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추격자 - 내가 살아가는 하늘아래서 벌어지는 얘기였기에...더 무서웠던 영화

메신져 작성일 08.02.19 07: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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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망설이다 결국 밤 11:20분에 이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솔직히 우리 영화보단 다른 나라 영화를 즐겨본다. 그 덕에 좋은 우리 영화를 스크린이 아닌 네모난 브라운관에서 보게되는 불운을 겪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돌아보면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에서 본 영화들은 대부분이 커다란 화면과 현장감있는 사운드를 요구하는 그런 영화들이다. 결국엔 맞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스케일이 큰 영화가 대부분이였던 것 같다.

우리 영화가 이런 영화적 스케일이 작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스크린에서만큼은 내가 살아가는 답답한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있음직한 일상의 장면들이 담겨진 영화라면 가능한 우리 영화는 피하고 싶다. 그럼에도 재밌다 재밌다는 그 말들에 낚여 결국 [추격자]를 보고 말았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너무 힘들다. 무작정 차를 몰아 해변 도로를 3시간 가량 달렸다. 그럼에도 우울하고 답답한 맘은 어떻게 처리가 되지 않는다. 허구임에도 그 허구들로 구성된 영화의 현실이 나에게서 그저 단순한 허구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지독히도 현실스럽다. "경찰을 희화화했다"라는 감독의 말. 한 여자를 결국 죽이게 만든 경찰의 무능력과 인간이기를 거부한 살인자가 날뛰도록 만든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화가 났다라는 그 감독의 말은 우울한 우리 현실에 직면해야하는 지독한 불편함을 가져다 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능력한 경찰로인해 화병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두뇌가 부족해서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놓여진 상황에 의해 무력하고 무능력할 수 밖에 없는 우리 현실을 보는 것 같아 화병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미진이란 여자를 살리고 싶었다. 살고 싶어했고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있었던 그 여자를 정말 살리고 싶었다. 뻔히 이 여자가 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영화를 보는 내내 직감했음에도 어린 딸아이를 가진 이 여자가 살길 바랬다. 영화의 결말은 이런 나의 희망을 무참히도 짓밟았고 내가 살아가는 현실과 너무나 닮아았는 영화의 현실에 숨쉬기조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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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이 살길 바랬던 것은 내가 언제든지 부딪힐 수 있는 그런 이웃이기 때문이였다. 돈과 권력의 혜택에서 제외된 내 이웃들 중에 하나가 미진이 이기 때문이다. 힘없기에 우리 사회의 보호망을 통해 최소한의 생존만이라도 보호받아야 할 이웃들이 내팽개쳐지는 이 답답한 현실이 무척이나 화나게 한다.

 

돈에 미쳐버린 우리들. 정과 망치를 든, 변태적인 성욕에 매몰된 이성에선 더이상 그 어떤 사람에 대한 예의는 찾아 볼래야 볼 수 없다. 잔혹하고 무자비하게 여자의 머리에 망치질을 한 그 살인자의 섬뜩한 모습과 사진을 찍겠다고 모텔방에서 기다렸던 그 염치없는 중년 남자의 모습이 내 눈에는 달리 보이지 않음은 왜일까?

 

이 영화가 허구임에 위안을 삼지만 너무나 너무나도 내가 살아가는 현실과 닮아았는 영화의 현실이 사람을 뜯어먹는 그 어떤 좀비보다 난 두렵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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