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6년 만의 만남, 영화 "디 아더스"

네네네온 작성일 07.06.06 04: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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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기 앞서 당부의 말 드립니다.

 

- 본 리뷰글엔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핵심적인 스포일러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이 영화는 사람에따라 한가지 스토리가 영화 전체의 재미를 좌우할 수도 있으니 리플로 스포일러나,

-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지 않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유명하고 이미 많이들 본 영화라고는 하지만, 아직 안본 사람들에게 재미를 빼았는 행위는 하지 맙시다!

 

 

 

 

 

 


 

과거의 향수


 

문뜩 영화들이 지루하다고 느껴졌다.


언제부터인가,
아니, 정확히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후로 부터인것 같다.

 

여전히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의 경우 극장을 찾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계획을 짜서 비디오를 빌려본다던가 하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게됐다.

단지 일주일에 몇번 습관처럼 신작 DVD를 체킹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운로드 하는 정도ㅡ

물론 이 다운로드에는 불법적인 요소도 적지 않게 있지만, 그에 대한 논쟁은 일단 뒤로 미루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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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발달은 영화와 대중의 친밀도에 기여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런 인터넷 문화는,
조금은 매니아적이였던 영화라는 취미를 조금 더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게 하였다.

 

뭐 그 덕분에 글을 쓰는 나의 경우 과거라면 꿈도 못꿨을 너무 많은 영화를 접할 수 있었고,
이런 인스턴트 적인 영화관람 덕분에 영화라는 것 자체가 슬슬 지루해지고 있었다.

 

"영화 불감증인가?"라고 고민하던 어느 날, 문뜩 디 아더스란 영화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과거 아직 학생이였던 때의 내가 마지막으로 계획을 짜서 빌려보았던 비디오 테잎ㅡ

 

어쩌면 그런 과거의 향수가 나로 하여금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01. 니콜 키드먼, 그녀의 연기를 알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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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와 연기를 모두 갖춘 몇안되는 배우 니콜 키드먼>

 

 


사실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난, 6년 전 이 영화를 보고서야 니콜 키드먼이란 배우를 알게되었다.

그 당시 난 영화라고는 토요명화나 특선영화를 제외하곤 몇몇 블록버스터밖에 몰랐었고,

배우의 "연기를 보고 감동 받았다" 라는 속칭 영화 매니아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뭐, 어차피 '척' 일 뿐인데ㅡ"

 

하지만 디 아더스란 영화를 관람하면서 위와 같았던 내 생각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당시에 난 그녀의 연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었다.

 

어쩌면 그 날, 지금보다 조금 젊었던 그 시절의 감동,

인스턴트 적인 영화 관람을 하지 않았던 때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02. 6년 전의 "디 아더스", 6년 후의 "디 아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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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 아더스의 헐리웃판 포스터>

 

 

6년전, 영화관람에 있어 초심자의 마음을 지녔던 내가 명작으로 꼽았던 영화를

6년후, 영화관람에 있어 나름대로 연륜이 생겼다는 마음을 지닌 내가 다시 감상하면 어떤 느낌일까?

 

"나"에 대한 정답은 영화가 주는 결론적인 "느낌"은 같다였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태도"와 영화가 끝난 뒤 느끼는 "재미"는  다르다이다.

 

"놀랍게도, 같은 영화 였지만 6년 전보다 재미가 한단계 떨어졌다"

 

그럼, 왜일까?

나름대로 결론을 내 보았다.

 

5년 전의 난 영화 자체를 즐겼다. 어쩌면 영화란 장르의 공식과 특성을 잘 모르기에 그것이 가능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5년 후, 다시 같은 영화를 관람하는 난 머릿속으로 온갖 계산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이런 의도로 삽입한 것이겠지"

"이 장면은 후에 나왔던 이 장면을 위한 복선이였을꺼야"

"이 장면에서 이런식으로 전개하는건 어색해"

"카메라 기법이 너무 단조로워,이 장면에선 이런식으로 하면 어떨까?"

 

영화 자체가 주는 재미와 느낌은 동일했지만 뭔가 6년 전과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이미 구식이 되어 버린 낡은 영화를 07년인 지금에 와서 다시 관람함으로써 느끼는 이질감일까?

