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 혹평만 듣다가 실제로 보니 더욱 재미지다.

케이즈 작성일 13.03.13 15: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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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만 보면

7번방의 선물>>신세계>>베를린

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7번방의 선물은 기대 이하였고

신세계는 시간이 또다시 안맞았고

그래서 베를린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전 이 영화가 너무 좋은겁니다.

DVD가 나오면 사고 싶을만큼.

'걸작이다!'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왠지 후속편을 만들었으면 하는 영화라

사놓은다면 나중에라도 심심할 때마다 보기 좋은 영화같아서요.

'아저씨'도 그렇게 보는 영화중에 하나이고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꼽는 단점은 일단 제쳐두고 장점만 뽑아보려고 합니다.

 

1. 시대적으로 무리없는, 설득력이 있는 스토리.

스토리가 언제 쓰여졌는지는 모르지만,

북한의 세대교체에 대한 민감한 사안을 설득력있게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불안한 상황이니 정말 일어날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게다가 어거지스러운 반전이나 감동도 없는게 괜찮았습니다.

악은 정해져 있고, 목표도 정해져 있는 심플한 스토리.

전 마음에 들었습니다.

 

2. 불안하지만 색깔있는 캐릭터들.

이 영화에 확실하게 안정적인 인물은 없습니다.

인민영웅이지만 도망다니는 표종성,

과거에 친 사고 때문에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는, 지금의 자리마저도 불안한 정진수,

세대교체의 바람 속에 자신들만의 입지를 다지려는 동명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심의 시선을 받는 련정희.

 

표종성이 갖고 있던 신념은 오히려 그가 충성을 다하는 국가에 겨누는 칼날이 되고,

'로타리에서 좌회전도 안하'던 정진수는 북한의 영웅인 표종성을 바라보게 되고,

영화 내내 자신감이 넘치던 동명수는 자만심에 눈이 멀게 되고,

의지할 곳이 없어 나풀대던 련정희는 표종성에 의지하게 됩니다.

 

이런 캐릭터들이 부딪히며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은

극을 주도하기보다는 흐름에 따라가는 정도지만,

그렇기 때문에 큰 거부감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3. 재미지게 연기를 한다.

각각의 배우들이 캐릭터의 특성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것이 보는내내 즐거웠습니다.

'도둑들'에서 발랄했던 전지현은 체념하고 내려놓은 듯한 연기를 보여주고

'뿌리깊은 나무'에서 속 깊고 진중한 연기를 하던 한석규는 그보다 좀 더 불량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한껏 가오를 잡으며 군림하던 하정우는 답답할 정도로 막혀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용의자 X'에서 사랑을 위해 헌신하던 류승범은 특유의 가볍지만 뼈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전지현이 좀 더 튀었다면 흐름은 부자연스러웠을 것이고

한석규가 진중한 모습이었다면 정진수의 행동에 의문이 갔을겁니다.

하정우가 멋진 모습만 보여줬다면 '아저씨'와 다를바가 없었을 것이고

류승범이 무거운 연기를 했다면 표정성과 부딪히며 영화가 더욱 침울했을겁니다.

(물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수도 있겠지만-)

 

---

 

영화를 보다가 들은 생각은, 역시 내 취향은 이런 쪽이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음, 그렇지요. 본 사람이 재미지게 봤으니 단점이 눈에 들어올리가 있나요.

 

덧1. 영화를 볼 때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같이 간 사람도 중요합니다.

'총 맞았는데 저렇게 뛰어다녀?'라던가 심각한 장면에서 혼자 실소하는 사람과는 가면 안됩니다. 젠장.

 

덧2. 후속편은 정녕 없는겁니까?

 

덧3. 한국영화를 안보시던, 미국에서 사업하시던 분이 '광해'와 '베를린'을 보시더니

한국영화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면서, 너무너무 재밌다고 하십니다. 왠지 기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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