추락했으며, 비행기마다 1~2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jpac은 이미 3~4년 전부터 이와 관련된 기초 조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 팀장은 이번 탐사작업에 결실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전쟁 이후 수많은 홍수와 급류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는 "추락 전투기가 물에 완전히 휩쓸려 갔을 수도 있고 깊은 뻘 속에 파묻혀 있을 수도 있다"며 "아직 전투기로 추정되는 물체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강에서 많은 준설공사가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그런 작업을 했을 때 미군 전투기나 유해와 관련된 유류품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까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탐색작업은 쉽지 않았다. 물 속 시계(視界)가 불과 1m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색팀은 어려운 작업에 대한 불만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jpac 관계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는 그가 죽었을 때 유해만이라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캄보디아에서 발굴 성공

jpac 수중탐사팀은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항공기 전문가는 추락한 비행기가 어떤 종류인지를 파악하고, 폭발물 처리 담당은 비행기에 있을 수 있는 폭발물을 처리하는 것이 임무다. 또 인류학자는 유해의 일부라도 발견될 경우 이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맡는다고 한다. 이번에 참가한 인류학자인 리처드 윌스씨는 "미군 유해 발굴작업에는 반드시 인류학자 한 명이 참가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전투기 잔해가 발견돼도 이 팀이 즉시 인양작업이나 유해 발굴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jpac은 수중 유해 발굴작업을 할 때 일단 수중 탐사를 한 뒤 비행기 잔해 등이 나오면 인양 장비 등을 갖춘 발굴팀을 다시 파견, 본격적인 발굴작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우즈 팀장은 "jpac은 이미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서 수중 유해 발굴을 성공한 적이 있다"며 "우리는 미군 전사자 유해가 있을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jpac(joint prisoner of war/missing in action accounting command)은?

미국 하와이에 있는 '합동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 사령부'. 2003년 10월 cil(중앙유해신원확인소)과 jtf(특수임무부대)를 통합해 창설됐다. 직제상 태평양사령부 소속이나 실질적으로는 국방부가 통제한다. 2차대전과 한국전쟁, 월남전, 걸프전 등에서 사망한 미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감식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부대의 모토는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이며, 부대 휘장에는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라는 문구가 있다. 해군 소장이 부대장이며, 전 세계에 18개 발굴팀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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