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블랙호크 다운 영화를 본 후 병사의 시점에 대하여 글을 올렸었습니다.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런 의견의 충돌이 생기는 것은 역시 군대란 조직의 특수성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군대란 살상무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살인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지요.
합법적으로 무시무시한 폭력을 집행하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군인들은 계급에 따라서, 자신의 상관에게 충성하며 그 명령을 따를 의무를 가집니다.
이 의무가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에 따른 관점이 바로 갈등을 낳는 원인이라 봅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이 의무는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복종한다는 원칙이 서있지 않을 경우 그 효과는 너무 지나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본다면, 실전 상황에서 대단히 위험한 임무들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적 후방의 교란을 위한 특전사 투입이라든가
양 군이 대치한 상황에서 척후병을 포인트맨으로 투입하는 것 등이 있겠지요.
이러한 임무는 사망률이 대단히 높은 임무입니다.
누구라도 하고싶을 리가 없지요. (죽음의 공포...)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명령을 받으면 반드시 해야만 하지요.
물론 이러한 위계질서가 어긋난 방향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나치스의 홀로코스트가 좋은 예이죠.
홀로코스트를 집행한 독일인들....
과연 그들이 피에 굶주려서 그렇게 했을까요?
어린아이, 노인, 여인을 무참히 죽인 그 독일인들은
누군가의 부모이며, 자식이며 남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주어진 명령에 따라 이를 수행한 것이지요.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이러한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전이라는 극한 상황에서조차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명령체계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명령 엄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군대나 병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괴력이나 신속성 등보다는
바로 어떠한 경우라도 체계대로 동작하는, 즉 신뢰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파괴력과 신속성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신뢰성이 더욱 중요하죠)
참으로 비인간적입니다.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을 군인은 수행해왔죠.
인간이 될 것인가, 군인이 될 것인가....영원한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클라우제비츠의 Vom Kriege (전쟁론)에서 강조되듯이 전쟁은 군인만이 아닌 민/관의 후방지원
즉 국가 전체가 전쟁을 수행하는 총력전의 양상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군의 공격대상은 적군만이 아니라 그 군을 지원하는 모든 자들로 변하였지요.(2차대전의 비극)
지금도 시에라리온을 비롯한 아프리카 부족간의 싸움은 군대간의 전투라기보다는
상대세력 내의 부족에 대한 학살과 이를 통한 공포심 조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손자병법에서 이르듯 싸우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어쩔 없는 경우는 싸워야만 합니다.
이렇게 싸울수 밖에 없을 때에는 적의 피해는 최대한으로, 아군의 피해는 최소한으로가 원칙이 되겠군요.
유사 이래...아니 인류가 생겨난 이래 싸움은 그친 적이 없습니다.
세계대전을 겪고 난 이후에는 잠잠해졌는가 하니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대규모 전면전만이 없을 뿐....살육은 여전히 그칠 줄 모릅니다.
현실이 이러하다면 어떻게든 타협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평화라는 이상은 분명 위대한 것이나
일단 나와 내 전우,가족, 나라를 위해서는
다소 비정해질 필요조차 있다는 제 허접한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쓴 글인데도 재미없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