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는 최대한 자제합니다...만 있긴 있습니다.)
처음 스파이더맨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러니까 토비 맥과이어가 주인공이었던 그 영화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마블사의 주인공이 실사로 움직인다는 것 자체에 엄청 기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1편을 보았을 때, 감격의 도가니였죠.
흥행도 잘 되었고, 속편으로 2편과 3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만족을 모르는 동물이어서 그런지
아쉬운 부분들이 몇가지 있었는데...
가장 큰 부분은 '피터 파커가 너무 찌질해'였습니다.
커다란 힘을 얻고 히어로가 되는 것에 크게 대비효과를 주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터 파커는 생각 외로 너무 찌질했고,
본래 똑똑한 머리와 굳센 심성도 잘 표현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뭐랄까, 굳이 스파이더맨이 아니었더라도... 그냥 데어데블이었더라도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라던가 하는 위트있는 대사를 하려고하면
캐릭터 스스로도 뭔가 굉장히 어색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저 도시를 구하는 사명을 짊어진 영웅 이상의 느낌이 안났어요.
나의 스파이디는 그렇지 않은데!!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특유의 웃음과 위트를 잃지 않고,
항상 타인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스파이더맨은 아니었죠.
(사진기자로 밥벌이하던 피터파커)
하나 더 불만을 꼽자면.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널리 알려져서 그렇지,
만약 생소한 영웅이었다면 그가 그렇게 세상에 헌신하는 것에 대해 공감이 갔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벤 삼촌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단순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고 세상의 온갖 고난을 떠안고 가기에는
피터 파커라는 캐릭터는 너무 우유부단했고 너무 찌질했죠.
이미 벤 삼촌과 피터 파커가 어떤 관계인지,
피터에게 벤이 어떤 존재인지를 사전에 충분히 알았기 그냥 넘어갔던 것이지
만약 스파이더맨의 ㅅ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영화를 보았더라면
벤 삼촌은 그저 초반에 나온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가족 1로 끝났을겁니다.
정리하자면 저의 불만은
스파이더맨의 세계관과 캐릭터가 너무 대충 잡혀있어! 라는 것이었죠.
그러다보니 그 이후의 이야기는 적이 나오고, 물리치고. 정도로밖에 요약이 안되었습니다.
MJ와의 시련도, 숙모가 겪는 고난도 이미 1편에서 모두 나왔기에
그 이후에 나온 이야기는 모두 '스파이더맨이 적을 물리치는 이야기'에 집중되었죠.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이쪽도 충분히 재미는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만 조금 불만족스러웠을 뿐이니까요.
(리부트 되어서 돌아온 피터파커. 좀 더 어리게 돌아왔습니다.)
이런저런 끝에 리부트되어 돌아온 스파이더맨은, 전작의 그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시간을 느리게 보냅니다.
눈깜빡하니 학교를 졸업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해서 메이 숙모 밑에서 자라게 된 것인지,
평소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좀 더 세밀하게 보여주게 되었죠.
본래 피터 파커가 어떠냐에 따라서 스파이더맨의 모습도 바뀌게 되니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게다가 오스코프라는 악의 중심축도 적절히 깔아두면서
어떤 방식으로 악인이 되었는지, 왜 스파이더맨은 그들과 엮일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개연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시키고 넘어갑니다.
앞으로 스파이더맨은 더 많은 적들과 싸워야하고,
더 많은 고난을 겪어야하는데
그에 대한 각오나 신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어설픈 유언 한마디로는 부족했던 것이죠.
어메이징 1편에서는 그웬과 피터와의 관계를 최대한 부각시키는 것으로 드라마를 씁니다.
이에 따른 호불호는 많이 갈리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아직 이때까지는 그저 경박한 스파이디에 지나지 않았지만요.
그리고 이번 2편에서는 본래 벤 삼촌이 가르쳐야했던 교훈을
그웬을 통해 피터 파커에게 가르치게 됩니다.
둘이 얼마나 소중한 관계이고, 얼마나 극적인 관계인지에 대해 이미 충분히 할애한만큼
그웬의 죽음은 스파이더맨과 관객에게 좀 더 치명적으로 다가왔으며,
그 때문에 힘들어하는 피터 파커의 모습에 좀 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벤 파커의 역할을 대신한 그웬)
만약 벤 파커와 피터 파커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이만한 시간을 할애했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루즈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보여줄 장면도 많지 않고요.)
원작에서도 충격적인 그웬의 죽음을 이렇게 훌륭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피터에게, 스파이더맨에게 신념을 심어주게 되었습니다.
(호불호가 꽤 갈렸던 장면. 전 좋았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호불호가 꽤 갈릴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닌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로 본다면
전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보다도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이 더 좋았습니다.
한가지 팁이라고 한다면
액션이 가미된 미드를 보러 가신다고 생각하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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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스파이더맨은 이미 훌륭한 기술자입니다. 원작에서도요.
토니를 엔지니어적인 입장에서 몇번이나 엿먹일 정도였으니까요.
토니에 말에 따르면 스파이더맨이 보유한 기술을 특허신청하면 몇백만불을 벌어들일 수 있는데,
이것을 그저 신분을 감추기 위해 버려두고 있다고 평했죠.
피터는 자신의 사명을 위해서 힘들고 고된 삶을 마다하지 않는 훌륭한 청년인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영웅들이 스파이디를 좋아하고,
팬 투표에서도 항상 상위권이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