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받은 독일여류작가의 작품을 영화화 한것이라길래 자료를 찾아다가 다운받아 봤습니다. 상당히 여운이 강한 영화더군요. 마지막장면에서 저렇게 끝맺음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란 생각이 계속 머리 한구석을 맴돌더군요.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가슴이 시원하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직도 마음이 좀 답답하고 머리가 무겁네요.
처음에는 포르노에 가까운 장면때문에 황당했지만 점점 내용의 전개를 보니까 단순한 맬러물 이상의 뭔가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저 나름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여주인공 에리카는 사랑을 받아들이고 주는 것에 너무나 서투릅니다. 그러면서 음성적인 수단으로 자신의 성적에너지를 발산합니다. 그런 그녀의 성에 대한 왜곡된 탐닉은 점점 도를 더해갑니다.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외설을 사랑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알고는 그것에 대한 망상과 집착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것은 사기당한 기분과 자기모멸감 뿐이었습니다. 어머니와의 억압과 피지배의 관계가 그녀가 어머니로부터 길들여저온 사랑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녀는 편모슬하에서 건강한 여성성의 모델을 어머니에게서 배우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딸에게 사랑을 주는 것에 대해 변덕을 부리고 사사건건 과도한 집착과 명령으로 그녀를 피아니스트로 키워내지만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지여.
이런 어머니밑에서 에리카는 표면적으로는 냉철하고 지성있는 피아니스트이지만 인격의 밑바닥을 지탱하고 있는 여성성의 모습은 억압과 죄의식으로 뒤틀려서 유아기수준에서 성장이 멈추어 버린 모습같았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현실적으로 보지도 못하고 외설스런 영상을 실제인것처럼 망상을 가지고 동경하는 것으로 영화속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그녀가 자기와 비슷한 연령대의 남자들과 평범한 연인관계에서 계속되는 실패가 점점 그녀를 모질고 잔인하게 만들었다고 추측해봅니다
그녀를 구원해줄 한가닥 희망으로 다가온 젊은 끌레메와의 사랑도 결국 대중매체가 거짓으로 심어준 외설적인 망상과 피지배당하는 것에 익숙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게 되고 모든 출구가 막혀버린 상황에 놓이게 되지여. 남은 것은 자신에 대한 모멸감과 자기파괴뿐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충격이더군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자기파괴심리는 결국 그녀를 자살로 내몰았을 것이라 생각되니 달리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본 세가지색 블루,레드,화이트 이후로 정말 괜찮은 예술영화를 본 기분입니다. 아직도 피아노 선율이 귓가에 맴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