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님 장국영과 처녀귀신 왕조현이 출연한 판타스틱 무비 [천녀유혼](87)은 우리나라 영화팬들이 좋아하는 홍콩영화 중의 하나이다. [천녀유혼]의 성공 이후 서극은 속편(90) 뿐만 아니라 3편(91)까지 내리 만들었다. 감독은 모두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정소동이 맡았다. 장국영의 1,2편은 일단 잊고 3편을 감상하자.
영화가 시작되면 전편의 주요 장면이 잠깐 플레이된다. 바로 장국영이 어떻게 왕조현을 만났고 우마가 어떻게 귀신을 처치하는지. 그리고 조그만 옹기 속에 담겨서는 "나의 공력이 떨어지는 100년 뒤에 이 귀신이 다시 세상에 나올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렇게 [천녀유혼]은 100년의 세월을 두고 새로운 남자주인공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3편에서 새로 주인공을 맡은 사람은 양조위이다. 양조위는 장국영처럼 수금원은 아니다. 스님이다. 십방(十方) 화상(양조위)은 사부 백운(白雲)선사와 함께 금불상을 모시고 곽북현을 지나게 된다. 둘은 금불상을 쫓는 악한들을 피해 폐허가 된 난약사(蘭若寺)에서 하루 머물게 되는데 십방화상은 이곳에서 여자귀신 소탁(小卓), 즉 왕조현을 만나게 된다. 왕조현 귀신은 대마왕 할머니 귀신에게 붙잡혀 지내면서 밤이면 지나가는 나그네의 혼(精靈)을 흡입해서 먹고 산다. 왕조현 귀신은 난약사에 들어온 소심하고, 겁많은, 그리고 무엇보다 빤질거리는 양조위 화상을 미인계로 정신을 혼란시킨 뒤 기를 빨아먹으러 한다. 하지만 양조위는 불경을 암송하며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소동 끝에 왕조현은 양조위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귀신 쫓는데 일가견이있는 사부 백운선사는 대마왕할머니 귀신과 사투를 벌이게 되고, 왕조현 귀신과 사이가 안좋은 동생여자귀신 소접(小蝶,이지)까지 등장하게 된다. 이 와중에 역시 귀신잡는 일에 일가견이 있는 해결사 연적하(燕亦霞,장학우)가 동참한다. 원래 연적하는 여자귀신 왕조현과 이지에게 험뻑 사로잡혔지만 목숨걸고 귀신 소탕전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장국영+왕조현의 [천녀유혼]은 정말 아시아적 감성의 '판타지 호러' 진수를 보여준다. 명장면도 꽤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3편까지 나오면서 기술적으로 진화된 면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커다란 나무가 뿌리를 꿈틀대며 사람에게 덤벼든다거나 할머니 귀신이 혓바닥을 천리만리 뿜어내는 것 등은 1편과 유사하다. 대신 3편의 즐거움은 양조위의 등장이리라. 나중에 깐느에서 연기상을 받을 만큼 출중한 연기력을 가진 양조위는 이 영화에서 뺀질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나이의 순정을 가진 귀여운 스님으로 출연한다. 원래 [천녀유혼]이라는 영화는 우리나라 홍콩영화 팬에게는 '왕조현'의 잊을 수 없는 미모와 각선미로 각인되어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도 왕조현의 매력은 여전하다. 아니 3편에서는 노출의 강도나 인간을 유혹하기 위한 요녀의 몸부림(!)이 더욱 노골적이다. (2편에서 이가흔이 그랬듯이) 3편에서는 왕조현의 여동생으로 나온 나쁜 여자귀신 이지도 육탄공세가 만만찮다.(이연걸의 와이프를 소개할 때 '육체파 배우' 이지라는 말이 종종 나오는데 이유가 있긴 있다)
이 영화에는 1편에서 '도도도'(道道道)라며 신나게 노래 부르며 귀신을 물리치던 우마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의 극중 이름 '연적하'를 딴 장학우가 출연한다. 할머니마왕귀신 역은 유조명(劉兆銘)이 연기한다. 남자배우이다. 양조위의 사부로 나오는 사람은 유순(劉洵)이다. [동방불패] 등의 영화에서 환관으로 나오던 바로 그 배우이다.
최근 [천녀유혼1,2,3] 트롤리지가 스펙트럼DVD에서 새로이 디지털리마스터링된 DVD타이틀이 출시되었다. 광동어 버전과 북경어 버전이 모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것도 광동어 버전이 양조위의 맛깔스런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