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휴머니즘으로 탐욕과 분열의 장벽을 넘다

가자서 작성일 13.02.04 18: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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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휴머니즘으로 탐욕과 분열의 장벽을 넘다      [ tw_follow_btn_1.gif@iclicknews님 글]


 

절대가치가 사라진 무정부 도시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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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시청자들에 큰 인기를 얻으며 올해 속편 방영을 앞둔 드라마 <아이리스>, 지난해 하지원과 이승기의 만남으로 눈길을 모았던 드라마 <더킹 투 하츠> 등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남과 북보다 더 좋은 소재가 있을까.

 

 

영화 <베를린>(제작 외유내강, 감독 류승완)은 한반도가 아닌 냉전시대의 종말을 고하며 장벽을 무너뜨렸던 베를린을 무대로 한 한국형 첩보액션 영화이다. <황해>의 하정우, <쉬리> 한석규 그리고 <부당거래> 류승범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야할까.

 

 

그 가운데, <도둑들>에서 개성적인 캐릭터로 변신한 전지현은 극중 북한 첩보원 표종성(하정우 분)의 아내로 영화 <베를린>에서 이들 세 명의 마초남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으로서 캐릭터 변화가 반갑기만 하다.

 

 

사랑하는 연인을 향하여 눈물을 흘린채 총구를 겨눌 수 밖에 없는 첩보물 <쉬리>와 이념을 초월한 군인들의 우정을 갈라 놓는 분단의 현실을 그려냈던 <공동경비구역JSA>를 기억하는가.
 

 

이 영화 <베를린>은 공간적 배경을 휴전선이 아닌 베를린으로 옮겨와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절대가치가 사라진 무정부 도시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는 권력자들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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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조국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리고 니 마누라까지 배신한 사람이다.
어디가서 눈에 띄지말고 하소연도 하지말고 그냥 쥐죽은듯이 살아라. 평범한 사람처럼.."
- 극중 정진수(한석규 분)의 대사 중에서

 

 

 

영화는 당의 명령에만 충성해오며 백전백승을 자랑해온 인간병기이자 베를린 공관의 북한 첩보원 종성이 실패하지 말아야 할 국제 무기거래상과 무기 밀거래에 실패하고 이를 주시하고 있던 남측의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와 이스라엘의 모사드 첩보원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게다가 자신의 아내인 련정희(전지현 분)와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 리학수(이경영 분)가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첩보까지 들어오면서 자신이 그 동안 믿어왔던 가치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무너져내리며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종성은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베를린 북한공관을 장악하기 위한 냉혈한 동명수(류승범 분) 부자의 음모인 줄 꿈에 모르고 오직 당의 명령에 복종해오며 순종해오던 종성에게 정체성에 대한 회의를 갖게할 틈도 없이 국제적인 첩보기관들이 개입한 사건은 점차 아내와 자신의 숨통을 조여 온다.



동명수 부자가 북한의 권력교체기에 베를린이라는 상징적인 무정부 도시에서 북한대사 자리 등 현지 공관을 차지하기 위해 국제적인 첩보기관을 끌어들여 현지 터줏대감인 리학수와 표종성을 내쫓기 위한 음모가 발단이 되어 시작돼 국가로부터 헌신짝처럼 내던져지며 하류인생으로 전락하는 한 소시민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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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영화는 권력의 부조리에 의해 희생되는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본 아이덴티티><본 슈프리머시><본 얼티메이텀> 등 미국의 첩보원 제이슨 본 시리즈나 베를린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동료의 자살과 아내의 숙청으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곤경에 빠진 첩보원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이퀼리브리엄> 등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 속 베를린은 더 이상 이념이나 국경이 대치되는 도시가 아니라 조국이라는 미명 아래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위해 명분을 위해 희생양을 만들거나 권력자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첩보원들의 무차별 총성이 난무하는 무정부 도시를 연상시키며 이러한 음모와 배신을 반복하는 인간 군상 사이로 투박하게 인간애를 투영한다.

 


류 감독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주먹이 운다><짝패> 등 B급 영화의 키치적인 감성을 통해 하류인생의 살 냄새 풍기는 척박한 삶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영화 <부당거래> 이후 거대한 자본이나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영화 <베를린>에서 역설적으로 CJ라는 메이저 자본과 만나 총격전과 카레이싱 등 스펙터클한 볼거리들 가운데 조심스럽게 드러난다.  


말쑥한 첩보물의 하정우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배우 하정우는 영화 <황해>에서 남한에 내려와 필사적으로 아내를 찾던 연변노동자의 살인적인 눈빛에서 한발 더 나아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병기로부터 사랑하는 아내를 구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버림받은 한국판 ''본''이 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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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는 표종성 외에도 정진수 역시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북한 첩보원들을 ''빨갱이 새끼''라고 일컫는 그는 국제 무기 밀거래 수사실패와 야심에 찬 베를린 총괄 책임자인 후배의 배신으로 인해 동료를 잃고 적에 대한 복수심으로 표종성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다가 1997년 개봉한 영화 <쉬리>의 연장선처럼 적과 맞서게 된다. 


하지만, 종성으로부터 총격전의 실상이 베를린 공관 탈취를 위해 이스라엘 모사드와 테러리스트를 개입시킨 동정수 부자의 음모라는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면서 종성의 아내 구출작전에 가담하고 정수 일당의 체포를 노린다. 


동정수 역의 류승범은 영화 <부당거래>의 권력형 비리검사처럼 무주공산의 베를린 공관을 장악하기 위해 갖은 술수와 음모, 그리고 잔혹함을 선 보이며 주옥같은 명대사를 연이어 내뱉으면서 극중 종성이 국제적인 음모에 얽혀 내버려졌다는 정체성을 찾아가도록 돕는다.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이 사랑 의심가는 사람이다" - 동정수(류승범 분) 대사 중에서


폭파신, 카레이싱을 포함한 총격신 등 빠른 이야기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이면에 "우리는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야, 우린 따르는 사람이야"라고 입버릇처럼 충성을 고백하던 종성의 절대가치가 흔들리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첩보물 ''본'' 시리즈처럼 적과 대결을 펼쳐 나간다. 


영화 <베를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련정희 역의 전지현은 좌이건 우이건 치우치는 행동가들 사이에서 생존하는 강인한 여성상이지만 위기의 순간에서도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면서 그들에게 새로운 가치로서 가족과 사랑이라는 휴머니즘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균형감을 잡아주며 ''전지현의 재발견''을 의심치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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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류승완 감독이 거친 사나이들의 무수한 육탄 액션 가운데 <부당거래> 등에서 보였던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페르소나를 선택했다면 그것은 동정수 역의 류승범이 아니라 련정희 역의 전지현이었을지 모르겠다. 표종성이 아내의 말을 믿었다면 그에게 그러한 운명은 나가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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