 

아니. 난 그 이질감의 정체가 "난 영화를 볼줄 알아" 라는 일종의 우월감 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영화에 대한 관람이 끝나기도 전에 "평론가"라도 된 마냥 나름대로의 기준의 평가를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행위는 자연스레 영화 속 주인공과 나를 일치시키는 "입장 되어보기"라는,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관람하는 방법을 방해했고, 그렇게 난 영화 불감증의 늪에 빠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데, 굳이 영화를 보는 순간에도 일일이 그런 걸 체크할 필요가 있을까?"

"영화를 모두 본 뒤, 음악과 함께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을 보며 기억을 더듬으며 평가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처음 비디오 테잎을 고를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하며,

영화 속 니콜 키드먼이 처한 상황에 최대한 감정을 이입하여, 마치 내가 키드먼인 것처럼 영화를 계속 관람했다.

 

 

 

 

03. 장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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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먼이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는 고막을 때리는 여성의 비명과 함께 시작된다.

악몽에서 막 깨어난 듯한 니콜 키드먼은 주위를 둘러보고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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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를 찾아온 3명의 고용된 하인들>

 

2차 대전이 막 끝난 상태인데다, 전쟁에 참전했던 남편 역시 소식이 없어 그녀에겐

저택의 살림과 아이들을 함께 돌봐줄 하인들이 필요했다. 그렇게 3명의 불청객은 그녀의 집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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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의 두 아이. 왼쪽이 니콜라스, 오른쪽이 앤>

 

키드먼의 아이들은 희귀한 병을 앓고 있다.

햇빛에 닿으면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장시간 노출되면 사망에 이를수도 있는 휘귀병으로 치료제가 없다.

덕분에 저택의 모든 창문엔 커튼이 쳐있으며, 작은 햇빛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방문들은 언제나 열쇠로 잠궈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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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먼과 심리적 대립관계에 있는 딸, 앤>

 

장녀인 앤은 어머니인 키드먼과 묘한 대립을 이룬다.

그녀는 집에 도착한 하인들을 향해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하인들에게 어머니에 대한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려 하지만 동생인 니콜라스가 제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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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은 귀신을 본다고 본다>

 

또한 앤은 귀신을 목격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키드먼은 딸인 그녀의 말을 허무맹랑한 장난으로 여기고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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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역시, 무엇인가 저택에 있음을 알게된다>

 

하지만 얼마 안가 그녀 역시 딸의 말대로 저택에 또 다른 존재들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목소리나 인기척만이 전부일 뿐, 그들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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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은 키드먼에게 자신이 그린 귀신들의 그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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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아이들을 위해 쳐 놓았던 커튼을 모두 숨겨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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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먼은 하인들은 의심하고, 이들과의 대립으로 극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05. 마무리

 

디 아더스는 호기심이 왕성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했을 법한 주제를 이야기 하고있다.

그 주제를 이야기 하는 화자인 감독 역시, 넘치지도 그렇다고 모자르지도 않는 세련된 기교로서 영화를 잘 완성했다.

 

특히 여자 주인공인 그레이스 역에 니콜 키드먼을 캐스팅한 것은 환상적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미 개봉 당시 그녀의 연기에 대한 평론가들의 찬사를 인용해 보자면

 

 죠 모겐스턴 "키드만으로부터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필립 원치 "마치 그레이스 켈리를 떠올리게 하는 그녀는, 최고의 명연기를 선사한다"

 리타 켐리 "우아하면서도 날카롭다"

 

처음으로 영화 평론가라는 분들과 생각이 일치하니 뭔가 껄끄러운 기분이다.

이 역활에 키드먼을 제외한다면, 훌륭하게 소화할 배우는 양들의 침묵으로 유명한 조디 포스터 정도일까?

 

아무튼,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와 그 결말을 다루고 있다.

물론 비슷한 소재를 지닌 영화가 역시나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선례가 있긴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난 이왕이면 전자보다 디 아더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주제를 가지고 나의 입장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지만,

그렇다면 상당한 스포일러를 말하며 시작해야 하기에 여기서 그만 마무리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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