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명의 웬수들>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10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하나같이 제각각 특색이 다르고 별별 일이 다 벌어진다. 그건 부담없는 가족코미디의 소재로 그만이다. 그래서 2편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 영화 <나, 너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모두 다 합치니 18명이다. 12명이 적어 보인다.
옛날 서로 사랑했던 프랭크(데니스 퀘이드)와 헬렌(르네 루소). 시간은 아주 많이 흘렀고, 그들은 각각 다른 남녀를 만나 결혼했지만, 운명은 그들을 중년의 시간에 다시 만나게 한다. 서로 몇년 전 배우자를 잃은 프랭크와 헬렌은 우연히 만나 사랑을 꽃피우고 결혼을 약속한다. 웬만한 로맨틱코미디라면 여기가 끝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나, 너 그리고 우리>는 제목이 알리는 것처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전 부인이 남긴 8명의 아이를 키우는 프랭크와 남편이 죽은 뒤 아이들을 입양하면서 10명의 자녀를 둔 헬렌. 프랭크와 헬렌의 결혼으로 그 아이들이 한집에 모여 살게 되지만, 두 집안의 문화가 너무 다르다.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제독인 프랭크의 아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군대식 절도와 질서가 몸에 배어 있고, 의류디자이너인 헬렌의 영향을 받아 자유분방하게 큰 아이들은 프랭크의 그 아이들이 이상해 보인다. 마침내 그들은 서로를 견디다 못해 작전을 펼쳐 프랭크와 헬렌을 이혼시키기로 작정한다.
미리 말하지 않아도 훤히 알게 되는 어떤 결론. 프랭크와 헬렌은 아이들이 바라는 것처럼 쉽게 사랑의 파국을 맞지는 않는다. 부모의 충돌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사건을 일으키던 아이들은 그러다보니 협심하게 되고, 그러고 나니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결국 아이들이 바랐던 대로 프랭크와 헬렌이 서로 각자의 길을 가자고 결정할 무렵 이번에는 아이들이 다시 나서 그들을 맺어주기로 결정한다. <나, 너 그리고 우리>는 루시 볼과 헨리 폰다가 주연으로 나왔고, 원작자 헬렌 일레인 비어슬리의 이야기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1968년 동명 제목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나, 너 그리고 우리>는 어려운 이야기가 없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가족코미디다. 프랭크와 헬렌 역을 맡은 데니스 퀘이드와 르네 루소는 그들이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이지는 못한다. 평범하다. 특별히 장점으로 꼽을 만한 요소가 많지 않지만, 가족코미디에 즐거움을 갖는 편이라면 그래도 볼 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