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어벤져(2011) - 뭐야, 이 전형적인 미국영화는?

케이즈 작성일 12.08.31 2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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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영화화가 발표되었을 때,

아마 저와 같은 마벨사 팬들은 쌍수를 들고 기뻐했습니다.

이에 대다수 미국만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죠.

'뭐야? 저게 그렇게 재밌어?'

그리고 영화가 개봉하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낚인건가?!'

 

사실 마벨팬들은 캡틴아메리카(반미감정을 우려해서 '퍼스트 어벤져스'로 나왔다죠)를 보고 쌍수를 든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나올 '어벤져스'에 대한 포석임을 짐작한 것이죠.

 물론 캡틴 아메리카가 미국 내에서 인기 캐릭터이지만, 미국만화조차 생소한 우리나라에서

성조기가 그려진 쫄쫄이 영웅을 잘 아는게 이상했습니다.

그저 게임이나 스쳐지나가듯 본 이미지로 '아 저게 캡틴아메리카구나'라고 인식은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가 무슨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 왜 영웅이 되었는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습니다.

당연하죠. 우리나라에선 안 유명하니까. 성조기 타이즈를 입은 영웅 따위, 알아서 뭐하나요.

 

게다가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을 그리려면 2차 대전을 그려야합니다.

영웅 이야기를 그려야하는데 세계 2차 대전? 그런 촌티 팍팍나는 시대를?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이나 헐크는 현대에서 활약하니 배경이 익숙하지만

배경조차 익숙치 않은 곳에서 안 유명한 영웅이 뛰노는 영화인데

흥행할리 만무했겠죠.

(실제로 국내 팬들은 그냥 개봉 자체에 의미를 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국에서나 유명한 영웅이 굳이 영화화가 되어야 했던 점,

그것은 그가 '캡틴 아메리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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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도 적었지만, 이 영화는 전형적인 미국 영화입니다.

애국심 강요하고, 폭파하고, 희생 강요하고.

미국 전쟁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요소가 난무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래야합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인물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그려놓아야 후에 나올 어벤져스에서 캐릭터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거든요.

세계 2차대전 때 많은 젊은이가 그랬지만, 스티븐 로저스는 그 중에서도 애국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애국심만 강했지 허약체질이라 군대에 지원만 하면 초고속으로 떨어지는 사람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지원합니다.

왜? 라는 질문이 드는게 당연하지만, 스티븐 로저스- 캡틴 아메리카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있을 때 절대로 돌아가는 법이 없는.

탁월한 리더쉽으로 열세를 우세로 바꾸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영화에 나오는 홀로 적진에 침투, 팀을 짜는 장면, 순간 판단하는 장면은 이런 것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입니다.

 

마벨에서 유명한 영웅이라길래 기대하고 봤던 사람들은 아마 여기서 실망했을 겁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장점은 그런 것들이니까요.

스파이더맨처럼 날렵하고 멋진 액션도 없고, 아이언맨처럼 화려함도 없습니다.

헐크처럼 무지막지한 파괴력도 없고, 토르처럼 전능하지도 않습니다.

그가 펼치는 액션은 스파이더맨보다도 못하고,

그의 무기는 아이언맨에 한참 못 미치고,

그의 힘은 헐크에 비해서 미약하며,

그의 능력은 토르에 비하면 개구리 수준입니다.

강화된 육체만이 전부인 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그가 갖고 있는 신념일 것입니다.

 

후에 나올 이야기겠지만

캡틴아메리카는 국가에 무조건적으로 충성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2차대전때는 그랬을지 몰라도, 적어도 현대에서는 아닙니다.

그는 신념을 갖고 싸우는 사람이며, 그 신념만으로 놓고 본다면

피터도, 스타크도, 배너도, 토르도 한수 접어야 할테니까요.

그는 그 신념을 바탕으로 존경을 받고, 사람들을 이끕니다.

그런 그는 어벤져스에 있어서 핵심적인 인물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흥행이 저조할 것임을 알면서도 영화화가 된 것일 겁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팔렸겠지만요.)

 

이 모든 것을 배제하고 본다면

그저 그런 B급 영화일 겁니다.

성조기마크 새겨진 방패하나 들고 뛰어댕기면서 휘두르기나 하는,

(그나마도 대부분 막는게 전부인)

애국심(그것도 미국인의)에 호소하는게 전부인 영화.

캡틴 아메리카가 어떤 인물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은 좋았지만

반대로 그랬기 때문에 원작을 아는 사람들만 '아아'하고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마벨 팬이면서도 왜 별이 다섯개가 아니냐, 하면

로저스가 애국심을 갖는 장면이 너무 맹목적으로 느껴졌고(유년기가 삭제되었으니 당연할지도),

레드 스컬이 다시 못 나올 것 같아 슬펐고,

어벤져스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였는지 몰라도 한편으로 만들기에는 스토리라인이 너무 허술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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