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밴드 오브 브라더스 (BOB)

미리내래 작성일 06.10.16 17: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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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상상초월


내가 극장주라면 이러한 프로젝트를 구상해 볼 수 있을께다. 오후1시부터 밤 12시까지
밴드오브브라더스를 1부부터 10부까지 연달아 상영하는 꿈만같은 상영계획.

누구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르미에르형제 이후로 현대영화들은 2시간의 남짓한 영화
상영시간을 정해놓다시피하고 있다. 왜 그렇지? 1시간이면 너무 아쉽고 3시간이면 엉
덩이가 아파오는 임상실험의 결과인가? 아님, 다수의 관객들의 관람지불금액에 대한
대가와 극장주와 감독, 배우, 제작사나 배급사, 홈 영상매체 제작 업체들의 이익분기점
에 딱 맞아떨어지는 러닝타임이 2시간 이라서 그럴까? 2개의 개봉관을 놓고 시작된 최
장시간 영화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원판이라는 것의
러닝타임이 7시간이라던데.. 현재 빛을 보는 버젼은 역시 3시간 남짓으로 난도질 당한
걸 보면, 서두의 바램은, 그냥 꿈으로 끝날 일일것 같다.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키노별점리스트를 보면 그 수위에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가 한편
(반지의제왕-왕의귀환)이 올라 있는 것 만큼 어의없는 결과가 하나 더 있다. 바로 HD
TV용 미니시리즈로 제작된 "밴드오브브라더스"가 키노회원들에 의해서 10점 만점의
점수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

밴드오브브라더스(이하 BOB)에 대한 이 극찬에 대해 전혀 토를 달고 싶지 않지만 2시
간남짓 되는 극장용영화들에 600분이 넘는 TV용 드라마를 견준다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1부와 5부 그리고 7부를 대충 끌어맞추어
서 3시간짜리 영화로 짜맞추어 극장에서 개봉한다면 BOB는 절대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흔하디 흔한 전쟁영화에 불과 하다는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BOB의 최대의
매력, 그리고 BOB를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 훨씬 잘됐다고 평하는것, 그리고 10점
만점에 만점을 받아낸 사실, 쏟아지는 비평계의 찬사들도... 아이러니하게 이 장편 미
니시리즈를 "영화"로 받아들여 인식하게 되어버리는 오류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 BOB의 가장 큰 매력이자 속임수(?)는 바로 긴 러닝타임이다. 톰행크스와 스
필버그 그리고 10명의 감독과 500명의 주인공 만명의 엑스트라 3년의 제작기간으로
만든 이 대단한 프로젝트는 다른영화들에 비해 5배나 더 상황설명 및 인물성격 탐구
, 갖갖이 스토리 텔링에 투자할 수 있는 최고의 여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매
력 을 "양"이나 "시간"으로 판단하는건 웃기는 일이지만 상식적으로 600분동안 꼼꼼히,
차분하게 들려주는 얘기가 120분동안 후딱후딱 요약해서 들려주는 얘기보다 재미가
없고 내용이 부족하다면 그것이 서세원씨가 제작한 영화가 아니고서는 절대 그럴수 없
다는게 내 결론이고, BOB가 엔키노닷컴에서 별점10점만점을 받았다고 해서, 절대로
걸작으로 불릴 순 없는 것이다. 그곳은 엄연히 영화 사이트이며, BOB는 절대 영화가 아
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고나면, 잘 만들어진 "영화"로 느껴지니 그 방대한 양이 주는
매력은 2시간짜리 영화들과 비교가 되겠는가?

위생병에게 1시간을 할애하고 또, 선임하사에게 1시간을 할애하고, 중대장에게 또 1시간
(1부는 내가 보기에 엄연히 소블의 시점이다) 소대장에게 1시간, 관객과 함께하는 객관적
시선으로 또 2시간이상 (보통영화시간과 맞먹는다)...으로 나열되는 그 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야깃 거리와 사연들이 녹아있을까.

그래서 BOB는 그러한 장점 때문임과 동시에 철저한 실화를 고증함으로써 흔히 삽입되는
인위적인 감동에 호소하는 픽션의 에피소드들이 전혀 필요가 없어진다. 앞으로 죽게 될 사
람의 감정과 심리를 부각시켜 그가 죽을때 관객에게 슬픔을 전달하고, 그 동료의 죽음을 보
고 철모를 짓누르며 찔찔짜는 모습도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악덕한 훈련장교가 목숨을 잃지
도 않고, 죽을 사람의 순서가 전혀 그림그려 지지 않는다. 그저 누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바로 전쟁이며, 아내와 자녀, 죽은 동료에 대한 감정을 겉으로 들어낼 개인적 여유
조차도 없는 것이 전쟁임을 보여주는 시선은 결국에 메마른 현실성과 리얼리즘이 주는 극
대화된 감동으로 멋지게 승화된다. 관객에게 전혀 정들지 않는 신병들이 죽어나가는 걸 여
과없이 보여주고, 동료에 죽음에 눈물짓기 보다는 맨손으로 땅을 파고, 럭키스트라이크를
한대 피워 무는 걸로 끝난다. 전쟁의 참혹함과 상처를 관객에게 눈물이나 상황으로 호소하
기 위해 애쓰는 영화적 장치를 전혀 만들지 않고, 또 그럴 필요성이 없음을 시사함으로써
도리어 그 리얼함을 생생히 전달하는 살아숨쉬는 전쟁 리얼리즘이 바로. "BOB"의 매력이자
다른 전쟁필름과의 차별성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선 차라리 실제 주인공들이 노인이 되어 돋보기 안경 넘어로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짓는 서두 부분이 더 가슴아프다. 일단 본 필름이 돌아가면 우리는 그
철저한 리얼리즘에 몸을 맞기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2003년 어느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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