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실업세대영화.'마이제너레이션'

아자가올 작성일 06.07.04 01:09:20
댓글 2조회 1,679추천 1
115194303182671.jpg

- 영화내공 : 우수함


스무살.무엇이든 가능할것 같았던 가당치 않은 의욕으로 가득찬 기간.
난 스무살때 말쑥한 정장차림의 세일즈맨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사람들의 꿈은 저게 아닐텐데.

자신이 진정 하고자 하는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란
만고불변의 진리를
나 혼자 스무살에 벌써 깨달아 버린냥 이해할수 없었다.

아파트도 싫었다.정형화된 차가운 사각 공간. 돌로만든 벌집같은,
특징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왜 저런 멋없는 곳에서 아옹다옹 죽지 못해 사는걸까
나의 스무살은 이러한 궁금증으로 물음표 투성이였다

이렇게 내인생에서 가장 오만하며 아둔했던 치기어린 사춘기의 유예기간도 지나가고
어느덧 난 파릇한 머리로 갓 제대한 멀끔한 청년이었다.

그때까지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것 같았다.
어차피 내가 가고 싶어서 간게 아니었던
대학은 그다지 미련이 없었다.
박터진 머리를 쥐어싸매며 치열하게 공부해야하는 취업인 양성소에
더 이상 있을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일을 시작해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일이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일이다.
극중 병석이 알게된 이 사실을
나도 딱 병석이 나이가 되었을때쯤 알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나이만 먹기 시작했다.
내 나이 스물여섯.

삶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는 선뜻 답하지 못하지만
결코 내가 생각했던 만큼 녹록하지만은 않은
그 무엇이라는것을 어렴풋이 알게되고
그 삶이란 무언가가 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을때
당당히 어깨펴고 걷던 역한 스무살이 떠올랐다

난 다시 취업인 양성소의 재입학계를 제출했고
말쑥한 정장차림의 세일즈맨이 되기를 갈구하고 있다.

내가 스무살때 봤던 죄다 처진 어깨를 가진 세일즈맨들.
나이많은 어르신들의 어깨는 그렇게 구부정한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때는 이미 나도 그 세월의 무게를 조금씩
짊어지고 있었다.

나는 지금 세일즈맨이 되기위해 처진 어깨로 학교에 나간다.
내가 스무살때 봤던 그 세일즈맨들도 스무살은 있었고,
그들도 꿈이 있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며 사는것이 진짜 행복한 인생이란 사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각 모양의 돌벌집은 그들이 남들만큼은 산다는
자기위안의 심볼이었으며
그 심볼은 꿈을 포기한다는
비교적 안전한 선택의 댓가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아는것을 스무살때도 알았었다면.
스무살때 지금 알고 있는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뒤늦은 후회만큼 쓸모없는것도 드물다.
어차피 인생에는 리셋버튼이 없고
재경이 말했던 것처럼 인생은 카드깡이 되지않는다.

스무살의 밝음으로 인생의 깊이를 잴수가 없었다.
빛의 밝기로는 어둠의 깊이를 알 수 없듯 말이다.

지극히 단순한 그런 만고불변의 진리를
스물여섯해를 지나고
마이 제너레이션을 본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아자가올의 최근 게시물

영화리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