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말 등장한 미 공군 초대형 전략폭격기 B-36 피스메이커)
냉전시절 미 공군은 늘어난 전략폭격기들의 행동반경에 맞춰 적지까지 폭격기들을 호위할 수 있는 전투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문제는 당시의 제트 전투기들이 엔진효율과 연료 탑재량 문제로 인해 대륙간 비행이 불가능했다는 것이었는데,
어떤 창의력대장이 '그럼 전투기를 폭격기에 넣어 적지까지 날아가서 거기에 풀어놓으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괜찮았다고 생각했는지 미 공군은 당시 가지고 있던 제트전투기들 외에 실제 폭격기의 폭탄창에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고 가벼운 전투기를 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이 바로 그 '기생전투기'중 하나인 XF-85 고블린 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작습니다))
사실 이 개념은 이전 세대의 항공연구가들도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는데 위의 사진은 1930년대 러시아 폭격기의 주익 위에 장착된 복엽 전투기들의 모습입니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의 장거리 무기체계인 비행선에도 이런 기생전투기 개념이 존재했습니다.
1932년 미 해군 비행선('배' 개념이다보니 해군이 쓴 듯)에서 전투기로 내려가 출격준비중인 전투기 조종사의 모습.
여러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이처럼 폭격기의 양쪽 날개 끝에 전투기를 붙여서 같이 비행하다 분리시키는 방법도 고안되었고,
이전 미 해군 비행선 탑재방법과 마찬가지로 고리로 걸고 있다가 비행전 내려 분리시키는 방법이 연구되었습니다.
(1948년 8월 23일)
분리직전의 고블린. 고블린은 폭격기 폭탄창에 반쯤 들어가 있다가 비행 전 내려져 날개를 펴고 분리되는 방식을 사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딱 봐도 아시겠지만 이 방법은 너무 위험했습니다. 분리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다시 연결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고,
총 7차례 실험에서 3번 모기와 연결하는 데 성공했으나 나머지 실패한 4번 중 한 번은 모기의 고리와 전투기의 캐노피가 접촉하면서 유리창이 깨져나갔고 사막에 비상착륙하는 아주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방식의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사실 적의 본토까지 깊숙히 침투한 상태에서 풀려난 성능이 제한적인 소수의 기생전투기들이 강력한 방공망을 상대로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일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블린 프로그램은 이 방식이 크게 가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으며... (^^;;)
미 공군은 1949년 10월 24일 공식적으로 고블린 프로그램을 취소하였습니다.
이후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등의 장거리 공격전력의 등장과 대형 전투기, 공중급유기술의 발전으로 기생전투기 계획 자체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유투브에서 XF-85 Goblin을 검색해 보시면 고블린과 모기인 B-29의 분리와 비행, 재결합장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