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내공 : 우수함
가장 큰 의문점 하나...
"이 영화 시놉시스 쓴 놈은 영화 제대로 보고 쓴거냐? -_-;"
판의 미로 의 근간은 현실이다. 가혹한 현실속에서 환상이 존재하는 구도로 영화는 짜여져 있다.
냉혹한 새아버지는 새로이 맞이하는 가족에 대해 전혀 무관심하다. 그가 관심있는 것은 오직
새로이 태어날 자신의 아들 뿐. 의붓딸이나 아내에게는 전혀 관심없고 오히려 그들을 감시할 대상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또한 오필리아를 둘러 싼 환경은 "전쟁"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판단하기엔 어린 오필
리아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주는 것은 몇권의 동화책과 엄마 뿐. 그런 어머니도 결국 돌아가시게 된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던 오필리아는 자신만의 거대한 환상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요정이라는 미지의 존재.
영화에서 보여주는 오필리아에게 자신이 요정공주라는 가장 큰 믿음인 어깨의 달문양은
오로지 오필리아의 관점에서만 보이는 표식이다. 현실의 인물들에게 오필리아의 달문양은
전혀 비춰지지 않는다. 자신이 요정이었다고 믿고 싶은 오필리아는 영화의 끝에 도달할 때까지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동화속 세계에 영원히 남겨지게 된다. 자신은 동화
같은 요정의 세계에 살게되어 행복해하지만 정작 현실에서의 오필리아는 그 꽃도 채 피워보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이 되어 영화의 마지막을 쓸쓸히 장식하게 된다.
판의 미로 는 참혹한 현실속에 살아가는 어린아이의 환상을 보여주며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또한 대안조차 없는 너무나 공황적인 동화에 대한 비판도 하고 있는 듯 하다.
동화라는 것은 오늘날의 현실에 맞지 않는 순도 100%의 허구의 세계일 뿐. 처참한 현실을
살아가야 할 오필리아에게는 독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린아이의 상상으로밖에 나올 수 없는 허구의 세계. 영화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까지 판타지시점의
오필리아가 왜 3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가, 왜 저런 임무가 정해져 있는가, 아무런 개연성도
찾아볼 수 없는 판타지 세계는 오필리아가 읽은 몇권의 동화책에서 나온 좁은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판의 미로 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라는 컨셉은 잘 따라주었다. 영화의 앞뒤도 좋고 스토리도
크게 흡잡을 곳은 없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시놉시스를 쓴 인간이 만들어냈다. -_-;;
본인은 판의 미로 를 광고나 시놉시스를 전혀 읽지 않고 관람을 했다. 당연히 아무런 지식이 없었
기에 내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영화를 볼 수 있었고 그 결과, 상당히 수작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근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서 극장에 있는 팜플렛을 보자 내가 영화를 잘못본건가 하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판이하게 해석이 틀렸다.
"이 영화는 이게 아닌데..."
온갖 특수효과와 판타지라는 면을 부각시키고 정작 가장 중요한 스토리의 전체적인 해석조차도
판타지에 무게를 실어버린 결과, 영화의 내용이 전혀 딴판으로 쓰여지게 된 것이다.
흥행을 위한 편파해석임이 분명한데도 대부분 관람객이 이런 시놉시스를 믿고 영화를 보아서
평가가 완전 떨어졌다고 판단된다. 판의 미로 는 분명한 수작 중 하나이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시놉시스 하나가 영화흥행을 망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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