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다크 서티 -내가 본 2012년 최고의 영화-

이재욱 작성일 13.03.21 01: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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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과 장면을 다수 포함한 리뷰이므로 내용을 사전에 알고싶지 않으신 분들은 그냥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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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결말을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보게되는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들이 가지게 되는 공통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결말에서 생각도 못한 반전이 등장할 여지가 없기때문에 상영시간 중간에 관객의 흥미와 집중력이 떨어져 버릴 가능성이 있다.

(내가 톰크루즈의 '발키리'를 보지 않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어차피 히틀러 암살은 실패할 것을 알기때문에...)

 

특히 이 영화의 소재가 된 빈 라덴 사살의 경우 아무리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결국 사살되었다는 정도는 알고있고, 이쪽분야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사살되었는지도 알고있는 사람이 꽤 많다.(미국에서는 이미 책으로도 나옴)

 

이 영화가 대단한 첫번째 이유는 10년이라는 기간동안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며 빈 라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참 건조하게 그려나가는

와중에도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것. 관객은 이미 10년동안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빈 라덴이 사살되는

결과를 알고있다. 이 과정을 영화는 과도하게 포장하지도 않고, 감정의 과잉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정말 있었던 사실과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을 교차해가며 관객에게 보여주기만 할 뿐, 얼핏 보기에는 대단히 중립적인 관점을 유지하며 진행된다.

대충 들어도 영화를 보다가 잠들것 같은 상황이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영화를 보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어서 나 자신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이건 배우들의 호연과 감독의 힘이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방도가 없을 듯...

 

두번째는 영화의 노선이다. 이런 소재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팍스아메리카나, 또는 미국식 영웅주의는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도 빈 라덴의 행방조차 잡지 못하던 CIA의 무능함과 실적올리기에 급급한 고위 관료들의

모습, 여과없이 보여지는 고문장면들 등등... 이 영화는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거나 드라마를 통한 감정의 과잉을 유발하여 관객을 자극

하려하지 않고 사실의 전달에 치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도한 집착이나 끊임없는 증오의 연쇠가 인간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파키스탄에 처음 부임하여 선배요원의 비인간적인 고문장면을 똑바로 쳐다보는것조차 힘겨워하던 주인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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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는 정보를 얻기위해 서슴없이 고문을 활용하고, 미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서슴없이 고문을 자행하던 그 선배요원은 결국 환멸을

느끼고 본토로 돌아가는 장면에서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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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조로 이야기하는듯 하지만, 한 인간이 내면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당시의 표정과 말투에서 느껴지는 씬이었다.

처음에는 신념과 사명감에 빈 라덴을 쫓던 주인공이지만, 테러로 동료를 잃는 사건 이후 그녀의 집념 또는 사명감은 복수심과 '집착'

으로 전환된다. 아마 911 테러 이후의 수많은 미국인들의 상태를 표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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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의 은신처에 대하여 많은 상관들 앞에서 CIA 국장에게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밝힌 그녀를 눈여겨본 국장이 구내 식당에서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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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꽃다운 나이의 여인이 CIA로 들어가 12년간 빈 라덴만 추적한것이다. 일체 다른 일은 하지않고...

결혼도 하지않았고 애인도 없으며, 일종의 워커홀릭인 그녀는 직장동료 외에는 달리 남자를 만날만한 환경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동료와의 만남은 거부한다. 게다가 가족과의 교류도 전무...(물론 어느정도는 있었겠지만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미친듯이 빈 라덴 추적에만 집착하던 그녀가 결국 작전이 성공하여 빈 라덴 사체를 확인했을때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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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걸고 전념해왔던 목표가 달성되었음에도 그녀는 얻은것이 아무것도 없다. 남은것은 결국 공허함 뿐.

임무를 마치고 본토로 귀환하는 수송기에 올랐을때, 조종사는 그녀에게 묻는다.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하지만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녀에게는 더이상 할 일도, 돌아갈 곳도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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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며 가장 전율을 느꼈던 장면이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고스란히 들어나는 핵심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함.

 

인터넷상의 많은 리뷰들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나 핵심적인 장면을 빈 라덴 사살 작전 장면으로 꼽고 있고, 실제 굉장히

긴장감 넘치고 긴박하게 잘 만들어진 부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부분은 10여년의 추적 끝에 나온 결과일 뿐 영화의 핵심은 아니다.

 

영화 내내 억눌리고 황폐해진 주인공의 내면이 직접적으로,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러나는 이 장면은 감독의 역량과 제시카

차스테인이란 배우의 연기 내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명장면.

 

두서없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는 했는데, 결론은 쉽게 말해 "놓치기 아까운 영화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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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된 장면의 해석은 순전히 본인의 주관적인 시각이므로 행여 생각이 다르다고 너무 태클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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