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오브브라더스] 블라이쓰에 대하여...

김찬 작성일 06.10.25 19:26:04
댓글 1조회 1,798추천 3
- 영화내공 : 상상초월


밑에 글을 읽어보니,

리뷰어분께서 프라이빗 블라이쓰가 맘에드는 캐릭터라고 하셨는데 뭔가 느껴져서 씁니다.
이 역할이 많은 연기력을 필요로 하고, 게다가 그걸 잘 소화했기에, 인상이 깊은건 분명하나.

저는 밑에분과는 달리 "소심+겁장이 였다가 멋있게 전투요원으로 돌변해, 멋인게 전사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좋다...라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블라이쓰라는 양반.
처음 전투에 투입되어 무서워 떠느라 정신 없고 도망만 다니다가 결국은 꾀병인지 진짜인지 모를 "일시적 실명" 상태까지 되어 끙끙대다가 뭔가를 계기로 성격이 변합니다.(스포를 자제하도록 하지요....최대한 ^^).

그 후엔 전선에 앞장서고 결국 얼마안가 저격당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요.



이 인간의 성격이 변할때, 저는,

"와 얘가 이제 사람역할 좀 하겠네" 혹은,

"이제 협동정신이나 전우애를 이해하는 구만..."

이 따위 헛소리 보다는 씁쓸함이 몰려와 정말 슬펐습니다.(그점에서 훌륭한 연기란 점에 동의)



이 블라이쓰의 예화는 전쟁영화가 전형적으로 담으려하는, 전쟁이 인류에 미쳐온 "인간성 말살"을 표현한 것입니다. 어쩌면 시리즈 전체가 담으려 하는 뜻보다 더 클수도 있지요.



너무나 섬세한 블라이쓰...
초반엔 이 분이, 인간이 가질수 있는 아름다움, 가능성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심지에 전장에서 하늘 걸린 구름과 찢어진 낙하산을보며 예술적 망상(?)에 빠지기도 하지요. 얼마나 살육과는 대비되는 모습입니까. 인류가 추구해야할 길을 어느정도 넌지시 보여줍니다....자연, 예술, 사랑...

하지만 이인간이 처한 상황은 동료의 피와 살이 튀며 무차별 살육이 이어지는 WWII.

이 인간은 아마 우리도 그랬을거 처럼 부서워 벌벌 떨고, 결국 정신적인 장애까지 겪습니다. WWII는 정말 인간수명이 파리목숨같이 짧았던 전쟁이었으니...우린 영화를 보면서 흔히 우리네 군생활과 연계되 보게되지만, 이 미군들이 격었을 트라우마는 우리들 것과는 차원이 틀리겠지요. 그 사람들은 어쩌면 훈련은 우리보다 덜 굴렀을지도 모르고, 물론 우리네 정겨운 갈굼질같은 것도 없었겠지만, 전장에서 끊임없이 살인을 해야했던 사람들이 아닙니까...정신세계자체에서 아스트랄한 차이가 있겠죠.(아, 이야기가 샙니다 죄송)



제가 볼땐,
이 블라이쓰분의 태도가 마침내 돌변하는 시기가 바로 "어리버리하던 놈이 제정신 차린 때"가 아닌 "결국 완전히 미쳐버린 때"입니다.

아름다운 인간이란 존재가
명분과 본능과 무관하게 명령에 따라 다른 인간을 학살하고 학살당하고, 또 거기에 대해 아무것도 "느낄"수조차 없는...블라이쓰는 완벽한 "인간성 상실"의 상징입니다.

보고 있자면 한없이 속이 꿀꿀하지요.(이때 한잘 빨아주며 "그지같은세상~" 한마디 뱉어주는 센스)


이상하게도 전 멋지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들었는데...
마지막 길도 결국엔아무 의미 없는 개죽음을 당한거나 마찬가지고...



이 역과 비슷한 느낌이 묻어나는 사람이 BOB에서 보자면 벅 컴튼 정도 되겠습니다.
정말 일 착착 잘하고,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에, 전투까지 잘해 결국 승급.
하지만 정신세계가 미쳐버리죠.
인간의 가능성을 무참하게 짓밟는 전쟁의 참상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다르지만 정말로 비슷한 역할엔 라이언일병구하기 의 업험 양반이 되겠습니다.
섬세하고 창의적인 엘리트. 무한한 가능성.
영화내내 부들부들 떨기만 하다가 결국은 맨 마지막엔 눈빛하나 안 변하고 친하게 대했던 독일군을 쏴버리죠.(이 영환 유명하니 이정도 스포는....)
하기야 당장 전쟁이 터져서 제가 전장에 간다했을때, 업햄만큼은 아니겠지만 제대로된 역할을 몬할껀 자명합니다...인터넷이나 하며 띵까띵까 살던 놈이 무슨 메달오브어너처럼 무빙샷을 하며 돌격을 한다거나 솔리드스네이크처럼 냉정하게 전황을 파악할리.....가 절대로 없습니다. 한방...한방이면 모든게 끝인데 그 압박을 이길자 누구겠습니까. 미치지 않으면 비정상이죠.


업햄의 돌변은, 병사입장에선 제역할을 하게된 거지만, 인간레벨로 볼땐 마음이 죽어버린거나 다름없죠.

인류애를 역설하면서 포로를 놔주기 까지한 사람이, 결국은 얼음같은 표정으로 사람을 죽여 놓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되버린.....



이 모두들......
무지하게 슬퍼서 한숨나오는 장면들이고,
저절로 냉장고 속 맥주에 손이가며,
"이 망할 세상, 취직은 왜이리 안..." 식의 멘트가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하는 장면들입니다.


개인적인 생각들이었습니다.
김찬의 최근 게시물

영화리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