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극장에서 본 '분홍신'과 정말 비교되는군요. 어떤 분이 저예산 영화라고 했던 것 같던데.. 그에 비하면 '분홍신'은 김혜수라는 대형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웠는데, 제가 본 '분홍신은', '재밌다' 는 커녕 '괜찮다'라는 느낌도 못 받았으니... (요즘, 영화 제작비에서 배우가 차지하는 개런티가 비정상적으로 커서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쇄하고 있다니 뭐니 말이 많았었죠. 반면에 저예산 영화라는 '더 로드'는 극장에 가서 봐도 돈 안 아까울 만큼 구성도 탄탄하고 마무리도 깔끔하니.. 아이러니 하네요.)
근래에 외산 영화(주로 서양)를 보고 있자면, 동양적인 사상이 참 많이 묻어나는 느낌입니다. 반면에, 동양의 영화(특히, 우리나라 영화)를 보고 있자면 헐리우드化로 되어 가는 느낌이고.. 이번 'The Road'를 보니 그런 느낌이 더욱 더 강하게 나네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이 계시기에 내용을 첨부한 감상평은 실례라 생각이 들어서 간단히 평하겠습니다.
영화 내내,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에서 하나씩 죽어가는 가족... 그로 인해 공포에 압박되어 점점 히스테릭해져가는 남은 가족들 간의 신경질적인 행동들..
한밤중의 숲과 숲을 가로지르는 도로. 그리고 대사 속에 나오는 '북극성'.. 백그라운드가 되는 배경은 이렇토록 충분히 넓은데... 오히려 그 속에 있는 '자동차'라는 비좁은 공간과 캐릭터간의 신경질전이 '폐쇄'감에서 오는 공포를 느끼게 해 주는 영화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배우들이 심리적인 면의 연기를 굉장히 잘해서 더욱 몰입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점수를 높게 주고 싶었던 부분은, 깔끔한 엔딩이었던 것 같네요. 영화 내내 깔아 놓은 복선도 영화의 질을 높여 주는 것 같구요. (각 부분적인 장면과 대사들이 엔딩을 통해 한번에 '아하' 하듯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미스테리물이나 스릴러물들은 마치 '식스센스를 기억해라' 는 듯한 인상을 심어줘서 영 식상하던 참이었습니다. 억지로 반전을 만들어 낼려고 하질 않나... 이런 식상에 젖어 있을 때 쯤, 이렇게 깔끔한 영화를 보니 영화 보는 맛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