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 그저, 놀라울 뿐

NEOKIDS 작성일 13.08.03 12: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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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봉준호가 모든 것을 다 한 줄 알았는데, 원작이 프랑스 만화라는 사실을 알고는 조금 흥분이 반감된 상태에서 씁니다. 

원작을 봐야 아무래도 평가가 되겠지만, 위키의 말에 따르면 열차와 계급적 구도는 그대로 따오고 등장인물과 시나리오는 새로 썼다, 

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이 정도라면 사실 놀라운 수준이긴 한데, 

박찬욱 감독 같은 경우는 스토커로 보면 감정선을 건드리는 부분들에서 관조의 형태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강해지고 있고, 

김지운 감독 같은 경우 라스트맨 스탠드로 헐리우드의 전형에 삼켜져버린 상황이라면, 

봉준호는 감정선을 건드리는 방식이나 스토리의 전환들이 오히려 JJ 에이브럼스 보다 훨씬 더 나을 뿐더러 

이정도의 프로젝트도 개성을 잃지 않고 꽤 해낼 수 있잖아! 하는 느낌을 주는게 컸습니다. 


또한, 이게 스토리의 어떤 구절들까지 원작에 기대고 있는지를 봐야 판단이 되겠습니다만, 

일단 스토리의 모든 구절구절이 인간 역사 및 철학 등등의 모든 구석들을 잘 건드리고 있어서

영화 외적에서 생성될 이야기거리가 많다는 것이 또한 특징입니다. 

 

단지 계급적 문제에만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주제로 보여줄 수 있는 에지간한 것들을 다 보여주려고 한달까. 

그러면서도 감정선을 들고 흔드는데에도 부족함이 없는 에피소드들을 만들기란 쉽지 않죠. 

사실 이런 큰 프로젝트에서는 어느 정도 스토리에서 전형적인 플롯의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인데도 

(김지운의 라스트맨 스탠드 같은 경우가 좀 많이 그렇다고 봤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서 함의가 담긴 에피소드들을 자아내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그 능력이 온전히 봉준호 감독의 것일지는, 원작을 본 이후에 한 번 더 판단해야 되겠지만요. 


결말의 경우는 논란이 많은데, 

보통 이런 부분을 스토리 이론 상에서는 열린 결말과 닫힌 결말이라는 단어로 나눕니다. 

물론 누가 어떻게 저떻게 되어서 어떻게 맺음을 지었느냐는 닫힌 결말이고, 

그런 부분들을 다 말해주지 않은 채 향유자가 나름의 느낌을 채워넣는 식으로 만드는 것을 열린 결말이라고 하죠. 

헐리우드 계열에서는 교육이든 실전이든 항상 강조하는 것이 닫힌 결말입니다. 

때문에 항상 닫힌 결말만을 습관적으로 접해왔던 무의식적 상황에서는 당연히 설국열차의 결말이 아쉽겠지만, 

좀 더 자신이 채운다는 입장으로 본다면 그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중간에 원예실에서 냄쿵민수-_-가 본 건 그 북극곰일지도. 어쩌면 차라리 나무 같은게 훨씬 더 그럴싸 했을 것 같다고도 생각되지만.....)


오히려 아쉬운 부분은 에드 해리스의 대사 부분에 있었습니다. 

에지간한 주제뻘의 골조를 에드 해리스가 마지막에 그대로 읊어버리니 

뭔가 문제풀다가 갑자기 정답 봐버린 듯한 느낌.......

차라리 좀 더 색다른 대사들로, 그런 뜻을 담고 있으면서도 좀 더 임팩트 있는 단어들을 써봤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결과물은 성공적입니다. 

이 정도의 자본이 움직이는 데서 이 정도로 생각해볼만한 작품을 건져내는 것도 대단하다 싶네요. 



사족으로. 


1. 앨리슨 필이라는 여배우, 미드 뉴스룸 때도 참 눈길끄는 배우였는데, 

시퀀스 하나 맡을 뿐인데도 오버필이 충만에서 씬스틸러로 손색없더군요. 

교실칸에서 선생님으로 열연하는 배우입니다. 총도 참신했습니다. 스콜피온을 갈겨대다니!!!!!!!!

(요즘 SNS에 슴가노출로 좀 구설수가..........)


2. 각자 배우마다 인간사에서 인문학적 정의 급의 단어들이 하나씩 붙어도 괜찮겠다 싶었고, 

그런 평도 처음 기획을 했습니다만, 너무 어거지로 갖다붙이가 될 듯 싶어서 패쓰. ㅎㅎㅎ


3. 조때따.........가 이제는 국제어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4. 크리스 에반스가 이정도인 것도 참 놀라운 정도인데, 

가만 보면 좋은 선생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ㅋㅋㅋ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존 허트, 송강호랑 계속 씬을 같이 하면서 영향을 받은 걸지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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