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친절한 금자씨를 개봉 첫날에 보고 어제 폴플에서 다운 받아 다시 봤습니다. 극장에서 보고 난 후, 그 감동을 공유하고픈 마음에 리뷰들을 훝어 봤더니 실망스럽단 평이 꽤 많더라구요. 얼마전에 짱공유 리뷰에 금자씨가 있는걸 보고 저도 한번 써 봅니다. (영화에 대해선 쥐뿔도 모릅니다. 어줍잖은 지식과 글 솜씨로 쓸려니 암담하네요;)
★ 사운드 ★ 극장에서 영화 예고편에 나오는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이건 반드시 봐야겠단 생각을 했죠. 바로 '사운드' 때문에.. 그 특유의 사운드가 제 마음을 사로 잡았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배경음악과 나레이션, 극중 분위가 딱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오더군요. 이금자가 퇴소 후, 첫 나들이에서 붉은 구두를 신고 뚜벅 뚜벅 걸어 갈 때 흘러나오던 음악.. 박자는 경쾌한 듯 하면서도 암울함이 깔려 있는 듯 했습니다. 전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바로 배경음악이었는데요, 그 이유가, 실컷 만들어진 극중 분위기를 배경음악으로 망친단 느낌이 많이 들었었습니다. 이유없이 나오는 배경음악,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나오는 배경음악... 반면에, 친절한 금자씨는 적재적소에서 절제된 배경음악이 흘러 나오고 끊고 맺음이 비교적 원할해서 귀가 즐거웠단 느낌입니다.
★ 영상 ★ 뭐랄까... 굳이 어설픈 용어를 들먹이자면, 비주얼이 참 센스있다고 할까... 감각적이라고 할까..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해당 시점에 대한 연관관계과 자연스레 전환되더군요. 전체적으로 영상이 매우 깔끔했습니다. 색감도 한몫했단 생각이 드네요.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는 동안 인상 찌푸리게 만드느 부분도 다소 있구요. 유혈이 낭자하며 사지가 절단되는 잔인한 호러적 표현이 아니면서도 뇌리에 깊게 남기는 장면들.. 그나마, 복수 시리즈 세 영화 중에선 그 강도가 약한 듯 합니다.
★ 시나리오 ★ 아마, 제가 '친절한 금자씨'를 극장에서 본 후 가장 많이 본 비평이 '복수가 어설프다', 또는 '복수의 과정이 어설프다'였던거 같습니다. 영화 중에 이런 장면이 나오죠. 퇴소 후, 처음 찾아간 교도소 동료(미용실을 하고 있는..)에게 갑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가 미용실을 운영하는 동료가 '벌써 작전 개시?'라고 물어 보죠. 그 때 이금자가 웃고, 나레이션으로 이런 말이 흘러 나옵니다. '천만에, 작전은 이미 13년 전에 시작됐지..' 처음 극장에서 볼 때는 이 대사를 들으며 '아, 이게 포인트인거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제 다운 받아 다시 보며 느낀건, 복수에 대한 어설픔을 비평하는 관객들을 조롱하는 듯한 대사로 들리더군요. 제가 본 '친절한 금자씨'는 시나리오가 매우 구조적이고 튼튼하다고 느꼈습니다.
그외, 영화에서 포인트가 되어 주는 캐릭터의 개성이나 존재감 역시 고루 분포되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전 친절한 금자씨가 우리나라 영화의 한획을 그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시나리오는 둘째 치고, 다소 획일화된 듯한 영상이 식상하던 차에 본 영화라서일까요.. 감각적으로 그려낸 듯한 영상과 그에 걸맞는 사운드..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 구성..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이영애씨의 연기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영애씨를 상당히 안 좋아하는 편이라 대장금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내면연기를 잘 소화한거 같네요.
전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금자의 딸 제니에게 하얀 두부 모양의 케익을 가지고 가면서... 마지막에 정신나간 사람 처럼, 마치 자신의 죄를 씻어 내는 듯 케익에 얼굴을 파 뭍고 마구 먹는 장면.. 퇴소할 때 목사가 주는 두부를 뒤집어 엎는 장면과 묘하게 매치가 되더군요. 복수를 끝냈으니 이제 두부를 먹어서 깨끗한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었던건지...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레이션과 함께 제니가 하는 마지막 말.. '안녕, 금자씨'... 호주로 돌아가기 전 인사였던건지, 아니면 '마녀 금자씨'를 보내는 인사였었는지...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배경음악 들으면서 내내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