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상일]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4성 장군이 탄생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앤 던우디(56·중장·사진) 육군 군수 부사령관을 대장 보직인 군수사령관에 지명했다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23일 밝혔다. 던우디 중장이 상원에서 인준을 받으면 미군 사상 첫 여성 대장이 된다.
게이츠 장관은 “던우디 장군이 4성 장군이 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역사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던우디 장군의 33년간 군 생활은 탁월한 지휘력과 임무에 대한 헌신으로 빛났다”며 “국방 분야에서 여성이 귀중한 헌신을 하고 있고, 위대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에선 여성이 전투 보직을 맡을 수 없다. 법이 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이 되려면 전투 보직을 맡아야 하는 만큼 여성이 대장이 되는 길은 법에 의해 사실상 원천 봉쇄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병참 전문가인 던우디 중장이 대장으로 승진한다는 건 군에서도 '유리천장(glass ceiling·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깨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패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이날 던우디 중장의 진급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오늘 미국에서 또 다른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승복 연설을 하면서 “비록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대통령직)'을 깨진 못했지만 거기에 1800만 개의 균열(1800만 표 획득을 의미)을 남겼다”고 강조한 바 있다.
던우디는 1975년 뉴욕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뒤 바로 육군에 입대했다. “집안이 증조할아버지부터 조카까지 5세대에 걸친 군인 가족이기 때문에 군에 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처음엔 2년만 복무하려 했으나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꼈기 때문에 그냥 눌러앉았다”고 밝혔다.
던우디는 대장 승진과 관련해 “나는 유리천장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가정에서 성장했다”며 “이번 결정은 군복을 입으면 남자든 여자든 모두에게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주로 병참 분야에서 일했다. 91년 걸프전쟁 때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종 물자를 전투부대에 지원했다. 그는 유공훈장·무공메달 등 8개의 훈·포장을 받았다.
미국에서 여성 대장이 탄생하는 건 70년 첫 여성 장군(애나 매 해이스)이 배출된 지 38년 만의 일이다. 현재 육해공군에서 활동하는 여성 장군은 57명이다. 그중 중장은 육군 2명 등 5명이다. 예비역 여성 장군은 47명이다. 여성 미군 숫자는 19만4000여 명으로 군 전체의 14%를 차지한다. 2003년 3월 이라크전이 시작된 이래 97명의 여성 미군이 현지에서 활동하다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