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하자마자 봐놓고서는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리뷰를 씁니다.
이 영화는...
혹시나 영화를 못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고집은 세고 감정은 맨날 숨기면서 불만이 가득한 소녀가 양다리 걸치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어쩌다보니 원치않게 혁명의 소용돌이의 정중앙,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 서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우두머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트레이드 마크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1편 - 판엠의 불꽃은 시대배경을 많이 간략화시키고 배틀로얄식의 생존게임을 부각시켜
시대가 어떻고 상황이 어찌되었든 주인공 캣니스와 피타가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에 집중했었고
덕분에 원작을 모르고 접한 관객들도 쉽게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리즈 물이었고, 1편에서 못 다 보여준 이야기는 고스란히 2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면, 대망의 최종장으로 흘러가야하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원작도 1권이 가장 재밌었고 2편까지가 읽을만 했습니다.)
때문에 캣니스가 왜 원치않음에도 극의 중심에 휘말리게 되는건지,
왜 대통령은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없애려고 하는지,
왜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2편, 캐칭파이어의 주 된 내용입니다.
여기서 관객은 두종류로 나뉩니다.
1.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
2. 영화로만 접했거나, 캐칭파이어로 헝거게임을 처음 접한 사람.
1번의 경우는 영화의 모든 내용, 모든 상황을 이미 한번 이상을 머리속으로 그려봤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이나 흐름에 별 무리없이 따라갈 수 있습니다.
설사 생략된 장면이나 의도, 등장인물의 감정선이 있더라도 무리 없이 짐작하며 쫓아갈 수 있죠.
왜? 이미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2번의 경우입니다.
원작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헝거게임은 그저 배틀로얄의 확장판이었을 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2편에 대해 갖는 기대는
'제니퍼 로렌스가 또 열나게 뛰어다니겠지!!'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보기에 2편은 쓸데없이 너무 길고, 원하는 장면은 너무 짧습니다.
'아바타'에서 얻은 교훈으로 '그래도 나중에 짱짱 멋진 장면이 나올거임'이라며 인내하고 기다리지만
기다림에 비해 기대한 장면은 턱없이 부족하게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후속편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뭐여, 3편을 보라고?!'
...미안하지만 4편까지 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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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캐칭파이어는 참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캣니스도 매력적으로 그려졌고 다가올 혁명이 기대되는, '기-승-전-결'에서 충분히 '승'을 담당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원작을 모르는 사람,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그렇냐고 되묻는다면,
다시 말해서 '친절한 영화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조금 애매합니다.
1편은 과하게 재밌었고 2편은 과하게 친절하여서 그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추천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1. 원작을 읽었다.
2. 나는 헝거게임이 배틀로얄같은 영화가 아니라 한 나라의 혁명을 다룬 이야기라는걸 알고 있다.
3. 어떤 영화던지 차분하게 보는 편이다.
4. 나는 철의 방광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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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사견입니다.
1편을 너무 재밌게 봐서 바로 3권을 질러서 읽어본 결과,
영화의 여주인공인 캣니스는 이 글의 제목 그대로였습니다.
지 멋대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고.
남의 의견 무시하고 곡해해서 듣는건 기본이고.
결국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고.
그러면서 사람의 마음을 (뻔히 알면서도) 들었다 놨다 하고.
3권을 읽으면서 '대체 내가 왜 이 아이를 계속 봐야하나'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고,
가까스로 책을 다 읽은 후에 두번 다시 안볼 요량으로 그때 당시 사귀던 애인에게 전권을 다 줘버렸습니다.
지금은 헤어졌으니 두번 다시 그 책을 읽을 일이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본 이유.
제니퍼 로렌스였기 때문이죠.
그녀는 캣니스의 매력을 몇배로 끌어올리진 않았습니다.
왜냐면 애초에 캣니스의 매력은 저에게 마이너스였으니까요.(마이너스에 곱하기를 하면...아시죠?)
그녀 덕분에 캣니스의 매력이 호감으로 다가왔으니 말 다했죠.
네. 전 이 영화를 여배우 때문에 봤고,
덕분에 재밌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