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그래비티] 장면들

ALEXS 작성일 15.05.24 22: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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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제 취향엔 맞아서 몇번이고 보고 또 본 영화입니다.

제 인생 영화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영화랍니다.

 

영화를 풀어가는 데 키워드 역할을 하는 장면들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결말까지 스포일러가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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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부분.

지구를 내려다 보니 엄청난 규모의 태풍(인지 허리케인인지)이 궤도를 따라 진행중입니다. 지구의 상황은 아비규환일테지만,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의 모습은 어쩌면 평온해 보입니다.

저 곳에 있는 것 보단 우주에 있는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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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나사 직원들. 유영 기구에 몸을 맡긴 채 우주 공간도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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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볼트 하나를 놓치고 맙니다. 기계 구성의 가장 기본이 될 부품인데, 하나라도 없으면 큰 문제를 야기할 것 같습니다. 나사빠진 사람이라는 말도 그럴 때 사용하는 말일텐데.

다행히도 코왈스키(조지클루니)가 잡아줍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해결해주는 사람.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코왈스키가 곁에 있으니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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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움도 잠시. 인공위성 폭발의 연쇄작용으로 위성 파편들이 이쪽과 충돌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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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2,000km로 날아오는 파편들. 운이 나쁜 셰리프(유영을 즐기던)는 날아오는 파편에 희생되고 맙니다(일행들 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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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왕복선은 가루가 되고, 스톤 박사는 우주미아가 될 위기에 쳐하게 됩니다.

어떡하지?라는 물음과 공포에 질린 신음소리만이 이 장면을 대변하는 표현입니다.

당연한 반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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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안전장치를 분리하지만, 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는 끝없이 멀어지는 자신을 멈출 방법이 없습니다.

유영장치가 없으면 우주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 그 미미한 수준의 존재감처럼 검은 우주 속으로 점점 작아집니다.

초반 롱테이크가 끝나는 마지막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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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장치가 있는 코왈스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구조되는 스톤 박사.

혼자서는 어떻게 할 줄을 몰라하던 스톤박사는 둘 사이를 연결한 끈에 의지해 잠시나마 안정을 되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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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주 왕복선으로 돌아와 셰리프를 찾았지만, 이미 파편에 희생된 후.

그가 우주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은 바로 그의 가족, 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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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존자를 찾으러 들어온 왕복선의 내부.

루니툰에 등장하는 화성인 캐릭터의 피규어가 주인을 잃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나사 직원 중 누군가는 어릴적 화성인(Martian)을 보고 우주비행사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꿈, 그 꿈을 갖게 했던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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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주로 나온 후에도 더 큰 어려움이 있을 터.

치아 교정을 마치고 나면 치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잡아주기 위해서 계속 끼고 있어야 하는 장치. 인류는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우주로 나왔지만, 우주 장비의 도움 없이는 여전히 나약한 존재입니다. 언제 맞닥드릴지 모르는 위험을 어쩌면 간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흐트러지지 않을 자신 있다고 자만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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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자신의 대응이 늦은 탓이라며 책망하는 스톤 박사. 하지만 불가항력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 하물며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우주공간에서야.

여전히 곁에서 의지가 되어주는 코왈스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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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지구에는 어떤 생활을 했었지? 특별한 사람은 있었나?

스톤 박사를 안심시키려고 여러가지를 물어보는 코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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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있었어요. 과거형 대답. 딸은 사고로 죽었고, 죽은 딸을 잊지 못해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살아가던 스톤 박사.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은 엄마는 아직도 딸을 놓아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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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산소 탱크의 산소가 다 되어갑니다. 평소에는 몰랐지만,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 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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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주선에 도착한 두 사람.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위험해 질 수 있는 순간에 코왈스키는 기꺼이 자신을 희생합니다. 두 사람을 이어주던 끈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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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법. 잊는 법. 놓아주는 법.

소중한 것일지라도 언젠가 잃게 된다면 보내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자신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스톤 박사를 안심시키는 코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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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주선에 들어와서 해치를 닫고, 산소를 주입합니다. 잠시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지만, 바깥의 우주보다는 더할나위 없이 아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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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엄마 뱃속의 태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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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흑 둘다 등장하는 체스 말 룩(rook). 장기로 치면 車로, 전후좌우로 이동가능한 말입니다. 퀸처럼 팔방으로 이동할 수는 없지만, 킹도 잡을 수 있을 만큼 가능성을 지닌퀸 다음으로 강력한 말.

