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관광버스의 포스터....광고 카피와는 대조적으로 신나는 내용은 그닥 없다)
1. 시놉시스 - 네이버 영화펌(본 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이 뚱한 표정의 남자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자살여행의 계획을 세운 니이가키, 삶에 대한 깊은 좌절을 보이는 인물)
1997년 12월 30일,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여행 안내원인 니이가키는 설날 아침 햇빛보기라는 2박 3일간의 투어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는 마지막 투어객 야시로(누구미즈 요우이치 분)를 기다리고 있다. 미리 버스에 타고 기다리는
투어객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출발직전 한 젊은 여자가 니이가키에게 말을 걸어 왔다. 그 젊은 여자는 바로
미츠키(오지우치 나나코 분)로 그녀는 투어에 참가할 계획이었던 삼촌을 대신해서 왔다고 말한다.
(이 발랄해 보이는 아가씨가 삼촌대신 여행가겠다고 온 미츠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삶의 의욕으로 가득찬 인물이다)
이렇게 미츠키를 한 그룹에 합류시킨 채 13명의 버스투어가 시작된다.(미츠키에게 이 여행의 내막을 알려주면 경찰에
신고할 것을 두려워하여 모두 비밀로 함) 하지만 미츠키를 제외한 투어 참가자들은 많은 빚을 안고 있었고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모인 자살 관광버스 투어였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미츠키의 제안으로 승객들은 끝말 잇기 게임을 시작한다.
멋대로 다른 승객들이 진 빚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이토(무나노 타게노리 분), 여자한테 빚을 떠 안게된 교사인 키무라
(오미 토시노리 분), 병약한 애들이 있으면서도 도박에 몸바친 칸다(오구라 이치로 분), 일본 거품 경제시대에 많은 돈을
벌었던 노구치(이시다 타로 분), 재미없는 개그를 지껄여 대는 공장 사장인 오자와(소우다 입페이 분), 불륜 관계인 운전수
타구치(수나오카 미츠오 분)와 버스 안내원인 후쿠다(하루키 미사요 분), 설계기사인 모치즈키(키시 히로노리 분), 그리고
코마츠(미하시 타가시 분) 등등 모두들 여러 가지 생각을 각자의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버스에 멋모르고 승선한 미츠키를 제외하고 전부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드디어 버스는 호텔에 도착하고. 그날 마지막 밤을 재미있게 보내려고 투어객들은 오키나와 거리로 몰려나가고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같은 목적의식 때문인지 우정 비슷한 느낌으로 조금씩 연결되기 시작한다. 그런 그들에게 자각이
없다고 화를 내는 니이가키. 모두들 그때까지 미츠키한테는 숨기고 있었는데 키무라는 "어차피 내일 죽을 건데 무슨 상관
이 있어"라고 미츠키 앞에서 그만 소리를 질러 버린다. 다음날, 승객들은 어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버스를 탄다. 버스
안에서 미츠키는 니이가키에게 수면제를 먹이는데 관객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의문과는 상관없이 버스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영구차가 관을 실어 나르는 것처럼.....
(자살여행이라 여행에 전혀 흥이 나지 않는 모습....다른 승객들은 그저 니이가키가 짠 여행계획대로 움직일 뿐이다)
(죽기전에 본 마지막 바다의 모습....죽음을 앞둔 이 불쌍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며칠있으면 죽을거라는 생각에 침울한 다른 여행객과 달리, 영문을 모르는 미츠키는 그저 여행이 즐겁기만 하다 - _ -;;;;)
(처음에는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그저 보험금에만 관심이 있던 여행객들은 여행이 계속되면서 변해가기 시작한다)
(밝고 삶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차 있는 미츠키의 모습을 보면서 여행객들은 조금씩 감화되어 간다)
2. 이 영화에 대한 감상
과거 일본영화의 문호가 개방되지 않았던 1990년대에는 일본영화라는 대상은 한국의 영화팬들에게는 미지의 것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에 일본 문화가 차츰차츰 개방되면서 이미 일본에서 개봉해서 비디오로 나왔을 법한
영화들이 작품성과 완성도 높은 작품부터 차차 한국으로 수입되어 상영되거나 비디오로 출시되었는데
그중 거의 초기에 수입된 작품으로는 여기서 소개할 자살관광버스나 이와이슌지의 러브레터 등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문화에 대한 개방의 폭이 넓어지면 넓어질 수록 일본 영화의 재미가 하락하는 현상이 있는 것 같다....엄선해서 골라
오다가 이제는 막 들어오니까)
당시 수입되어 출시되던 일본영화들은 하나같이 진국들이었다. 당시 수입을 하긴 하되 그 기준이 까다로워서 아마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 경력이 있다던가 하는 작품만 제한적으로 수입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일까....당시 비디오
가게에서 새로 나온 일제(?) 비디오를 빌리면 적어도 욕은 안먹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지금은 개나소나 수입하므로
그런 감흥이 전혀 나지 않지만 말이다.
