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명작 추천"시리즈는 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작품을 소개하고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모자란 저의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평가란것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사실 워낙 많은분들이 아시는 영화인지라..숨겨진 명작을 소개하고자는 저의 취지에 맞지 않았지만..제 개인적으로 워낙 아끼는작품인지라^^ 아..조제..너무 귀여워요...딱 제스탈..ㅎ
이하 저번학기때 제가 썼던 REPORT랍니다ㅋ(약간의 스포일러성 내용이...^^)
몇 년전, 일본문화가 개방되며 많은 일본영화들 봇물 터지듯 개봉하였지만, [러브레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외하고는 크게 주목을 끈 작품이 없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일본영화는 그저 그렇다 ’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한일양국의 문화의 본질적 차이와 한국영화의 눈부신 발전으로 일본영화는 외면을 받아왔다. 나 또한 그러한 이유들로 일본영화를 즐겨보지 않았다. 하지만 몇 달 전 친구의 간곡한 부탁으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란 영화를 보게 되었다.
누구든지 처음엔 당최 독해 불가능한 이 영화의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조제’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1년 뒤] 에서 따온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녀는 걷지 못하는 장애우이며, 휠체어에 의지해서만 움직일 수 있으며, 신도시 외곽지역의 빈민촌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간다. ‘호랑이’는 여주인공 조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동물인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한번 보고 싶은 동물이기도하다. ‘물고기’는 조제가 호랑이 다음으로 보고 싶은 동물이기도하며, 그녀 자신이 창조한 환상이기도하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평범하다. 여느 멜로영화처럼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을 다루고 있다. 장애우가 등장한다고 해서 거창한 러브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조제와 츠네오(남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어느 연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엔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교제를 시작하고, 권태기도 겪으며, 그리고 1년여 간의 교제 끝에 헤어진다. 영화 초반부에 사강의 소설 [1년 후]이 낭독되는데,
[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 다시 고독해지고...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그들의 이별을 암시하는 이 장면은 조제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인 듯 했다.
1년간의 동거 후 영원할 것만 같던 츠네오의 희생과 사랑은 시간이 흐르며 어느새 빛이 바래지고, 츠네오는 조제에게 이별을 얘기한다. 조제의 집에서 자신의 짐을 싸고 나오며 츠네오는 쿨한 이별이었다고, 이별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스스로 변명하지만 결국, 자신이 그녀로부터 도망친 것 뿐이라고, 다신 조제를 볼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하며 오열을 한다.
그렇다. 그는 비겁해 보였다. 그리고 , 조제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영화관에 있던 모든 관객들은 그 장면까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츠네오의 등에 업히기 위해 사지 않았던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조제는 홀로 시장을 보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요리를 하며, 홀로 꿋꿋이 살아가는 조제를 보여준다. 마치 츠네오와의 시간들은 ‘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
처음 시놉시스만 보았을 때는 장애우의 사랑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와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했지만, [오아시스]는 장애우를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어린 시선을 비판했다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가벼운 분위기로 장애우 여성(조제)과 일반인 남성(츠네오)의 사랑과 이별을 감정의 과장과 왜곡 없이, 평범한 일상의 섬세한 관찰과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포착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고나면 이 영화의 감독의 말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우리들이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함께 겪으면서 지내온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조제와 츠네오의 cool하면서도 가슴 저미는 러브스토리로 인해 나의 일본영화에 대한 선입견(?)은 깨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