모든 것을 다 전지전능하게 해낼 순 없지만, 점차 나아가며 발전하는 인류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룩에서 '신인'을 뜻하는 루키(rookie)라는 단어가 파생됩니다. 점차 빛을 발하는 존재. 그 가능성과 잠재력이 무한한 존재.

위기 속에서도 한발 후퇴했다가 다른 길을 찾고, 2보 전진할 수 있는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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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주선 내에서 발생환 불씨 때문에, 도킹을 해제해야 하는 상황. 지금과 같은 순간에는 과감히 볼트를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실수로 놓친 스패너도 이제는 마냥 나약하게 보고만 있지 않습니다. 손을 뻗어 놓친 스패너를 다시 움켜쥐는 스톤 박사.

이제는 초반부 내내 되뇌이던 '어떡하지'라는 말은 더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실패를 딛고 점차 도약하는 인류처럼, 보란듯이 나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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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던 최초의 인공위성 파편이 지구를 한바퀴 돌아와서 다시 러시아 우주선마저 파괴해 버립니다.

그래, 난 지구로 돌아가겠어. 우주는 더이상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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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하여금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해주는 그리스도 폴. 아기 예수를 어깨에 짊어진 그리스도 폴의 그림이 러시아 우주선 운전대에 붙어 있습니다.

위기 상황 속 믿음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우주라는 강을 건너 지구로 갈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의미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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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우주선. 체념하고 있던 그 때, 전파가 수신됩니다. 휴스턴 관제소가 아닌, 지구에서 오는 일반인의 전파라는 것을 알고 실망하는 스톤 박사. 아닌강과 스톤은 서로 다른 언어와 교신 상태로 대화가 통하지는 않지만, 아기, 반려견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에게 소중한 것을 상기하게 됩니다.

나에게 소중한 것을 다시 찾기 위해, 어떻게든 지구로 돌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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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갖은 노력에도 우주선은 나아갈 방도가 없음에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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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왈스키가 살아 돌아온 환영이지만, 결국 스톤박사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그래. 어떻게든 살아가야 합니다. 돌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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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고 슬픔에 잠겨 매일 라디오를 들으며 운전하던 지난 날. 이제 드라이브는 지겨워졌습니다.

이 긴 여행의 끝을 맺어야 합니다. 지긋지긋한 우주는 이제 그만 떠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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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중국 우주선 내에 있는 불상.

기도하고, 할 수 있다는 신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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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지구로 무사귀환.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보면서 웃었던 장면인데, 글쎄요.

지구로 돌아왔지만, 또 한 번의 위기. 숨을 쉴 수 없는 물 속에서 우주복을 벗으며 힘겹게 탈출하는 스톤박사와 대비되게, 물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개구리.

양서류인 개구리는 물 속은 물론 육지에서도 숨을 쉴 수 있습니다. 한낱 미물인 개구리 앞에서도 인간은 작아짐을 느낍니다. 눈부신 약진을 등에 업은 나머지 자연 앞에서 오만해 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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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뭍으로 올라온 스톤 박사. 진흙위에 뒹굴지라도 우주에 비할바는 아니기에 웃음이 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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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자막 아님)

이 땅, 공기, 중력에 감사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지구에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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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갓 돌아왔기 때문에, 몸이 중력에 적응하기는 상당히 힘듭니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음에도 지금 상황이 좋은 것은 말할 나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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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몸을 일으켰습니다.

소중한 것에 대한 것을 다시 느끼는 순간. 그리고 엔딩.

 

 

 

 

 

영화의 90% 이상이 무중력 상태인데 영화 제목이 gravity-free가 아니라 gravity인 이유.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는 소중한 것 - 가족, 동료,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 - 을 빗대어 표현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봐도 비쥬얼과 메시지, 산드라블록 원맨쇼 연기 참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재미없게 보신 분들도 다시 한 번 봐보심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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