사실 이 영화는 이야기는 훌륭하였으나 내용 전개는 못내 지루한 영화였다. 큰 사건이나 액션도 없고, 출연진들도 미남
미녀는 커녕 그저 평범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군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뭐 우리나라 톱배우라고 하는
설경구나 송강호, 최민식같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배우도 없었고 말이다. 이 영화를 볼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로서는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에 몸을 비비꼴 정도였으니까(당시 내 수준으로는 트랜스포머를
보여줬으면 딱이었을텐데 하는 생각이....지금도 좋아하지만)
'자살관광버스'는 일본 영화의 독특한 미덕을 아주 잘 반영한 영화라고 본다. 일본 배우치고 '와....저 배우 정말 연기력이
좋다....'하는 인상을 주는 배우는 드물다. 왠지 일본의 국민배우라고 하더라도 왠지 시청자 배우같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도 있고 뭐...인물도 뭐 우리나라 배우들에 비해 썩 낫지도 못하다. (물론 우에노 쥬리면 하악하악이지만)
헐리웃처럼 관객의 두 눈을 뽀사버릴만한 스펙타클을 선사하지도 못한다. 가끔 그런 영화들도 있긴 하지만 대개 안습
수준이다. 예컨데 도로로, 일본침몰 등등등....이런건 충무로 영화인들이 훠어얼씬 잘한다.
그럼에도 일본 영화에는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어찌보면 소소한 이야기나 소재를 통해서 재미있는 스토리로
구성된 영화를 쪼물딱 쪼물딱 만들어낸다. 이와이슌지의 러브레터가 그러했고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그러했다. 그리고
자관광버스도 재미있는 이야기의 미덕이 다른 결점들을 얼마나 커버해 주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소한이라는 표현은 자살관광버스에서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사람 목숨이 걸린 일인데. 하지만 자신이 산
중고차가 로봇으로 변신하여 악당 로봇과 이상한 박스를 놓고 목숨걸고 싸우게 되는 이야기보다는 소소할 것이다 ^^)
3. 자살관광버스의 엄청난 반전!
(여기서부터는 이 작품을 보실 분들은 아래로 내리지 않을 것을 조언함.....이미 보신 분들이나 일본영화라고는 눈에
대지 않는다는 분들만 보시길!!)
(원망하기 없기!!)
(나중에 *을 알게된 미츠키는 절망에 빠진 다른 승객들에게 '살아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종이학을 건낸다)
그 반전은 자살의 결행을 하기로 했던 일행들이 전원 자살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먹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제 1의 반전.
그러나 이 자살여행을 계획 주도했고 삶에 대해 일행의 누구보다도 삶의 허무함과 무가치함을 몸소 체득한 듯한 표정의
니이가키는 끝까지 자살할 것을 주장하고 버스에서 내린다. 그리고 홀로 버스가 추락하기로 되어있던 절벽으로 몸을
던진다. 그리고 힘들고 괴로움 뿐인 삶일지라도 다시한번 희망을 갖고 살아보려는 자살관광버스의 일행은 버스를 타고
자신들의 집으로 향한다.
(허무하고 무가치한 삶을 끝내고자 버스에서 내린 니이가키와 힘들고 모진 인생이라도 다시 한번 용기를 갖고
살고자 하는 미츠키 일동이 교차하는 모습.....그러나 이것으로 끝은 아닌거다)
여기서 이어지는 제2의 반전
(조낸 충격적이었다.....거의 유주얼서스펙트급의....그 여운은 내게 있어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음)
정작 죽기를 간절히 원하고 죽음의 미학을 지껄여대던 무표정의 니이가키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살기를 원했던 자살관광버스 일동은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전원 사망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 러닝타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던 니이가키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이것이 제 3의 반전..... 결국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추억의
광고cm송 가사가 불현듯 떠오르면서 니이가키의 이 환한 웃음은 이 영화를 보던 관객들의 뒷통수를 얼얼하게
후려친다.
4. 자살관광버스가 한국 영화에 주는 교훈
요즘은 일본 영화 트렌드도 왠지 한국 영화의 그것과 별다를바 없지만 과거 일본 영화들은 소소한 이야기의 재미를
던져주는 영화들이 많았다. 뭐 지금도 사실 시나리오 자체의 질을 놓고 볼 때 충무로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일본영화보다 떨어진다고 본다. 충무로가 너무나도 스타 시스템 일변도로 가고 있고 어떤 내용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영화에 어떤 '스타'가 출연했느냐가 더 중요한 관심사요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작년에는 꽃미남 테러사건인가 뭔가하는 괴작도 떡하니 나왔고 백만장자의 첫사랑 같은 스타 일변도의
영화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되새겨보면 지난 2000년대 초반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것은, 그리고 해외에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알렸던 것은 배우의 티켓파워가 아니라 감독의 구성력과 연출력, 그리고 시나리오의 독특함이 아니었던지
(예컨데 올드보이, 밀양 같은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해외에서 전도연, 송강호가 누군지 알게 뭔가??)
디워, 태극기 휘날리며 등 충무로산 블럭버스터의 해외진출 실패를 보면 한국영화가 나아갈 점은 조폭영화 올인도 아니요.
어설픈 헐리웃 따라잡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과거 기업자본이 충무로는 거들떠도 * 않던 시절의 우리
영화의 모습과 과거 일본영화의 작은 소재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모습들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