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 뒤늦은 명화 감상기

쟈렘주민 작성일 05.08.19 05: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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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상상초월


고양이를 부탁해는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참으로 진지한 영화이다
필요 이상의 과장도 필요이상의 함축도 없고 오직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무척 충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함이 느껴진다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졸 20살 청년, 더군다나 여자들에게 현실이 그렇게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공간인가?
이제 막 사회로 던져진 그들에게는 절벽에 부딪힌 것 같은 막막함, 원인 모를 불안함, 숨이 막혀오는 답답함, 암담하게까지 느껴지는 이러한 어두운 감정들이 오히려 그들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심리상태에 가까울 것이다
그들에게 현실은 무섭고, 답답하고, 욕구불만 투성이의 재미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를 부탁해는 재미가 없다
옆에 있는 현실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놓았으니까


그러나 말초적 재미는 없으나 무척이나 빠져들게 하는 영화이다
내가 거울을 보는 이유는 거울 안에 너무도 똑같은 또하나의 내가 비추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거울의 흡인력은 재미와는 상관없이 무척이나 강력하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그 옛날 내 모습을 얼굴의 점하나 틀리지 않게 사실적으로 비추어 주고 있다
그 시절 나 또한 힘들었다
하지만 힘을 내야 했다
인생이라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태희와 지영이는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나는 "힘을내" 라고 나직히 읇조릴 수 밖에 없었다


영화가 끝났지만 나는 내가 언제 영화에 빠져있었는지 그리고 언제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고양이를 부탁해는 좋은 영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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