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관통하는 영화 - 와이키키브라더스 -

Dr_Hard 작성일 08.06.05 14: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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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행복하냐? 니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니까 행복하냐고”

이렇게 묻던 친구는 얼마 후 자살을 했다.

이 대사가 이 영화의 핵심이며 출발점이다

이 영화를 한 열 번은 봤나...

케이블에서 해줄때마다 본거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옛애인이 생각나는거 처럼 어렴풋이 옛생각이 난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가끔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 나오고 있고

나는 그 장면이 와이키키브라더스의 한 장면이고 영화가 어느정도 흘러왔는지를 알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레 그 채널에 고정시켜놓은채 가만히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그런식으로 이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를 열 번 정도는 본거 같다

어떤때는 이얼과 오지혜가 식당에서 십여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는 장면부터 볼때도 있었고

어떤때는 수안보로 향하는 길목에서 오광록이 이얼 일행과 헤어지는 장면부터 볼때도 있었고

어떤때는 오지혜가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를 멋들어지게 부르던 엔딩장면만 볼때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때는 광고속에 떠 있는 ‘와이키키브라더스’란 자막을 발견하고

저 광고가 영화 중간에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것인지

기다리며 영화를 본 적도 있었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소수 관객들은

‘와나라고’라는 말을 만들며 흥행 참패로 인해 단기개봉하는 작품성 우수한 영화를 연장개봉 할 것을 촉구한 일도 있었다

여기서 ‘와나라고’란 와이키키브라더스(임순례감독), 나비(문승욱감독.김민종 나왔던 나비는 절대 아님), 라이방(장현수감독),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감독) 이 네 영화를 말함

이처럼 당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인정받은 작품성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진 못했다

어느날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심심타파용으로 애용하던 비디오를 보기 위해 비디오샵으로 향했다

무엇으로 이 잠도 오지 않는 무료한 밤을 새끈하게 보낼까 하는 고민으로 비디오들을 훑어보다가

와이키키브라더스를 발견하게 됐다

비디오가게 주인이 하는 말이 오늘 나왔단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냅다 집어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플레이를 한 후 보기 시작했다

오직 음악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던 고등학생 시절 밴드활동을 하던 주이공 성우는

어른이 돼서도 그 꿈을 잊지 않고 4인조 밴드의 리더로서 나이트클럽등지에서 연주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꿈만 먹고 살기엔 너무나 삭막하고 매말라 있었다

밴드의 일원이였던 멤버가 탈퇴를 하고 자신들이 연주할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밴드가 연주할 곳을 찾던 중 자신의 고향인 충주 수안보로 향하는데...
그 당시엔 그 노래 잘하고 잘생긴 어린 배우가 박해일이란걸 전혀 몰랐다

당연하겠지만 그 당시에 박해일은 완전 신인으로 얼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때였다

이얼의 고등학생 시절의 역을 했던 박해일을 그 후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발견한거 같은

신선한 재미도 있었다

영화는 주인공이 고향인 충주로 향하면서 주인공 성우의 고등학생 시절로 되돌아간다
그 시절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서 오직 음악만을 위해 살던 성우는

어느날 고등학생밴드들의 공연장에서 I love Rock & Roll을 부르는 한 여학생 인희에게 반하게 된다(이 여학생역을 맡은 배우가 바로 지금의 인디밴드 뷰렛의 보컬 문혜원이다 최근에 고스트온스테이지에서 뷰렛 공연 보고 완전 반해버렸다 제2의 김윤아가 될 재목인것이지)

하지만 여학생과의 만남은 순조롭지 않았고 상처만 남긴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으로 남을 뿐이었다

그리고 십여년(이십여년?)이 지나 고향인 충주로 다시 돌아온 성우는 어느날

남편과 사별하고 야채장사를 하고 있는 첫사랑 인희를 만난다

이 영화는 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꿈을 간직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꿈을 간직하고 사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꿈을 잃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이 영화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무의미하다 단지 이 영화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들과 느낌들을 쓸 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이 있다 (물론 한 장면 한 장면 잊지 못 할 장면은 없다)

한 장면은

황정민이 연기한 강수가 밴드에서 탈퇴하고 박원상이 연기한 정석이 다쳐서 밴드를 운영하지 못한 성우가

주점의 룸에서 손님들 앞에서 옷을 모두 벗고 기타연주를 하던 장면이다

손님의 강요로 옷을 모두 벗고 연주를 하던 성우는 연주를 하던 중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그러면 노래방 화면에선 고등학생이던 성우가 친구들과 빨가벗고 해변을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세월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진리를 아주 잘 표현한 장면인듯 싶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다른 한 장면은

세월이 흘러 삶에 찌든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첫사랑 인희와의 친분을 나누던 성우는

고향인 충주를 떠나 인희와 정석과 함께 밴드를 결성해서

나이트클럽에서 연주를 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사랑밖엔 난 몰라를 부르는 장면

영화가 끝나고 이 장면만 몇 번을 되돌려 봤는지 모른다

평소에 사랑밖엔 난 몰라를 무척 좋아하던 난

오지혜가 부르는 이 장면을 가장 사랑한다

인생은 순환한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은 주인공 성우의 밴드가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하는 것으로 채워져있다

인생을 관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줄 아는 이 영화는 나로 하여금 꿈은 간직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준 영화이다

아...성우의 음악 스승이던 음악학원 원장의 애닲은 가락 한 소절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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