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휴가를 다녀왔더니 신병이 곧 우리중대로 배속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을 계획했다. 다른 이등병 모자를 쓰고 신식체육복을 입고 애들한테 '야 나 이등병이야 그렇게 대해' 라고 하고선 침상에 각잡고 앉았었다. 불끈진주먹이 무릎에 가도록
애들이 작업나간 썰렁한 오전 내무실... 마침 본부계원이 신병을 데리고 내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본부계원 후임은 나를 보고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씨익'웃으며 신병에겐 여기서 있으라고 한뒤 나갔다. 신병 녀석은 그리 큰 긴장도 하지 않고 적당한 긴장을 한듯 해보였다. 내가 골려먹기엔 그리 어리버리한 녀석같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내 외모와 복장은 이등병이었다.
내 긴장된(연기지만) 모습에 녀석도 덩달아 긴장한 모습이었다. 약간의 침묵을 깨고 '너 몇월 군번이야?' 신병: 12월군번입니다! 나(곧제대말년): 쉿 조용해... 나도 12월이야(사실이었음) 신병: (동지애를 느끼듯이 반갑듯이 나를 보면 웃음) 나(곧제대말년): 너 주특기가 뭐야? 신병: 1### 무슨무슨병 나(곧제대말년): 너 이쪽으로 지원한거냐? 여기 졸라 빡세데... 우리 이제 군생활 지대로 꼬였다. (울쌍) 신병: (살짝 걱정돼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씩웃는다.) 나(곧제대말년): (속으로:이색키 졸라 반응 재미없네 니가 원래 어떤 녀석인지 밝혀내야 재밌어지는데.. 사악사악) (그래서 난 그 신병에게 빠진 짓거리를 보여주었다.) 나(곧제대말년): '야 좀쉬자' 하며 침상에 대자로 누우며 "야 너도 누워 괜찮아"했는데도 안누워서 "야 나 이틀 먼져 왔는데 고참들이 누워서 자도 된댔어 어서 누워"
그러자 신병이 나를 따라 침상에 누웠다. 그리고 난 누운 상태서 신병과 '고향이 어디냐' '아까 그 본부계원 고참 졸라 재수 없지 않느냐'부터 시작해서 본부계원 고참을 졸라 씹었다(물론 지어낸 구라)
아직 점심시간이 시작돼지도 않았는데 작업이 마무리 됐는지 한두놈씩 내무실로 들어온다. 물론 난 쫀듯이 발딱일어나 각진상태로 앉아 있었다. 녀석은 내가 급하게 일어나져 자기도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들어온녀석들 내가 있으니 신병에겐 접근하지 않았고 내가 이등병 복장을 하고 있으니 자식들이 내장난에 웃겨가지고 '킥킥'댄다. (난 분대장이었지만 무서운 고참이 아니었기에 나를 미워한 후임들은 없었다.)
내2달 후임녀석(실세)가 들어오더니 아침에 내가 하던 장난을 알고 있어서 나에게 기합을 준다. 2달후임:"야 @#$너 빠져가지고 고참보고 경례도 안햇?" 나(곧제대): 죄송합니다. 다신 안그러겠습니다. 2달후임: 이자식이 #$#@$ 갈군다.. 나(곧제대): 죄송합니다. 이씹색키야 니가 고참이면 다야 하며 멱살을 잡았다. 신병을 슬쩍 쳐다보니 놀란 표정으로 살짝 곁눈질로 사태파악중인듯.. 2달후임:아 애들아 이자식 교육 똑바로 안해! 애들: 낮은목소리로 '킥킥' 신병: 뭐지?... 왜 웃지...하는 표정... 4달후임: 아이 고만하십시오 신병 놀래가지고 눈이 시퍼래졌지 안습니까. ㅋㅋ.. 나(곧제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배아퍼 나(곧제대):애들아 신병이 아까 침상에 막 눕고 그랬다. 졸라 빠졌어 그리고 너 졸라 재수없데 (실세를 가르키며) 신병: 뻥진표정과 놀란표정이 교차... 나(곧제대):ㅋㅋㅋㅋㅋ크크크크르르켁케게켁흐흐흐흐 (배아퍼뒤짐) 애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크크크크 (지들도 상황이 웃긴듯) 신병은 아무말없이... 4달후임: 역대분대장 사진란에 있는 내사진을 가르키며 '이분은 곧 제대할 아저씨야 여기 사진 보이지?' 신병:졸라 배신감과 고자질한 나를 원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곧제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대하고 밥안될때부터 한번 해보고 싶은 장난이었는데. 막상해보니 정말 졸라 배아프게 웃겼습니다. 신병입장에선 그런장난 제일 짜증나겠죠. 이제 시작돼는 군생활과 끝나는 군생활 ㅋㅋ
뭐 전 신병때 본부중대 선택안하고 고생중대 선택한 바람에 군생활 진짜 제대로 꼬였습니다. 중대가 다르면 군생활년 년도가 달라질수도 있다는걸.. 쌍팔년대 군대처럼 식당에서 앉아서 물도 못먹고(병장때나) 화장실갈때나 식당갈때도 이등병은 뛰어서 다니고 안뛰다 걸리면 아침집합때 빠졌다고 이녀석좀 교육하라고 소리 듣고난뒤 상병들에게 얼차례...
웃긴건 제가 제대하고 나서 처음 받는 예비군 훈련때 여름이라 머리를 스포츠로 짧게 깍았습니다. 그리고 들어가서 받는 훈련받는데 거기 병장이 절 보면 알수없는 오묘한 웃음을 짓더군요.. (씹색키 내가 만만한거야.. 내가 이등병같은거야..) 그 녀석 지나친 나에 대한 호기심으로 참으로 불편한 훈련이었습니다. (내가 니 후임같아?)이말은 차마 하지 못했지만 후... 그후 예비군 훈련가면 최대한 불량한듯 귀찮은듯 표정짓고 행동했습니다. ps: 이런 장난하실때 자신의 피부가 까부잡잡하시거나 늙어보인다면 (군대가면 몇개월 사이에 혹사로 인해 노안이 돼죠 제대하면 복구돼지만) 장난치지마세요 바보 아닌신병 아닌 이상 알아챕니다 ㅎㅎ 전 진짜 깜박 속일수 밖에 없는 외모때문에 ㅋㅋ 피부색도.. 말년휴가 갔다오니 금방 하얗게 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