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질 이었다. 전에는 일견 없고 들어본적 조차 없던 일상성이란 예리한 무기로 현실이라고 하는 여리디 연한 나의 급소를 사정없이 쑤셔댔다.
이쯤되면 R등급의 공포영화 수준이었다. 차라리 공포영화라면 눈 한번 질끈 감아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이놈의 영화는 눈조차 감을 수 없었다.
내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일상성이란 칼사위를 계속 놀려댔다.
우리 사람되긴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감독 사람에게 사람 이상의 것을 바라지는 말자던 선배 선배와 나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인생을 즐긴다던 그 미친년 불과 몇시간 전 까지만 해도 살을 섞었지만 이제는 비오는 담벼락 너머에서 언질 조차 알 수 없는 그녀까지
모든것이 나를 둘러싼 일상다반사 였으며 무미건조한 내 삶을 관통하는 궤적이었다.
비에 젖은 쥐새끼마냥 풀죽은 어깨로 겸언쩍게 돌아서는 경수가 영락없는 내모습 이었음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일상성이란 흉기로 사정없이 난자한것도 모자란지 종단에는 기여코 상처로 점철되어 아물지 않은 그 흉터를 보여주고야 만다. 그것도 꾸밈없이 오롯한 날것 그 자체로 말이다. 끝까지 자신은 모르는 일인양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채 다가서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하는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직성이 풀리면 이제서야 엔딩 크레딧을 올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