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1과 괴물) 카리스마.....

김현슥 작성일 06.08.15 07: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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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고등학생 때 보충수업을 왕창 재끼고 그 뜨거운 여름 온 시내를 걸어다니며 3프로 동시상영관을 찾아가서 웅크리고 앉아서 줄줄이 영화만 봤던 때가 있었다.

사실, 나는 픽션에 열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따라서, 영화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

그런데, 할 일도, 갈 곳도 없으니까, 싼값에 영화나 보자 하면서 극장을 갖던 것이지....

그때 봤던 영화들, 정말 돌아온 외팔이, 화이어폭스, 태, 뽕, 무슨 새가 황혼에 울었다. 등등, 정말 희한 뻑저지그리한 영화들 많이 봤다.

그러면서 항상 했던 말, 바보같은 놈들..... 영화는 정말 볼 게 못돼... 였다.

그러던 어느날, 운명의 날이 왔다.

'대부'라는 영화를 본 것이다.

쿠쿵.......

기절하는 줄 알았다.

내 생애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인 듯이 그 영화 안으로 들어가서 처절함, 흥분, 분노, 기쁨, 슬픔 등등을 느끼며 온몸이 전율하는 그 어떤 인생의 진정으로 들어야만 할 깊은 지혜를 들은 듯한 감동.......

그런 것을 그 '영화'라는 것을 통해 느낀 것이었다.

'대부'

아직도 보지 못한 분이 있으시면... 보시라.... 특히, '괴물'영화를 '엘리게이터'나 '아나콘다', '텍사스 전기톱'가튼 돗가튼 영화와 비교하는 정신세계를 가지신 분들은, 내 보기에, 아직도 영화가 갖고 있는 그 마력과 소위 '정신성'을 모르는, '초보'분들인 듯 한데....

입문작으로 좋은 영화다.

'대부'

소위 '네오리얼리즘'적인 절제된 영상, 대사, 연기.

그리고 냉정하게 편집된 '스토리'.

철저하게 연출되어 장면마다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배우들의 배치와 행동과 움직임.

그 속에서, 감독이 전하고자 한 그 '삶의 진실'.

사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과 같은 영화적 완성도를 '괴물'을 통해서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다 돈과 시간에 쫓겨서 그런 것이라고 양해하면서 봤다.

그러나, 그가 고등학교때 수업 하다가 창밖으로 진짜 봤다는 그 한강괴물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려는 시도와,

민중의 소리를 들을 용의도, 능력도, 자질도 도무지 없는 개찌질이 권력, 지식, 미국 "쓰레기"들과 저들의 소리만 믿고 날뛰는 그 하수들과 들은 이야기나 지절거리며, 도무지 '해석'과 '통찰'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초딩적' 정신세계속에 갖힌 개 언론 찌질이들과 남의 일에 관심없는 "때중(大衆)"들 속에서, 피같은 딸래미 구하려고 목숨 걸고 개찌질이들 피해서, 괴물 찾아 해메는 가족(같은 동지들의)사투......를 묘사하려는 민주노동당 당원 봉준호 동지의 적은 돈과 쫓기는 마감일정 속에서 피토하듯 토해낸 저 희한한 영화 '괴물'은.....

알파치노가 대부1에서 보여줬던 그 연기자적 카리스마와는 다른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영화였다.

사실 이 말은 내가 민노당에 대해 갖고 있는 호감에 의해서만 주장되고 이해될 수 있는 말이다.

작전을 세우고 일정한 때에, 그것도 자기 조카가 세례 받는 날 개찌질이들을 한번에 다 죽여버리는 복수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단호함과 냉정함이 느끼게 하는 카리스마가 알파치노가 보여준 마피아 두목의 카리스마였다면....

봉준호의 그것은, 극중에 괴물에게 죽임당하는 할아버지와, 살아남아 끝까지 투쟁하던 가족 동지들이 보여주는 카리스마이다.

이것은 그 투쟁에 임함에 있어서, 매 순간 순간 주어진 상황과 작업 앞에 최선을 다하여 진땀을 흘리며 안간힘을 쓰며 모으고 찍고 편집하면서 봉준호 감독이 지치려 하는 스스로를 다잡으며 어금니 깨물며 스스로를 채찍질 했을 그 '주제의식'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이다.

투쟁은 현실적인 것이다.

증오와 복수도 현실적이지만, 투쟁도 현실적인 것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가 큰 이웃 인류와 민중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라는 것.

이기적 쟁투욕구가 아닌, '사랑'이라는 것.

그리고, 이기적 욕망에 의한 것이 아닌 '사랑'에 의한 투쟁이 얼마나 외롭고 혹독한 것인지, 그러면서도 그 싸움이 왜 절실한 것인지....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흔히들, 순간적인 '포스'를 느끼게 하는 폭력과 잔인함과 공포를 '카리스마'의 근원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긴, 홉스도 그랬다. 공포가 권력을 준다고.... 특히 그 통치 대상이 개짐승같은 인간들인 경우, 저들을 사로잡아 움직일 수 있는 최고의 권력 수단은 공포라고.

그래서 공포와 술수는 권력자의 교양이 된다고...

대부시리즈는 그 권력자의 운명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차원과 성격이 다른 권위를 느끼게 하는 카리스마를 나는 봉준호에게서 본다.

그에게는 철저함과 실력과 사랑이 있다.

'괴물'은 그의 사랑을 보여준 작품이다.

괴물은 그런의미에서 따뜻한 메세지이자, 위로이다.

동지들.....

조립식 콘테이너 한칸이라도 우리 함께 밥상에 앉아 먹는 따뜻한 저녁이 있는 한, 지치거나,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투쟁합시다. 라는....

그리고, 나는 그런 봉준호 감독의 메세지에 감사하며....

영화적 욕심, 즉 CG영화에 도전하고픈 영화적 욕심은 이해가 가지만.....

쩝.... 그래, 다음에는 돈이 좀더 많이 모이겠지.... 그때는 더 멋진 작품 기대한다고...

봉감독 어깨 두드려 주고, 따뜻해진 가슴 안고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하며 극장문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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